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개 이후 그리스도인은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을 밟아간다. ⓒGetty Image

칼빈은 성령의 역사 덕분에, 신자의 삶은 그리스도 자신의 삶에 순응하기 시작하고, 그리고 죄 때문에 일그러지고 거의 말살되었던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의 형상 그 자체이신 그리스도 안에 그가 참여함에 따라서 신자 안에서 재현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칼빈은 이러한 회복이 “한순간이나 하루나 한 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평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신자들은 이와 같은 중생을 통해서 죄의 속박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육의 괴롭힘을 전혀 느끼지 않으리만큼 완전한 자유를 소유하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회개를 통한 치료는 그들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1) 우리는 칼빈이 로마서 7장 18절 이하를 주석하면서 성령에 의해 중생한 사람이라도 여전히 육의 잔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순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의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II.ii.27).

또한 우리는 바울이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이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는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신자들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중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죄가 비록 신자들 속에서 지배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런 흔적이 우리 안에 있지만, 마치 그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동시에 이 일은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당연히 죄인이며 죄책이 있는 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죄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것입니다(III.iii.11).

그러나 칼빈 당대에 신자들은 순결한 상태로 회복되었기 때문에, 육의 정욕을 제어하는 일로 부심할 필요가 없으며, 성령을 따라 살아 간다면, 결코 빗나갈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칼빈은 맹목적인 정욕에 눈이 어두워 상식을 내버린 자들 사이에서 이런 사상이 환영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반박합니다.

물론, 칼빈은 회개의 목적이 삶의 거룩함에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족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경건과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우리의 삶 전체에서 드러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때 하나님의 법 을 표준으로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판단하면 할수록, 우리가 보여주는 회개의 징표들은 더욱 더 확실해질 수 있습니다(III.iii.16).

이 같이 칼빈은 율법을 통해서 회개의 징표를 더욱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가 제2권에서 율법에 대해, 특히 “율법의 제3 용법”을 강조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II.vii). 간단히 말하면, 복음을 통해서 먼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충만하게 맞본 사람은 법에 대해서, 다시 말해서 법은 어떻게 하나님을 섬기고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지를 규정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나 강제나 당위, 율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에 일치시키게 하는, 자신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과 안내로서 여길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은혜의 열매들이 회개와 죄의 용서로 완전히 표현될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다음의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께서 자기의 백성을 값없이 의롭다 하시는 것은 동시에 자기의 영에 의한 성화를 통해서 그들을 진정한 의에 복구시키려는 것이 아닌가?”(III.iii.19). 참으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죄인을 부르러 오셨으나, 부르시는 목적은 회개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마9:13 참조).

성경에는 이런 증언이 가득합니다(행3:26,5:31 참조).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해주겠다고 하실 때에, 우리 편에서의 회개를 요구하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항상 그의 자비가 사람들이 회개하는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행3:19, 사55:6-7)는 말씀은 마치 우리의 회개가 우리의 죄 용서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가 앞서고, 죄의 용서가 앞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칼빈은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합니다.

칼빈은 회개와 중생에 대한 교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죽음에서 구하시고자 하는 사람을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으로 살리시고”, “그리고 그 자신을 개혁하게 하신다”(III.iii.21)(2)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칼빈의 성화론의 중심사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화의 정의에서 결정적인 요소들인 두 개의 중요한 개념들-“살리는 것”과 “중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칼빈은 여러 차례 성화를 “새로운 삶”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살리는 것’과 ‘중생’이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칼빈은 성화를 하나님의 행동의 결과로, 또는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령의 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칼빈에 의하면 칭의와 성화 둘 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에게 거저 값없이 선물로 주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칭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 에게 거저 선물로 전가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업적이나 공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 암아 의롭게 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인식합니다. 그러나 성화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값없이 의롭다는 인정을 받은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 하는 일, 곧 성화는 우리가 삶 속에서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입니다. 칼빈이 여기서 분명히 말하는 것과 같이 성화는 칭의와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이것은 성령의 능력으로 되는 것입니다. 칭의가 성령의 은혜로 말 미암아 거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듯이, 마찬가지로 성화도 성령 의 은혜 가운데,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서 우리가 성화의 길에 나서고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칼빈이 말하는 것처럼, “중생의 전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고 하는 바울의 말씀은(엡2:10)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III.iii.21).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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