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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마지막 남은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지켜줘야 한다”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개 종교 노동인권연대 기자회견 김진숙 노동자 복직 촉구
권이민수 | 승인 2020.12.10 12:42
▲ 12월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의 종교인들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참여해 마지막 남은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이민수

12월 9일 오후 1시, 찬 공기가 감도는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인들과 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노동자 복직 및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3개 종교 기자회견(이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기자회견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 평화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3개의 종교 노동인권연대가 주최했다.

김진숙 노동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다. 그는 1986년 노동조합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이후 한진중공업 투쟁 현장을 비롯 여러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제7회 ‘박종철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진행한 고공농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오랜 복직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진숙 노동자만이 복직 대상에서 제외되어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남은 해고 노동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전파 위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기자회견 인원은 9명으로 제한됐다. 주최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9명’에 대한 해석을 두고 주최 측과 경찰 간의 설명이 갈려 갈등이 빚기도 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바깥에 있는 사회자를 9명에 넣은 것이다. 주최 측은 경찰 측이 과도한 해석으로 기자회견을 방해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기자회견 참석자 한 사람이 빠진 뒤에야 기자회견은 정상 진행될 수 있었다.

한동안의 실랑이 이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양한웅 위원장의 사회로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종교인이 나서겠다

종단별 발언의 첫 번째 순서는 시경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이 맡았다. 그는 “1987년 노동자 투쟁으로 무시와 억압, 차별과 반인권, 반노동이 판치던 나라에서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그 힘으로 겨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때 해고당한 노동자인 김진숙 님이 아직 해고자이고, 정년을 20일 남겨놓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또 “불교인, 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 뿐”이라는 말도 전했다.

특히 시경 스님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끄럽지 않으냐!”며 격양된 어조로 일갈하기도 했다. 김진숙 노동자 복직과 명예회복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양한웅 위원장에 따르면 “정부는 개별사업장의 문제에는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쌍용자동차, 파인텍 등의 노사분규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며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경 스님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사회적인 약자의 고통과 그들의 소망을 들어줄 때 국가의 품격과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한 마음을 집단이 가질 때 그 집단에 좋은 일이 일어난다. 그것이 종교의 가르침”이라며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종교인이 나서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두 번째 종단별 발언은 이주형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였다. 이 신부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 부산광역시의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이미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한 여러 단위와 사례를 언급하며 “(그럼에도) 왜 이것(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이 풀리지 않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십 년간 노사관계에서 있었던 앙금과 갈등이 (아직) 남은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우려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신부는 “당연히 (갈등은) 풀려야 하고 풀어야 한다. 종교인들이 이렇게 코로나 19 감염 시국에 나온 것은 그런 갈등의 소혜를 위해서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위기에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 풀어야 한다.”며 기업과 사람, 사회 모두가 온전해지기 위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 종단별 발언자로는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가 나섰다. 그는 “김진숙 노동자의 해고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의 반 노동자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가 김진숙 씨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 목사는 김진숙 노동자의 해고 이유와 김진숙 노동자가 받았던 탄압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반노동자, 반노조 정책을 접고 노동자, 노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반노조 정책의 희생자인 김진숙 씨부터 복직시키고 나서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한진중공업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국가가 운영하는 은행이라는 점을 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진숙 노동자가 부산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던 동지였고, 문 대통령이 김진숙 노동자 해고의 부당함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들며 문 대통령이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외면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노동자와 노조가 민주화 운동의 유공자라고 인정한다면 가장 먼저 존중받아야 할 분은 김진숙 씨”라며 박 목사는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그의 삶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의 표시로 지금이라도 그의 복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김진숙 마지막 해고자의 복직과 명예를 찾아주자

종교인들의 발언이 끝나고 금속노조 위원장인 김무규 위원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김진숙 노동자가 현재 암이 재발 및 전이된 상황이라며 “최대 항암제는 복직”이라고 했다. “이 시대에 양심이라고 하는 것이 살아있다고 한다면 깜빡 깜빡 SOS를 보내는 김진숙 조합원이 그 뜻을 밝힐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

모든 발언 이후, 당사자 발언으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이주경 부지부장이 섰다. 이 부지부장은 “김진숙 마지막 해고자의 복직과 명예를 찾아주기 위해서 종교인 여러분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모아줘 감사하다. 그 뜻을 모아 김진숙 조합원 꼭 복직시키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과거, 다들 인권도 모르고 그저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에 홀로 부당함에 맞섰던 김진숙 노동자의 모습을 회상했다. 이 부지부장에 따르면 김진숙 노동자는 오랜 시간 투쟁에 함께 해온 그의 동지이자 그를 비롯한 여러 노동자를 지켜줬던 존재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김진숙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을 위한 종교계 입장문’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날은 추웠지만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은 뜨겁게 타올랐다.

다음은 3개 종교 노동인권연대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을 위한 종교계 입장문

한진중공업은 1937년 부산 영도구에 건설된 대한민국 최초의 철강 조선소입니다. 동양 최초 맴브레인형 LNG선 건조, 신공법을 이용한 군함과 컨테이너선 건조 등을 통해 한때 부산지역 매출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며, 경남지역에서 1만 명 이상의 관련 노동자가 종사했고 부산 대표 향토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진중공업은 무리한 해외투자, 모기업 총수의 퇴출,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진 기나긴 민주노조 투쟁의 상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김진숙 노동자가 있습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1981년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지만, 1986년 7월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투쟁 과정에서 동료들이 의문사로 죽고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숙 노동자는 해고자의 신분으로 지난 35년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노조 탄압 등에 저항하며 타개한 동료들의 몫까지 싸워왔고, 2010년 단신의 몸으로 크레인에 올랐으며, 희망버스를 통해 부당한 노동탄압을 알렸습니다. 김진숙 노동자의 도움으로 동료들은 복직됐지만 그는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괴롭고 힘든 항암 투병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진중공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 및 해고노동자 김진숙 노동자 복직 촉구 결의문>을 발표한 부산시의회를 비롯해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인사들이 복직을 청원하고 있습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한국의 불의에 저항했던 노동운동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분께서 김진숙 노동자의 고단했던 투쟁을 기억하며 복직을 요청하는 것은 그의 삶이 우리 사회의 부당하고 잘못된 것에 맞선 용기 있는 행동이자 약자들의 목소리와 희망이 되어주었기 떄문입니다.

2009년 11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도 ‘한진중공업에서의 노조 민주화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부당해고’임을 명시하면서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벌써 10년이 넘도록 한진중공업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측은 경영상 배임, 산업은행의 반대를 명분 삼아 복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에서도 이를 사실무근이라 일축했으며, 법률적으로도 배임이 될 수 없음은 이미 판명됐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불과 한 달 남은 김진숙 노동자의 정년이 지나면 복직이 불가능하니, 정년을 넘기기만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실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은 단순 노사분규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맞서 인권을 수호하고 정의와 평화를 지켰던 시대적 징표이자 의로운 헌신이었습니다. 부당노동행위와 상시 해고, 손배가압류가 횡횡하던 속에서 민주주의와 노동존중사회, 약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지극히 올바른 지향을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그의 복직은 우리 사회의 불의함을 바로잡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또한, 정년을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복직이어서만도 안 되겠습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35년간 부당함에 맞서다 고통받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위로와 보호, 현실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현실적 보상에 대한 사측의 부담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사측이 고민하는 배임 문제도 2018년 7월 KTX 여승무원 문제의 선례를 보더라도 양측이 원만히 합의하면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오래된 앙금과도 같은 갈등을 지혜로이 풀 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경영, 국민과 정부에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측의 대승적인 결단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종교계는 기도하며 간곡히 촉구합니다.

하나!,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즉각 이행해주십시오.”
둘!, “사측은 책임감 있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다시금 종교계는 간곡히 호소합니다. 김진숙 노동자를 통해 드러났던 인권탄압, 적폐, 자본의 전횡을 시급히 종식할 수 있게끔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정부와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협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3대 종교도 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협력하겠습니다.

2020년 12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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