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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성, 성서해석 그리고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과 동성애 ⑴
김판임 교수(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 승인 2020.09.21 16:53
▲ 장공 김재준 교수는 역사비평적 성서해석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이를 통해 생겨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자유로운 학문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의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어왔다. ⓒGetty Image

필자에게 ‘기장성’이란,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와 ‘김재준’(1901-1987)과 함께 두 가지 키워드로 다가온다. 역사비판학적 방법에 근거한 성서해석과, 구약성서의 예언자 전통에 입각한 민주화 인권 운동이다. 김재준 박사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해석한다는 이유로 예수교장로회 문자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1953년 38차 총회에서 목사직을 박탈당하였다. 이 사건은 ‘한국기독교장로회’라는 새로운 교단을 창출하였고, 문자 너머, 의미를 찾는 성경해석을 시도하는 신학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하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버리려는가

조선신학교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현시점에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차별하며 인격을 매도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최근 수년간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연대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 법안에 제시된 성소수자를 삭제하라며 법안을 무력화하였다.

한국에서 동성애자 포함 성소수자에 관한 논의는 신학적 토론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기총과 한교총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연대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 법안에 저항하면서 이루어졌다. <차별금지법안>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권고한 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기획단에서 조정안을 만들어 2007년 법무부 주관으로 공청회를 거쳐 12월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반동성애 단체 및 일부 기독교계(미주 1)는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허용법이라며 제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에 제시된 차별의 종류에서 <성소수자> 항목을 제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압력이 강해지자 그들이 요구대로 성소수자를 삭제하고, 기타 등등으로 기록하여 국회에 상정했지만, 기타 등등이란 표현도 위험하다고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기독교계는 더욱 긴장하며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학문적 분석, 교회 연대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2018년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소속 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를 성소수자를 위해 목회하고 그들을 두둔한다는 이유로 이단이라는 결정을 하여 애를 먹인 일도 있었다.(미주 2) 같은 해 한국기독교장로회 103회 총회(제주)에서는 “다른 모든 장로교단들이 반동성애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만 다른 입장을 내면 고립되지 않느냐”는 우려의 발언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던 기장의 정신은 어디로 갔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평등권은 성서정신이며 동시에 헌법에 제시된 법정신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결혼까지 허락한 나라들이 여럿 된다. 그런 나라의 경우도 하루 아침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수십여 년 전 국민적 논의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한국기독교장로회 103회 총회에서는 찬반을 결정하기 전에 연구부터 시작하자고 성소수자 연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글은 연구위원의 한사람으로서 반동성애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내세우는 성서구절들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반동성애 운동의 논리에 기초가 되는 것은 특정한 성경구절이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레 18:22)
“누구든지 여자와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 돌아가리라”(레 20:13)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동성애자들은 죄인이고, 그들에게 이성애자들과 동일한 인권을 부여해서는 안 되고, 차별과 박해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들을 죽이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인가?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그들을 교화하여 이성애자로 만드는 것이 이 시대 기독교인의 과제인가?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성경구절에 집착하여 성소수자를 차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해왔던 한국기독교장로회도 합류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까? 이 두 구절을 놓고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지 단체들의 논리는, 성경이 말하는 바는 명명백백 동성애는 사형에 처할만한 죄이며, 따라서 절대로 차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독교 여러 교단이 하나로 연합하여 반동성애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성서학자에게 일어나는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특정한 성경구절을 빼내어, 문자 그대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사람을 차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기독교정신에 합당한 것인가? 생명과 죽음은 창조주 하나님께 달린 것인데, 과연 유대교에서 이 구절을 근거로 동성애자를 사형시켰을까? 성경구절을 이용하여 사람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것이 기독교 정신에 합당한 것인가? 바울이 말한 바, “문자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영은 살리는 것이라”(고후 3:6)는 말씀이 떠오른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성경해석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문자주의적 성경 적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주의를 선호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야기시킨 성경구절들의 올바른 이해에 접근하는 시도를 도모해본다. 성경구절을 문자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2000년전 예수도 바울도 지적한 바 있다. 기록된 성경구절에 매여 있다가 그 말씀을 주신 진정한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게 되는 사례들을 먼저 살펴보고 해당구절에 대한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다행히 동성애와 관련해서 언급된 성경 구절은 사실상 매우 희소하다. 구약성서에서는 동성애가 하나님 뜻에 어긋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되고 있는 레위기의 두 구절, 그리고 신약성서에서 패덕목록 안에 포함된 고린도전서와 디모데전서의 각각 한 구절, 그리고 로마서이다. 이 구절들이 발생하게 된 사회적 정황과 해석의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성서 읽기의 두 방법

⑴ 문자 그대로 읽기(literal reading)

성경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말씀이며, 문자 그대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근본주의의 접근법으로, 본문을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읽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법의 장점이라면, 쉽다는 점이다. 상식에 호소하며 자세히 연구하지 않아도 된다. 종교를 아주 단순하게 만든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적지 않다. 문자적 접근법은 정교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가 파악한 내용이 그 구절의 의미라고 주장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견해의 차이가 생긴다면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일련의 사람들이 합의한 내용을 그 구절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합의를 한다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니고, 편견이 번역의 오류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수의 생각이 오류일 수 있다는 것, 문자적으로 적용하면 하나님의 뜻과 다른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예를 신약성서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령,

① 유대교에서 안식일 규정에 대한 유대인들과 예수의 차이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예수 시대 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법이 있다면, 그것은 안식일 법이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은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였고, 안식의 중요한 것은 “노동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많은 유대지도자들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일과 일이 아닌 것을 규정하며,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나, 병든 자를 치유하는 일을 일로 규정함으로써 사람이 죽는 것조차 방치하며 안식일을 지킨다고 하였다.

반면 예수는 안식일 규정의 의도를 살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 안식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배려를 읽은 것이다. 그러므로 안식일에 사람이 죽도록 방치하거나 괴로운 상태를 방치하는 일은 안식일 사상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하여 예수는 안식일에 사람을 치유하기도 하고,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던 것이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를 모른다면, 정작 사람을 살리기보다는 안식하기 위해 하나님의 뜻과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바울은 문자로 인해 교회가 파괴되는 현상에 주목하며 영으로 살리를 것을 가르쳤다. ⓒGetty Image

② 유대교에서 이혼규정에 대한 유대인들과 예수의 차이

이혼규정과 관련해서도 유대인들과 예수의 견해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 유대인들은 신명기 24장 1-4절에 기록된 대로 혼인 이후 남편이 이혼하고자 할 때 이혼증서를 써주면 이혼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예수는 성경, 그중에서도 토라에 기록된 내용일지라도 하나님의 뜻과 다른 것이 기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모세가 기록하였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이 하나님이 짝 지워준 사람과 결혼하지 않음으로 결국 이혼하는 일들이 벌어지므로, 이혼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모세가 그러한 규정을 기록하였다는 식으로.

③ 법령으로써 정죄하는 유대인들과 바울의 차이

바울은 로마서에서 모든 인간은 죄인이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선언한다. 이방인은 이방인대로, 유대인은 유대인대로 죄를 짓고 살고 있다고 증언한다. 그러면서, 유대인들이 지은 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롬 2:1)

남을 판단한다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법”, 즉 토라 기록된 문자 그대로 적용하여 타인을 정죄하는 유대인의 행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바울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법을 잘 지키고 있고, 그것에 근거해서 다른 사람은 지키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타인을 정죄하는 것이 바로 죄이다.

④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영은 사람을 살립니다”(고후 3:6)

고린도후서의 큰 주제 중 하나는 바울의 사도직에 관한 것이다. 예수를 믿고 20여년 선교하여 겨우 몇 교회를 세웠는데, 그 교회마다 찾아와서 바울의 사도직을 의심하게 만드는 유대인들이 있었다. 수많은 적대자들과 대립하며 자신의 신학과 활동을 지켜야 했던 바울은 결국 적대자들로 인해 교회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사도로서의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다. 성서구절을 짚어가며 조목조목 따지는 유대인들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바울은 문자와 영을 대립시키고, 죽임과 살림을 대립시키며 문자를 넘어서야 올바른 성서이해가 가능함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현대 성서해석에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표현이다. 예수가 하나님의 생명의지를 확신하였기에 문자적으로 성서를 읽고 적용하려던 당대 유대인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이나, 바울이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지를 확신하며 문자를 넘어서 당시 유대인들과 달리 새로운 성서해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의 성서해석에서 귀감이 된다.

⑵ 역사비평적 읽기(historical-critical Reading)

역사비평적 읽기란 인간이 기록한 모든 다른 문서와 마찬가지로 성경도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였느냐를 분석한 토대 위에서 읽는 것이다. 18세기 역사학에서 다루었던 방법이 성서 이해에 도입된 것이다. 이미 많은 비판을 받은 이 접근법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성서가 기록된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역사 속에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역사비평학적 방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성서해석을 제대로 하려면 어휘와 본문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물론이고, 고고학 역사학, 고대 언어,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몇몇 본문들은 설명되지 못한 채 남아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단점을 든다면,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성서를 분석하였다 한들, 시대가 바뀌어 가치관과 문화가 상이한 현시대의 문제에 대해 간단한 해답을 제공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성경을 이해할 때 좋은 방법은 역사비평학적 접근을 시도하며, 개별적인 적용은 목회자 개개인의 목회적 양심과 적용능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미주

(미주 1) 가령, “동성애자 차별 금지법안저지 의회선교연합.”
(미주 2) 한국의 주요 8개 교단(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통합, 대신, 고신, 합신, 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 침례회)의 이단대책위원장들이 내린 결론이다.

김판임 교수(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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