전치사들은 여기서처럼 구절의 이해와 번역을 종종 어렵게 합니다. 어려움이 다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전치사 ‘에크’(ἐκ)는 동사 ‘보이다’(δειξάτω)와 관련되고 ‘엔’(ἐν)은 명사 ‘행위’(πραΰτητι)와 연관되기 때문에 위와 같이 옮겼습니다.

지혜는 구약성서 특히 잠언에서 하나님 경외와 관련되고, 하나님 경외는 악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바로 그 하나님 때문에 악을 멀리하고 악을 미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악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없으면 이러한 태도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에 필요한 인식능력이 지혜, 그것도 하나님 경외에 바탕을 둔 지혜입니다.

성서의 지혜(와 지성)는 악을 인식하고 멀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측면일뿐 다는 아닙니다. 선의 결여가 곧 악이 아니듯 악의 결여가 곧 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훼 경외는 동시에 그의 말씀을 지키는 것으로 실현되고, 이것이 지혜의 다른 작용입니다(마 7,24 참조).

▲ 성서가 말씀하시는 지혜는 우리 삶의 나침반과 같다. ⓒGetty Image

성서의 지혜를 이렇게 이해하면, 그것은 이 구절 이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야고보는 그 근본이 하나님 경외인 지혜를 ‘위에서 난’ 지혜라고 바꿔 말합니다. 그 지혜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행위를 통해 자기를 드러냅니다. 야고보는 그 행위의 성격을 ‘착함’으로 규정합니다.

착한 행실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굳은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흐르게 만들며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리게 하는 힘입니다(마 5,16참조). 따라서 그것은 ‘땅’의 지혜가 추구하는 이익 또는 정욕과 대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드러나는 착함은 단순한 천진난만이 아니라 성찰과 결단을 동반하고 어둠을 몰아내는 빛처럼 악을 밀어냅니다.

이로부터 보건대 하나님 경외는 지혜를 낳고 지혜는 착한 행실을 낳고 착한 행실은 하나님 찬양 곧 하나님 경외를 낳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지혜가 착한 행실을 낳는다고 착한 행실이 지혜만의 산물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혜는 착한 행실 이외의 다른 것을 낼 수 없습니다. 지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위에서’ 나온 선한 지혜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것으로서 악을 꾀하지 않고 겸손과 짝하며(잠 11,2) 은혜를 베풀기(잠 13,15)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의 착한 행실은 그 경외에서 비롯된 지혜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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