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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게 보이는 하나님의 섭리빛과 어둠도 평안과 환난도(이사야 45:7-8)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 승인 2020.09.27 13:22
▲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둘러보는 느헤미야 ⓒGetty Image
7 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며 나는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나니 나는 여호와라 이 모든 일들을 행하는 자니라 하였노라 8 하늘이여 위로부터 공의를 뿌리며 구름이여 의를 부을지어다 땅이여 열려서 구원을 싹트게 하고 공의도 함께 움돋게 할지어다 나 여호와가 이 일을 창조하였느니라

말씀나눔

저희 집에 4인용 식탁이 생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세 명이다보니 한 자리가 비게 됩니다. 비어있는 한 자리에는 의자를 빼버리고 낮은 식탁을 놓아 이것저것 간식거리와 잡동사니들을 올려놓았습니다. 비어있는 식탁 자리의 아래에도 이런저런 것들이 들어가 있게 되었습니다.

집을 정리하다보면 많은 경우에 무언가를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저 겉보기에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눈앞에서 감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행동은 ‘정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깔끔한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정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리’는 그것을 언젠가 다시 쓸 수 있도록 치우는 행위입니다.

글로 적으니까 뭔가 복잡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리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어딘가 서랍 속에 넣어버리거나 집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놔두는 일은 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리가 아닙니다. 그저 보이지 않게 치워놓은 행위일 뿐입니다. 그래서 정작 필요할 때는 어디에 뒀는지 다시 찾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때로 ‘마음을 정리한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아픈 일, 힘든 일, 어려운 일이 있고 난 후에 마음을 정리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마음 정리’는 대부분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팠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 어려웠던 일들을 지워버리려는 노력입니다. 다 잊어버리려는 노력을 ‘마음 정리’라고 말합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는 일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정리한다고 말하면서 다 잊으려고만 하는 것은 정리가 아닙니다. 그저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감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포로기 이후의 신앙

오늘 저희가 읽은 이사야의 말씀은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이사야의 선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고레스를 택하셔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이사야는 오늘 본문의 특이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빛도 창조하시고 어둠도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는 평안도 만드시고 환난도 만드시는 분이시다.

포로기가 막 시작될 무렵, 남왕국 유다가 멸망한 직후에 예언자들은 우리가 왜 환난을 당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너무나 많은 죄를 범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 말하는 심판론입니다.

바벨론 포로기를 지나며 예언자뿐만 아니라 역사가들도 자신들에게 닥친 환난의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그 노력의 흔적이 열왕기, 역대기, 에스라, 느헤미야입니다. 이들 역시도 자신들의 나라가 파괴된 역사를 돌아보면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하나님께 다시 돌아간다면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역사를 이루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구약성경의 예언서나 역사서를 읽어가면서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신앙을 읽어갑니다. 경전이기에 전부 맞는 말이며 우리가 믿어야 할 말이라기보다, 이 글들은 당시 사람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보았으며 그 신앙은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읽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앞서 말한, 일반적인 ‘마음 정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들은 모두 묻어두고, 그것들은 그저 모두 버려버리고, 하나님께 돌아가기만 하면 과거의 즐거움, 기쁨을 다시 얻게 되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과 은혜, 물질적 복만을 주셔야 하는 분인데, 우리의 물질이 모두 사라지고 많은 이들의 생명이 사라진 순간에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그 책임을 자신들 스스로에게 돌리며 ‘죄’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죄’가 없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사야가 말한 섭리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 이사야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하나님께서 빛과 어둠 모두를 창조하셨듯이 평안과 환난 역시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은 구원의 하나님이면서 심판의 하나님이라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잘했으니까 복을 받고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는다는 사상을 넘어서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죄’가 있어서 환난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이기에 우리에게 환난이 닥친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이와 함께 이사야는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18절의 말씀입니다.

“대저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하늘을 창조하신 이 그는 하나님이시니 그가 땅을 지으시고 그것을 만드셨으며 그것을 견고하게 하시되 혼돈하게 창조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이 거주하게 그것을 지으셨으니 나는 여호와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하나님의 섭리는 결코 혼돈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에게 때로 평안이, 때로 환난이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혼돈을 일으키는 일들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도록 이끄는 하나님의 섭리라는 이야기입니다.

분명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이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왜 우리에게 환난이 일어났는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후에는 이것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하나님께 돌아간다면 구원받게 되리라는 신앙이 이어집니다. 이사야는 이제 그마저도 넘어서서 환난조차도 섭리의 일부라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저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힘든 일, 어려운 일, 아픈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으니까 이런 일을 겪은 다음에는 더 좋은 삶이 예비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목사는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힘들고 어렵고 아픈 순간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다 좋아질거다”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질 수 없습니다. 또 저는 결국 ‘다 좋아지지 않았을 때’에 대해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어려운 순간을 모두 덮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일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에 우리의 마음을 바르게 정리해 나간다면, 언젠가 우리가 필요한 순간에 그 기억들을 꺼내보며 더 큰 도움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의 기억, 일들을 나중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은 무의미한 순간이 아니게 됩니다. 그저 힘들기만 했던 순간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를 알게 된다면 환난 역시도 섭리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이사야와 같은 그런 신앙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신다는 신앙을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목사가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가 그 신앙을 찾아가게 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환난도 창조하셨기에 때로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하시지만, 그보다 앞서 평안을 창조하셨기에 더 많은 날 동안 우리에게 평안을 허락하실 줄 믿습니다. 그 평안을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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