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ward Hicks, 「The Peaceable Kingdom」 (1830-32) ⓒWikiArt

오늘의 시간 속에서 세계는 불행한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고, 밀림은 줄어들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고산지역의 만년설이 사라지고, 해수의 온도와 수면은 상승합니다. 새로운 질병이 출현하고 감당키 어려운 정도의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와 위기 앞에서도 각 나라들은 이기적 목표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고 헛된 상상을 합니다. 개개인도 일부를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만 괜찮고 오늘이 무사하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타인 특히 후세대에 대한 배려와 연대의식이 매우 약합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이대로 가면 그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막연하게나마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예언자들처럼 그에 대해 경고하는 일부 과학자들과 그린피스 활동가들 같은 이들이 있으나, 그들의 소리를 듣고도 행동을 취하는 이들이 별로 많지 않으니 참 기이한 일입니다. 예언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외면당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그들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오늘의 본문은 새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새세상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세상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현재 세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세상은 기다려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행동의 목표로 우리의 행동을 견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위치를 독특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사람을 하나님의 관심에 봉사하는 자로 그립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관심사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가 생명으로 가득차게 되도록 일을 하고 또 생명들의 평화로운 공생을 위해 세계를 관리하는 것이 인간이 할 일입니다. 세계를 위한 봉사와 섬김이 인간의 본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곧 이를 망각하고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 위에 군림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행위는 생명의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대신 병들고 쇠약하고 시들게 하였습니다(호 4,3 참조). 사람과 자연의 조화는 파괴되고 하늘과 땅은 부조화를 겪습니다. 시대가 거듭될수록 부조화의 관계는 심화되었고, 자연의 신음은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뒤집힌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평등한 관계가 불평등한 계급관계로 전락된 것과 중첩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과 그 역사에 의해 왜곡된 창조의 목적과 관계들을 바로 펴자고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새하늘과 새땅의 창조를 말씀하시는 까닭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본문이 말하는 새창조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두 차원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일한 것의 결과를 수탈당하는 일 없이 자신이 누릴 수 있습니다. 노동의 소외가 극복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관계의 회복이며 인간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이전의 지배관계가 소멸되고 새로운 사회가 출현합니다. 평화와 평등이 노래하고 존중과 배려가 넘칩니다. 축제의 사회입니다.

그 사회는 오늘날에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각종 질병과 재난으로부터 해방된 사회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연한을 누구나 누릴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그 사회에서는 수명과 건강수명의 구별이 없습니다. 행복의 조건이 두루 갖춰진 새하늘 아래 새땅 위에서의 생활입니다. 질병과 재난으로부터의 해방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회복된 모습의 한 측면입니다.

오늘의 본문 끝에는 이사야 11장 6-9절을 연상케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고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고 뱀은 흙을 양식으로 먹을 것입니다. 동물계의 법칙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던 먹이사슬이 완전히 소멸됩니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탈과 지배관계가 소멸된 것과 같습니다.

이사야 11장 6절과 8절은 어린 아이가 독사굴에 손을 넣고 놀며 이리와 어린 양, 포범과 어린 염소,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고 사람에게 모든 동물들을 ‘다스리라’ 하신 명령이 실현된 모습일 것입니다. 이로써 새창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든 처음 창조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것임이 밝혀집니다. 우리는 이러한 새창조의 전망을 갖고 창조의 모습을 상실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당장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회복된 세상은 우리 실천의 지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계시록의 본문은 창조절을 시작하면서 선택했던 본문입니다. 여기서 그려지고 있는 새하늘과 새땅의 모습도 위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탈과 지배체제 아래서 고난당하고 죽임당한 이들의 한을 하나님은 풀어주시고 아픔과 슬픔과 눈물이 다시는 없게 할 것입니다. 이 점에서 두 본문은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그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그의 백성이 될 것입니다.

이사야 본문은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 전에 들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새하늘과 새땅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오랫동안 목표로 해왔던 모든 관계들이 완성될 것입니다.

이것은 그저 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계획입니다. 그 성취과정은 우리에게 가려져 있을지라도 우리는 오늘 그 길을 가야 합니다. 함께 그 길을 찾고 함께 그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신음하고 두려워하는 세상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보여주어야 할 하나님의 미래입니다. 그 미래는 오늘 우리를 통해 우리의 현실 속에 스며들고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 갈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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