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제105회 총회 ⓒ화면캡쳐

혹자는 하나님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써 한국교회를 심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회, 그 중에서도 보수교계의 몰락은 단지 바이러스 때문 아니라 이전부터 저지른 수많은 교만과 그로 인한 오류들의 누적인 것이다. 부와 권력 앞에선 정-교 유착을, 민주와 정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였던 시민들 앞에선 정-교 분리를 내세웠던 얄팍한 선택적 이기주의가 가져온 부패이자 몰락이었다. 그들은 서서히 침몰해가는 대형 선박 같은 상황이었지만 과거 일본이 버블경제에 취해 주변정세를 나몰라 하듯이 자신들의 붕괴를 예측조차 하지도 못했고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교회 안에 각종 사회적인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복음은 허공에 메인 십자가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번 총회시즌에서의 보수교단들의 모습은 일방적 우클릭이었다. 시민사회의 염원과 분노를 깡그리 무시하고 짓밟아가며 자신들의 교계내외 정치적 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했다. 고령자는 늘고 젊은이들은 줄어가며 교회수가 감소해간다는 경고적인 통계수치 앞에서도 자신들은 장자교단이란 간판 하나만 가지고 골방에서 자위행위라도 하듯 과거의 영광에 오르가즘을 느끼듯 껄떡댔다. 이러한 두 교단의 모습에 시민사회는 냉담했고 교계 구성원들은 절망해야 했다. 몇몇 사람들이 교회나 교단에서 떠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은 이제는 평신도 포함한 교계 구성원들이 이번 총회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하며 소송 등 각종 불복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시민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이젠 교계 안에서 저항운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나름의 절대권력을 가진 그들에 의해 쫓겨났던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함께 주변 이웃들과 연대를 하며 이를 통해 착실히 생존해나갔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규모는 그들에 비해 한낱 보잘 것 없지만 이들은 쫓겨나고 버려졌던 아픔을 알기에 누구보다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먼저 찾아가서 손을 내밀었고 그들 단독 단위로써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기에 교계 내에서 뿐만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나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손잡고 새로운 활동 동력을 만들어냈다. 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정녕 복음이란 것은 사회의 정의와 결코 괴리되지 않음을 감화하게 되고 함께 이들과 연대하였다. 쫓겨난 이들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었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이런 막장스러운 상황에 주목을 받는 것은 주류교단이라고 으스대던 그 교단들이 이단·사이비처럼 경멸하며 어떻게든 배제시키려하는 단위들이었다. 이번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목사가 부총회장으로 당선되었고 기존 대한예수교장로회 계열 교단들의 총회에서 극도로 낮은 여성총대 비율에 비해 많게는 10배가 되는 여성총대들이 참여하였다는 사실로 교계내외 여론에서도 호평을 받게 되었다. 물론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여성총대 비율이 전체의 약 10% 정도 되는 적은 수치였지만 보수교계가 그만큼 압도적으로 남성·고령 중심의 총회였기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보수교단들의 성소수자·차별금지법 문제에 대하여 극우들과 한 배를 타는 결정을 내릴 때 밖에서 다른 목소리를 발표했던 기독단체들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성소수자들의 부모들과 함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및 탄압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극우적 경거망동을 일삼고 있는 교회 및 총회를 향해 지금이야말로 묵은 땅을 갈아엎을 때라고 호소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안수는 불가하단 판정을 내린 예장합동을 향해 총신대 출신 여성 신학자들이 항의를 했으며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을 묵인하게 된 예장통합을 향하여 교회 구성원들과 신학교·교수 등이 함께 연대하여 법적 소송 등 투쟁을 예고했다. 시민들도 이렇게 처절히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속속들이 연대하고 있다.

성경에서도 장자라고 해서 해당자가 마냥 우대를 받은 내용의 기사들을 찾기 어려우며 또한 쫓겨난 이들이 버려진 광야에서 마냥 비참한 최후를 맞으며 버려졌다는 내용들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장자였던 에서가 동생 야곱에 의해 장자권까지 박탈당하였고 아브라함 일가로부터 쫓겨나온 하갈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에게 하나님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고 그들을 통하여 아랍민족을 이뤄내셨다. 지금 한국교계의 상황을 보면 참으로 유사하다 못해 어쩌면 이리 똑같을 수 있을까란 감탄이 나오게 된다. 신약의 요한계시록을 통해서도 첫째교회로서 역사를 이어온 에베소 교회에게 하나님은 마냥 칭찬만 하신 것이 아니라 첫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엄히 경고하셨고 일곱 교회 중 가장 작았던 빌라델비아 교회에게는 여건상 도시도 작았을 뿐만 아니라 유대교의 집요한 공격도 받고 있던 어려움 상황 속에도 위로와 칭찬을 동시에 받았다. 현대 한국교회의 성장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아니겠는가? 과연 절대적 성서무오를 주장하는 교회들은 이 기사들에 대해 무엇이라 변명할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의 미래는 이번 2020년도 각 교단들의 총회에서 결단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규모와 권력에 취한 다수의 보수교회는 극우들과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한국교회는 공공성을 잃고 집단적 이기주의 단체로써 그 역할은 줄게 될 것이다. 교인들도 떠나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뱉는 침과 욕설, 손가락질과 조롱 속에서 그 기반 무엇 하나 남지 않고 철저히 붕괴될 것이며 이미 그 붕괴는 현재진행중이다. 그간 수많은 사람들의 지적 하나하나를 무시한 대가를 지금에서야 한국교회는 받고 있다는 것이다. 난장판이 된 난파선 속에서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제 우리는 단호하게 말을 해야 한다. 과거 흐릿한 영광을 아직도 잊지 못해 절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구본신참의 실패를 처절히 깨닫고 이전의 모습을 싹 다 갈아엎을 혁신을 택할 것인지를.

임석규  rase21cc@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