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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권이민수입니다”[기자수첩] 부모님의 성을 모두 쓰게 된 이유 ⑴
권이민수 | 승인 2020.12.03 16:44
▲ 함께 사는 ‘반려견 사탕이’와 함께 애견 동반 카페에 방문한 권이민수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이번에 에큐메니안에서 정식 기자로 함께 하게 된 ‘권이민수’ 기자입니다. 그간 공식과 비공식을 넘나들며 여러 기사로 여러분을 찾아뵙곤 했습니다. 이제 정식 기자가 됐으니 좀 더 자주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게 될 거 같습니다. 에큐메니안의 가치에 따라 독자님들께 다양한 현장과 좋은 글이 담긴 기사를 보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내 이름을 소개할 때면 신기한 눈초리로 다시 한번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이름을 우연히 본 한 가게 주인도, 여권을 만들기 위해 방문한 구청의 직원도 내 이름을 두어 번 물어보고는 “처음 봤는데, 너무 신기하네요.” 이야기했다. 과거 90년대 호주제 폐지를 목표로 ‘양성쓰기’ 운동이 한창 진행되기도 했지만,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이 함께 있는 이름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낯설기만 한 것 같다.

행정상 내 이름은 성이 ‘권’, 이름이 ‘이민수’다. 지난 2018년 9월 ‘권민수’에서 ‘권이민수’로 개명했다. 아버지 성인 ‘권’만 있던 내 이름에 어머니 성인 ‘이’를 붙였다. 어떤 이들은 ‘호주제도 폐지됐는데 굳이 어머니 성을 붙일 필요가 있냐’, ‘나중에 애를 낳게 된다면 너무 복잡해지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내 개명에는 거창한 대의가 담겨있지는 않다.

양성을 쓰게 된 계기는 대학원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대화 중에 어머니 성을 넣어 개명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당시 나는 그냥 가볍게 흘려 듣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며칠 후, 어머니와 오랜만에 회를 먹는데 우연히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앞으로 제가 논문도 쓰고, 기사도 쓰고 하면 제 이름이 담긴 공적인 글이 나오는 셈인데 그 전에 어머니 이름을 넣어서 개명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너무 좋다.”고 하셨다. 어머니와의 대화는 내게 이름 개명에 대한 확신을 줬다. 어머니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름 개명의 과정은 조금 귀찮을지언정 복잡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지역의 가정법원에 찾아가 개명허가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때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개명 사유를 잘 작성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난 ‘저를 낳아주신 어머님께 효를 다하는 마음으로 개명 신청한다.’고 작성했다.

그 외에 본인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본 등 첨부 서류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개명허가신청서 접수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개명허가결정문을 기다리면 된다. 성인은 3개월, 미성년자는 1~2개월 정도 소요된다. 개명 신청비용은 약 5만 원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더 저렴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간편한 이름 개명 절차와 달리 내 이름 개명은 조금 힘들었다. 개명 신청한 내 이름이 한자 한글 혼용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내 이름은 권세 권(權), 굳셀 민(暋), 물가 수(洙)의 한자 이름이었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작명소에서 받아 온 나름 귀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우리가 이름의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력서에 기재할 때뿐이다. 한자 이름의 필요성을 못 느낀 나는 과감히 한글 이름 ‘민수’로 개명 신청을 했다.

어머니 성을 어떻게 붙일 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일단 아직 한국은 성을 두 개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렇다면 성을 어머니 성으로 바꾸던지 이름에 어머니 성이 들어가야 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성을 바꾸는 것이 이름 개명보다 복잡하기도 하고 ‘이권민수’는 그다지 예쁜 이름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성은 ‘이’ 씨, 한자로 ‘오얏 리(李)’를 사용한다. 내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한다고 해도 어머니 성은 분명하게 한자로 넣어 성 씨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李(이)민수로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는 한자ㆍ한글 혼용 이름이 잘 허락되지 않던 시점이라 개명 불허가 떨어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자ㆍ한글 혼용 이름을 허가받은 사례가 다른 지역에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례들을 한데 모아 다시 재신청을 했다. 결과는 ‘개명 허가’였다. 덕분에 나는 권이민수로 잘 살고 있다.

이름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구별하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소개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나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는 나의 행복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 그리고 자녀에게 어떤 성을 물려줄 것인지 결정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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