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진하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아이들에게 오실 그 이를 드러내셨다. ⓒGetty Image

교회의 문이 닫힌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상당기간동안 우리는 얼굴을 맞댈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코로나19 방역수준이 1단계로 내려가면서 드리는 오늘 예배는 마치 처음 드리는 예배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또 하나의 창립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얼굴에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새겨져 있습니다. 나이를 넘어 어린 아이 같은 모습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서 바로 이 모습을 보기 원하셨습니다. 대제사장 같은 권력층의 사람들이 예수의 일을 못마땅하게 여길 때에도 아이들은 성전 안에서 예수를 향해 “호산나! 호산나!” 외칠 수 있었습니다(마 21,14-15). 기득권을 움켜진 그들은 아이들에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성전과 저 어른들의 위력 앞에서 아무 주저함도 없이 자신들이 보고 느낀 것을 기뻐하며 그 기쁨과 감동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오늘의 본문이 하나님께서 지혜자들에게는 이것을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셨다고 하는 이유를 우리는 조금이나마 그 사건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들은 맥락 없이 시작되기에 예수께서 무슨 질문에 대해 그리 말씀하시는지 곧바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는 말에 의거해서 물음을 이 장에서 찾는다면 본문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물음은 2절에 있는 세례 요한의 질문과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입니까? 그렇다면 27절의 말씀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세례 요한 조차 그렇게 묻는다면 그 시대 사람들 가운데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었겠습니까? 아들을 아는 이는 아버지 밖에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위의 구절도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오실 그 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명사는 드물지 않게 뒤의 것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실 그 이를 기다리며 찾는 자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셨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학자도 있고 종교인들도 있고 권력자들도 있었습니다.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이고 지혜자들이고 힘있는 자들이었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보았지만 깨달을 수 없었고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로부터 너네들이 뭘 아느냐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어린 애들에게 그것을 나타내셨습니다. 저들의 행태에 비춰볼 때 하나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이었습니다.

시편은 하나님께서 어린아이와 젖먹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힘의 기초를 삼으셨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권력들 때문입니다. 이들을 몰락시키고 그들을 대체하기 위해서입니다.

옹알이 하는 소리와 재잘거리는 말들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이었습니다. 정교하고 깊이 있고 사리에 맞는 것 같은 말들을 앞세우며 억압과 불의를 일삼고 하나님을 거역하는 자들의 현실을 하나님은 약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의 내용 없는 말들을 사용하여 바꾸실 것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그의 말씀으로 모든 것이 있게 하신 하나님입니다.

그 하나님이 이제는 철벽으로 둘러싼 대적자들의 성을 아무 것도 아닌 말들로 무너뜨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와 젖먹이 같이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절로 뭉클하게 되는 새세상을 지으시려 하십니다.

그 일에 하나님은 사람을 부르십니다. 아들을 알고 그의 아버지를 아는 자들입니다. 아들이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계시하기를 원하는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아들에게 넘기셨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갈릴리 호수에서 강풍을 만나 위기에 처했을 때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하게 되었고(마 14,22-33), 베드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게 됩니다(마 16, 13-17). 십자가 곁의 백부장은 예수의 죽음을 보고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말하게 됩니다( 막 15,39).

이렇듯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스스로의 깨달음이었다기 보다 알려지는 것이었고 앎을 향해 이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계시라고 합니다. 숨겨져 있던 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비밀을 바로 어린아이들에게 계시하셨고 그 입으로 말하게 하십니다.

오늘의 본문은 여기서 분위기가 갑자기 변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초청하시며 자기에게로 오라고 부르십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오실 그 이의 표지를 요한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과 비교됩니다.

“눈 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걷고,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마 11,2)

그렇습니다. 질병과 장애, 가난과 죽음의 짐을 짊어진 사람들을 예수께서는 부르시고 그들에게 쉼을 주시고자 하십니다. 삶의 짐을 지고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시며 그들을 섬기십니다. 섬기시는 이 예수께서는 사람들 스스로 벗을 수 없는 그들의 짐을 내려주십니다.

해방의 쉼으로 활력을 되찾게 하십니다. 그들에게 그의 짐을 함께 지고 함께 가자고 하십니다. 그에게 섬김을 배우고 삶의 방향을 돌이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함께 짊어지자고 하십니다.

그 짐은 생명과 평화의 짐입니다, 함께 나눠 지는 짐입니다. 그래서 그 짐은 세상이 지워주는 어떤 짐보다 가볍고 쉽습니다. 그 짐을 함께 메는 것이 사랑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사랑의 불을 우리 가슴 속에 지피십니다.

이 초청에 응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수께서 아들과 아버지의 비밀을 알려주시기 원했던 사람들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오늘, 우리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기를 빕니다. 그 사랑의 불을 안고 사는 우리의 날들이 펼쳐지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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