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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어려운 이들의 명절벧엘의집 추석명절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 승인 2020.09.26 17:24
▲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명절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YTN

며칠만 지나면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명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불리는 귀성행렬이다. 그래서 열차표도 기간을 따로 정해놓고 예매하는가 하면 고속도로와 국도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귀성차량들이 몰려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지 그리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장만하고, 명절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백화점이나 전통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이번 추석명절은 예년 명절과는 확연하게 다른 풍경이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이 아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있고, 방역당국도 이번 추석만큼은 벌초와 고향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이 나서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방문하라며 고향방문 자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항공, 숙박업, 음식점, 공연, 도소매업 등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아 경기는 침체될 대로 침체되어 명절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고 있기도 하다. 바로 대면 생활방식에서 비대면 생활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종교의식인 예배가 비대면 방식인 온라인 예배로 행해지는가 하면 결혼식도 비대면 온라인 결혼식이 등장했다. 이렇듯 온라인 회의, 온라인 행사, 온라인 공연 등 이제 우리사회는 그동안 일반화되었던 대면 생활방식이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한 비대면 생활방식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명절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고향친지를 방문하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는 등 명절음식을 만들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아가 성묘를 하는 것이 전통적인 명절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명절은 성묘도 온라인으로 하고, 고향방문 대신 부모님과 영상통화로 대체하고 있다. 이 또한 비대면 방식의 새로운 명절 풍경인 듯하다.

상황이 이러니 벧엘의집 추석명절도 참 고민이 많다. 그동안 벧엘의집은 명절연휴 기간 동안 노숙인자활시설인 울안공동체 식구들과 쪽방생활인,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연휴기간 쪽방생활인들에게는 하루 세끼 도시락을 나눠주고, 공동차례상을 차리고, 윷놀이 등 다양한 명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울안공동체도 식구들 중에 고향으로 가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시설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아 명절음식을 함께 만들고, 선물을 나누고, 윷놀이, 투우놀이, 장기두기, 영화감상 등 적적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해 왔다.

그런데 이번 추석명절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있고, 방역당국도 명절연휴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하여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할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쪽방생활인과 울안공동체 식구들과의 접촉도 고민이 되어 그동안 무료진료도 날짜를 분리해 실시해 왔기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생략하고 가장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하루 세끼 도시락 나눔만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울안공동체는 생활시설이기에 그동안 명절 전에 실시하던 목욕 프로그램 등 외부로 나가야 하는 것들만 생략하고 공동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도시락을 나누는 것도, 대전역 거리급식도 자원봉사자가 없다는 것이다. 특별프로그램이 줄어 들었으니 조금은 편해질 법도 한데 거꾸로 더 힘들어 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벧엘 일꾼들만으로 도시락을 나누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전역 거리급식을 하고, 무료진료를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아무리 명절이라고 하더라도 대면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없애다보니 쪽방생활인들은 더욱 외롭게 보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도 없다. 외로운 사람끼리 함께 모이자니 그것도 눈치가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벧엘가족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할 판이다. 바라기는 몸은 거리두기 마음은 가깝게 라는 말처럼 아무리 이번 추석명절이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비대면으로 보내더라도 마음만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할 수는 없을까? 쪽방생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비록 몸은 비대면 일지라도 마음만은 서로 나누고, 소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성하게 지낼 수 있는 명절이 되길 기도한다.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bethelhouse5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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