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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을 더불어 살리는 ‘기살림’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삶을 둘러싼 사회를 향한 관심이다
한민석 | 승인 2020.11.13 16:37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먹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대인들에게 음식이란 단지 가격이나 칼로리와 같은 영양성분표와 같은 숫자에 집중하게 된다. 음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 특히 생산과정에 대한 궁금함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단순히 메뉴판 옆 원산지를 표기하는 작은 의무 정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현대의 인간은 자신이 소비하고 먹는 것에서 소외되고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소외되고 고립된다.

이는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소비와 섭취 문제는 인간의 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먼저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2020년 10월 13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농어민선교 목회연합회’(회장 박승규 목사[신기교회], 이하 기장 농목)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농촌교회와 목회>(류장현 교수) 수업이 진행되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날 세미나는 ‘생명 살림 운동으로서의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살림서울생협’(이하 기살림) 상임이사인 유근숙 목사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면하는 생활협동조합

먼저 유 목사는 인체나 환경에 어떠한 유해성이 가해지더라도, 그것이 더욱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질 수 있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교환가치에 중심을 둔 사고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반해 1980년대부터 일어난 ‘생협 운동’은  문제 많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흐름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차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생협 운동은 기존의 남성 그리고 노동자 중심 사회구조와 달리 여성과 전업주부와 같은 ‘생활자’를 전면으로 운동의 주체로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즉 생협 운동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체적으로 움직인 운동이며 산업화 속 개인화, 개별화 과정에서 인간이 겪은 소외를 공동체 속의 개인으로 재결합시키려 시도라는 것이다.

유 목사에 따르면 생협 운동은 ‘먹거리’라는 필수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다른 새로운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생협 운동이 경제 행위 안에서 생산이나 교환을 통해 얻어지는 ‘교환가치’만이 아니라 소비 과정을 통해 생산과 생산물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용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교환가치에 현혹됨이 없이 일상에 필요한 진정한 가치를 일으키는 ‘생활 소재’로서의 의미를 담아 생협 취급 물품을 ‘상품’이 아닌 ‘생활재’ 혹은 ‘물품’으로 부른다는 사실에서 그 정당성을 찾았다.

또한 생협에서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소비하는 물품이 어떠한 이력을 가지고 생산되며 그것을 생산한 생산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대면 관계를 통한 협의(協議)의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생협 운동은 생활자인 여성에 의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면하는 ‘협의의 경제’로 회복하고 새로운 공동체적 생태적 관계를 모색하는 구체적인 생활영역에서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농촌교회, 여신도회, 총회의 뜻이 모여 2013년에 첫걸음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기장여신도회의 ‘생명문화창조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된 ‘생명 밥상 빈그릇 운동’과 ‘농촌교회와의 직거래운동’이 기장 내 생협 운동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유 목사는 말했다. 이후 2008년 제93회 기장 총회에서 전 지구적 생태 위기 앞에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 교회의 선교과제임을 인식하며 ‘생태공동체 운동본부’가 설립되고, 2012년 92회 총회에서는 ‘농촌선교특별위원회’가 5년간 설치되어 건강한 농촌교회를 지속하는 방안으로 생협 설립을 결의했다고 회고했다. 농촌교회를 섬기는 목사님들의 노력, 생명 밥상 운동을 이끌어온 여신도회의 정성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전하고자 열망한 생태공동체 운동본부의 뜻이 합쳐져 ‘기살림’ 서울생협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기살림 서울 생협’은 자발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통해 농촌교회 교우가 생산해 낸 농산물로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어 ‘생명 밥상 공동체’를 이루며 예수 그리스도가 보인 하나님 나라와 초기 교회의 친교공동체를 회복하고, 나아가 생명을 풍성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참여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살림 생협은 조합원 직거래로 연결함으로 생명 농사를 지어 생산한 먹거리를 생산자의 물품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소비를 증진하고 생산자들을 격려하는 ‘중간통로’ 역할을 한다. 또한 기살림은 농약, 비료, 제초제를 쓰지 않는 ‘삼무운동’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목회자 인증제도 등 다른 생협과 차별성을 가지며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 SNS 활용등 해결해야 되는 과제도 많아

기살림 생협은 지금까지 묵묵히 활동을 이어왔지만 유 목사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첫째로 교단 내에서 기살림이 자리 잡는 어려움이다. 교단차원에서 발족하고 시작된 생협 운동이지만 기살림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적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기후 위기 시대에서 기살림 생협 운동은 일상으로 체화하는 구체적인 신앙 운동으로서 개인부터, 가정, 교단, 지구까지도 살릴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왜 기살림 생협이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여 교단 전체의 운동으로 전개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실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둘째로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어려움이다. 매장 없이 운영되는 기살림 생협이 많은 참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 홈페이지와 SNS를 활용해야 한다. 젊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젊은 실무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생산자 조합의 필요성,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함께 책정하는 가격조정 등 기살림생협은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어려움 또한 겪고 있다.

판데믹이 지속되고 ‘비대면’이 새로운 가치가 된 현 상황에서 농촌과 도시는 그에 발맞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때 기살림이 가지고 있는 고집스러운 원칙은 분명 새로운 가치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기살림 생협 운동이 새로운 시대 안에 소비자와 생산자, 도시와 농촌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함께 상생하는 살림과 화해의 도구가 되길 소망해본다.

한민석  addmirer1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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