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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종이 되는 길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10.25 14:12
▲ Dirck van Baburen, 「사도들의 발을 씻기는 그리스도(Christ Washing the Apostles Feet)」 ⓒWikimediaCommons
주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가시니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십니까? 예수께서 대답하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 것이다.(요한복음 13,6-7)

예수께서는 유월절이 가까왔던 어느날 그의 제자들에게 특별한 일을 하십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가 이제 일을 마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때가 되었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제자들이 안쓰러우셔서 그랬을까요?

아직 저녁식사 중이었는데 갑자기 주님께서 일어나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뜨셨습니다. 뜻밖의 행동입니다. 제자들은 주님께서 ‘뒤늦게’ 무엇을 씻으려시는걸까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이 제자들의 발을 하나 하나 씻어주기 시작하십니다. 미처 발을 닦지도 못한채 식사를 해서 그러시는 것일까요? 제자들은 아무 것도 묻지 못했고 거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주님께 발을 내맡긴 채 물 따르는 소리와 함께 주님의 손길을  느낄 뿐입니다. 아마도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을 대접입니다.

발 씻을 물을 내주는 것이야 비교적 흔한 일이었겠지만, 발을 씻어주는 것은 특별한 일이고 또 종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자기들이 따르고 모시던 주님이 이렇게 하실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야말로 파격입니다.

베드로는 자기 차례가 되자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냐고 그럴 수 없다는 투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주께서는 그의 행동보다도 어쩌면 이해하기 더 어려운 말씀으로 답하십니다. 주님은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지금은 네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중엔 알게 되리라고 하십니다. 나중이 언제일까요?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신 후에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 선생이요 주(主)인 내가 너희 발을 씻어준 것처럼 너희도 ‘서로’의 발을 씻어주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서로’를 지금 그 말을 듣는 제자들에게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서로’에는 동료들도 있고 또 제자삼은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일을 그들이 본받아 그들 사이에서도 계속 그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은 주님의 그와 같은 명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해야 하는 물음입니다. 그대로 한다고 그 행위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은 지금 종이 할 일을 주와 선생으로서 하셨습니다. 주와 선생의 위치와 역할이 바뀌지 않지만 주님은 동시에 종의 종이나 제자의 종이 되셨습니다. 종과 제자를 주로 삼으신 것과 같습니다. 그때에만 참으로 주와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기꺼이 시중드는 자가 되셨기에 주님이 되셨습니다.

주님은 군림하는 주가 아니라 섬기는 주입니다. 이것이 서로의 발을 씻어주라는 말의 속뜻입니다. 우리에게 그 뜻을 살라고 하십니다.

주님은 하나님으로부터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셨고, 이 땅에서는 사람의 주요 선생이지만 사람의 ‘종’으로 사람을 섬기셨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그를 죽음에서 일으키셨고 다시 하늘로 올려가셨습니다. 사람의 ‘종’이 되신 주님, 진정으로 주님이시기에 그러실 수 있었습니다.

종이 되는 자유인의 삶을 사는 주님을  이해하고 닮아가는 오늘이기를. 주께서 하시는 일을 깨달음으로 기뻐하고 새힘을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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