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n Steen, 「암논과 다말(Amnon and Tamar)」 ⓒWikipedia

최근 개신교가 보이는 모습으로 인해 사회에서 개신교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이기에 지금까지 개신교의 모습을 반성하며 비판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너무나 많은 분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지금의 개신교는 꼭 성경을 통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현상만으로도 비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이기에 저희는 오히려 더 성경을 자세하게 읽으며 말씀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야기는 위대한 왕 다윗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부 말씀의 단골 등장인물이며, 많은 성도님의 기도 속에서 닮길 원한다고 간구되어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논문을 쓸 때도 서론에 결론을 미리 적어야 한다고 합니다. 바쁜 시대이기에 봐야 할 글과 안 봐도 될 글을 구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다윗은 적어도 재판관의 역할에 있어서 훌륭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굽어진 재판을 행하는 왕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교회에서는 다윗을 훌륭한 왕으로만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잘못한 행동들도 좋은 행동으로 생각하며, 그의 잘못된 모습을 따르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개신교가 보여주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 위대하고 훌륭한, 때로 잘못을 범했을 때는 회개할 줄 아는, 하나님께서 중심을 보고 택하신 왕 다윗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왜 재판관으로서 그가 잘못되었는지를 성경 말씀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암논의 다말 강간 사건

오늘 본문의 말씀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사무엘하 13장에 나오는 사건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윗의 맏아들인 암논이 압살롬의 누이 다말을 강간한 사건입니다.

암논은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이 낳은 아들로 다윗의 맏아들입니다. 사무엘상 25장에는 사울을 피해 달아나던 다윗이 갈멜 여인 아비가일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25장 43절에서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도 아내로 맞았다는 언급이 나타납니다.

사무엘상 25장에서는 아비가일 다음으로 아히노암을 아내로 삼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데, 이후 다윗의 두 아내에 관한 언급은 아히노암과 아비가일로 나타납니다. 모든 본문에서 아히노암이 먼저 언급됩니다. 어쩌면 미갈 다음으로 결혼한 여인이 아히노암일지도 모릅니다.

사무엘하 3장에 따르면, 아히노암은 다윗의 맏아들 암논을 낳았고, 아비가일은 길르압을 낳습니다. 압살롬은 그술 왕 달매의 딸 마아가의 소생으로 셋째입니다. 둘째 길르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다윗의 아들 중에서 왕위계승권을 가진 아들이 암논이었고, 2순위가 압살롬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경우에 암논의 강간 사건을 암논과 압살롬의 권력 대결로 이해합니다. 여성신학에서는 남성에 의한 폭력적 사건과 지속되는 2차 가해로 이 사건을 읽습니다. 저는 이 사건 속에 나타난 다윗의 모습에 조금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단지 여성에 한정된 폭력 사건이 아니라 다윗 치세하에 굽어진 재판이 시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습니다.

사무엘하 14장 27절에는 다말이 압살롬의 딸로 나타나는데, 이는 전달된 이야기의 차이로 보입니다. 암논이 압살롬의 누이를 강간했다는 이야기와 압살롬의 딸을 강간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존재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사무엘하 13장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암논에게 강간당하고 버림받은 다말은 재를 머리에 쓰고 옷을 찢고 손을 머리 위에 얹은 후 크게 울부짖습니다. 다말의 이런 행동과 마지막에 ‘울부짖었다’(히브리어 ‘짜아크’)는 말은 비통함에 울었다는 표현이 아닙니다. 다말이 재판을 요청하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그녀의 요청을 들어준 사람은 그의 남매 압살롬 밖에 없었습니다. 13장 21절에서 다윗은 그 이야기를 듣고 왕으로서 재판을 열기는커녕 그저 ‘심히 노하였을’ 뿐입니다. 압살롬은 자신이 재판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다말에게 ‘지금은 잠잠히 있어라’라고 말합니다.

다윗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딸을 강간한 사건 앞에서 재판을 열지 않습니다. 그의 분노가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저 노하였을 뿐입니다. 심하게 생각해보자면, 자신의 맏아들, 왕위계승권자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다말에게 노했을지도 모릅니다.

압살롬은 자신의 동생에게 악을 행한 암논에 대한 분노와 재판을 열지 않은 다윗에 대한 반감은 숨긴 채 2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2년 뒤, 그는 암논을 죽여 자신의 복수를 이룹니다. 암논이 죽은 후 다윗이 날마다 슬퍼하였다는 기록은 그가 자신의 맏아들 암논을 얼마나 아꼈는지 보여줍니다.

왕의 재판권을 빼앗은 압살롬

사무엘하 14장은 암논 사건 이후 다윗과 압살롬이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후에 나타나는 이야기가 오늘의 본문입니다. 압살롬은 다윗과 화해하는 척했지만, 아직까지 아버지 다윗, 바르지 못한 재판관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은듯 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반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압살롬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재판이었습니다. 압살롬은 다윗에게 재판 청하러 오는 사람들을 성문에서 기다리다가 먼저 만납니다. 압살롬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네 일이 옳고 바르다마는 네 송사를 들을 사람을 왕께서 세우지 아니하셨다.”

어찌보면 재판관이라는 직책이 없음을 말하는 듯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왕을 재판관으로 여기며 다윗에게 재판을 청하고 온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압살롬의 말은 ‘왕에게는 제대로 된 재판 능력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압살롬은 이들에게 다시 말합니다. “내가 이 땅에서 재판관이 되고 누구든지 송사나 재판할 일이 있어 내게로 오는 자에게 내가 정의 베풀기를 원하노라.” 자신이 이 땅에 제대로 된 정의를 세우겠다는 표명입니다.

다윗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압살롬이 간교한 말, 간사한 재판을 벌여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어디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압살롬의 재판을 지지했고, 많은 이들은 압살롬에게 마음을 빼앗길 정도였습니다.

재판에 관해서는 압살롬의 이야기만 있지 않습니다. 왕위 다툼 끝에 왕좌를 차지한 사람은 밧세바의 아들 솔로몬이었습니다. 왕이 된 솔로몬은 하나님께 한 가지를 간구합니다. 바로 ‘지혜’입니다. 그런데 이 지혜는 단지 ‘똑똑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하나님께 이렇게 간구합니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하나님께서는 정의로운 재판관이 되고자 하는 솔로몬의 말이 마음에 드셨고, 그렇기에 그에게 수많은 은혜를 허락하셨습니다. 솔로몬은 재위 시절 엄청난 노역을 시킨 왕입니다. 이는 르호보암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들의 입을 통해 확인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 시절에는 어떤 반란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그의 올바른 재판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바르지 못함까지 따라가는 우리

다윗이 완전히 잘못된 왕이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윗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한 왕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재판을 열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평소 그의 재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생각하기에 잘못된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다윗은 너무나 훌륭한 왕으로만 전달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모든 행동은 긍정됩니다. 예를 들어 ‘다윗은 자기 수하에 있는 장군 우리야의 아내인 밧세바를 왕의 권력으로 빼앗고, 우리야는 죽였지만, 회개하여 용서받았습니다.’라는 말은 강단에서 자주 선포됩니다.

다윗은 훌륭한 사람이고 다윗처럼 살면 된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상당히 끔찍한 인식을 남깁니다. 여성을 겁탈하고 남편을 죽였더라도 회개하면 용서받는다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영화 밀양에서 살인범이 나는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말하는 배경에 다윗의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딸 다말이 겁탈당한 때에 그저 화만 내고 재판을 열지 않았던 모습도 그대로 긍정되어 버립니다.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음에도 그저 잠자코 있으라는,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을 향해 화내며 수치스러워하는 상황으로 이어져갑니다.

성경은 완벽한 인물을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길을 따라가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그 경고를 무시한 채 성경을 단순하게 읽어가기에 지금의 개신교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위대한 왕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훌륭한 재판관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따라선 안 됩니다. 우리가 성경을 조금 더 꼼꼼히 읽으며 성경이 무엇을 경고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핀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조금 더 이해하며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르게 말씀을 읽어나가며 바른 삶을 살아가시기에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개신교의 이름을 다시금 일으키고 세워가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