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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러하셨기에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10.03 21:44
▲ 욥의 고통은 자신이 태어난 날을 저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Getty Image
안 그러냐? 나를 뱃 속에 만드신 이가 그도 만드셨다. 우리를 자궁 속에 지으신 이는 한 분이시다.(욥기 31,15)

한가위 시작인데 욥기를 만나서 주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주어진 책과 위의 본문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욥기를 읽을 때 당혹하게 되는 것은 친구들의 말들이 대체로 욥의 말보다 더 타당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보통 할 수 있는 고백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말들 그 고백들이 지금 욥에게는 비수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욥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지만, 한순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나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의 소식을 듣고 멀고 먼 땅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친구들이 유일한 낙입니다.

아무 말도 없이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의 존재가 상하고 무너진 그에게 자기 속을 털어 놓을 용기와 힘을 주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짙게 밴 처절한 신세한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친구들은 욥에게서 그런 불경한 말이 나올 줄 몰랐고 욥은 친구들이 자기에게 그토록 쓰라린 칼날을 들이댈 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아파했던 일주일이 그림자처럼 사라졌습니다.

치열한 설전이 이어집니다. 말싸움이란게 으레 그렇듯이 친구들의 말은 인신공격으로 이어지고 과거를 끄집어내고 기억을 비틉니다. 맘에 있는 말 없는 말 가리지 않고 쏟아붓습니다. 다시 화해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심한 말을 퍼붓습니다.

어느덧 친구들에게 욥은 악한 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욥은 자기의 과거를 돌아봅니다. 비난받을 일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없습니다. 불의를 기뻐한 적도 없고 불의를 보고 피한 적도 없습니다. 힘없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못들은 척하지도 않았습니다.

유혹당하지 않도록 마음을 지켰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게 재앙을 당할까 두려워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이 그런 두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과 종 사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는 종의 정당한 주장(미쉬파트)을 주인의 지위를 이용해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습니다. 큰 틀에서 역지사지했기 때문입니다.

종과 자신의 관계를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에 비춰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주장을 짓밟지 않으신다면, 나도 종들에게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황금률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종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께 지은 자임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하나님 경외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이러한 인식과 실천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진정 넉넉하고 공의로운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를 하나님 앞에 두려움 없이 설 수 있게 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그의 가슴에는 희망이 솟았습니다.

보름달 같은 희망이 가슴을 가득 채우는 오늘이기를. 창조주를 기억하고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풍성한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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