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stave Doré, 「John the Baptist Preaching in the Wilderness」 ⓒGetty Image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평안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주어진 이 평안을 날마다 선택하며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해마다 성탄을 기다리며 대림절로 지키고 있는 이유는 나와 상관없는 또는 멀리계신 주님이 아니라 나에게로 오셔서, 나와 여전히 함께 계시는 주님으로 ‘다시’ 경험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난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경험과 고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는 믿음을 위한 신앙훈련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불교 조계종에 속한 한 스님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는 책 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명상, 힐링 관련 작가이기도 합니다. 사건은 이 스님의 집이 TV프로에 나오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스님의 집은 지하1층에서 지상3층으로 이루어진 단독주택이었고, 남산을 볼 수 있는 멋진 뷰를 가진 집이었는데요. 이 집을 본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반응을 보였는데요. “무소유가 아니라 풀소유다,”(다 갖추고 산다는 의미입니다.)라는 조롱을 하며 “어떻게 스님이 저렇게 살 수가 있느냐?”라고 반응했습니다.

우리도 보통 ‘스님’이라고 하면 적게 소유하고, 속세와는 먼 삶을 사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방송을 보고 종교인에 대해 더 실망하게 되었는데요.

많은 이들이 비난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아마 그 가운데 그리스도인들도 많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남을 비난하고 판단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엄격한 잣대를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대야 한다는 겁니다.

타인을 향해 “이렇게 살아야지, 저렇게 살아야지”하는 잣대가 자신을 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을 비판하고 판단해봤자 우리 자신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우리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대림절에 더욱 우리 자신을 바라보며 주님이 오실 만 한 성소로 만들어 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성소로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어떤 태도로 믿음을 세워 가야 할지 오늘 본문을 통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성도님들에게 기쁜 소식은 무엇인가요? 들을 때 바로 미소 짓게 되는 소식이 있으신가요? 지금도 무언가 이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소식이 있으신가요?

오늘 본문은 ‘복음’, 기쁜 소식에 대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마가복음의 첫 구절입니다. “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당시 로마제국의 통치 아래에 살아야만 했던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통치 아래에 살았을 때 얼마나 많은 수모와 수치를 당했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또 죽었습니까?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어 누구라도 영웅이 되어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기다리는 메시아는 반드시 로마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자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은 이들이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메시아, 그리스도에 대해 전하고 있습니다. 메시아는 이미 오셨어. 그 이름은 예수이며,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셔. 그분이 하실 일들 때문에 좋은 소식이 아니라 그 분의 존재가 복음, ‘기쁜 소식’ 이시지.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쁜 소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존재 자체가 기쁜 소식이라고 오늘 본문은 선언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때로 자녀를 하나님의 선물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자녀가 나에게 효도함으로써 기쁘기 때문에 말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기 때문에 선물이라고 표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가복음은 시작부터 우리가 바라는 ‘복음’에 관한 환상을 꺾어버리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무엇을 바랬던지 간에, 너희가 무엇을 상상하건 간에, 그건 아니야!” 이런 느낌입니다.

‘메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면, 기준을 정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이 이미지와 기준을 폐기해야만 했습니다. 폐기하기 위해 이후에 나오는 구절의 말씀과 같은 과정을 당시의 유대인들도 지금의 우리들도 겪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3절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보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이사야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이사야 40:1-3의 본문을 비교해 보면 마가가 이사야서를 인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너희는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위로하여라!” 너희의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2 “예루살렘 주민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일러주어라. 이제 복역 기간이 끝나고, 죄에 대한 형벌도 다 받고, 지은 죄에 비하여 갑절의 벌을 주님에게서 받았다고 외쳐라.” 3 한 소리가 외친다. "광야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아라. 사막에 우리의 하나님께서 오실 큰길을 곧게 내어라.”

그리고 오늘 본문은 이 길을 곧게 하는 이가 바로 세례 요한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주님이 오실 길을 곧게 닦기 위해 무엇을 했나요?

“4 세례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5 온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 사람이 다 나아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요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라.”

복음, 기쁜 소식은 ‘죄의 회개’를 먼저 요청합니다. 복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회개할 것을 먼저 요청합니다. 우리도 세례 요한처럼 ‘회개’의 말씀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회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비우는 신앙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개’는 단순하게 ‘예수님 지금까지 잘 못 살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가 한 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수도사들의 청빈하고 단순한 삶, 침묵의 영성이 현대인들에게 영혼을 샤워하게 해 주는 느낌을 갖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이 교황의 지시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경북 상주에 설립이 되었습니다. 이 수도원의 수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고 단계별로 내려놓아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들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자, 포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수도사로서 헌신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죠.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헌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오로지 마음이 순수한 사람에게만 하느님을 보는 것이 허락된다.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포기가 요구된다.”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느 누구나 하나님을 볼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값싼 은혜”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의 본회퍼 목사님은 “아무런 노력 없이, 책임성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고 성화되지 않은 회개로 주어지는 은혜는 시체나 뜯어 먹는 값싼 은혜일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저를 비롯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값싼 은혜’를 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은 오늘 마가복음 본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동일한 이야기가 기록된 마태복음에서 세례를 받기 위해 온 바리새파, 사두개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태복음 3:7-10 “7 요한은 많은 바리새파 사람과 사두개파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징벌을 피하라고 일러주더냐? 8 회개에 알맞은 열매를 맺어라. 9 그리고 너희는 속으로 주제넘게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다' 하고 말할 생각을 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 10 도끼를 이미 나무뿌리에 갖다 놓았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어서, 불 속에 던지실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않습니까? 대학교 시절에 저희를 가르치시던 오영석 교수님이라는 분의 전설적인 말이 있는데요. “너희가 5천 번을 설교해봐라 성도님들이 변하나, 그런데 그러다가 한 분이라도 변하는 분이 계시면 그건 네 설교 때문이 아니라 성령이 하신거야.”

남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너, 자신부터 변하라는 의도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회개’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의 변화, 비움에 집중할 것을 요구합니다. 수도원의 수도사처럼은 아닐지라도 우리도 일상에서 신앙의 훈련을 통해 치열하게 비워내는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 때 비로소 우리가 세례 요한처럼 타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3절)고 선포할 수 있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6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 7 그가 전파하여 이르되 나보다 능력 많으신 이가 내 뒤에 오시나니 나는 굽혀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기대하도록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세례 요한 자신이 독특한 삶을 살면서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로 와서 물로 세례 받기를 원할 만큼의 겸손한 삶의 본을 보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리새파, 사두개파 사람들이 어떻게 요한에게 세례 받고자 나타났겠습니까?

세례 요한처럼 우리의 모습도 타인에게 예수님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이 타인에게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내는 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례 요한은 마지막으로 8절과 같이 선포합니다. “8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거니와 그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리라.” 예수님의 오심을 인내하며 기다린 자들에게는 성령 세례를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가도록 적극적으로 인도하시는 영이십니다. 우리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마음의 소원’을 깨닫게 하시고 이 소원을 이루어 가시는 영이십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이 대림절에 진실한 ‘회개’로 예수님이 오실 자리를 비워낼 수 있는 성도, 자신을 성소로 만들어가는 성도는 반드시 기쁨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이미 우리에게 보내신 성령과 함께 동행 하는 삶을 살게 될 줄로 믿습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