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상이란 이 땅에서의 부귀영화가 아닌 것,
목사로서 차별당하고 혐오 받는 사람을 품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12월 14일 오후4시 제1회 ‘무지개목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이동환 목사하게 유연희 박사가 건넨 축하의 인사말이었다. 이날 시상식은 무지개신학연구소와 퀴어신학아카데미가 주최해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진행되었다. 제1회 무지개목회상 수상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 이하 감리교) 영광제일교회에서 목회 중인 이동환 목사였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 해 8월, 인천 부평역 북부 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에게 꽃잎을 뿌리고 축복을 비는 기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6월 벌어졌다. 이를 인지한 감리교단에서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라는 이유로 이 목사를 교회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재판 결과 이 목사는 ‘정직 2년’을 처분 받았다. 면직을 제외하면 감리교회법상 가장 형량이 높은 처분이었다.

▲ 무지개신학연구소와 퀴어신학아카데미가 주최한 제1회 무지개목회상 시상식에서 한인철 교수가 수사장인 이동환 목사에게 상을 수여했을다. ⓒ권이민수

“많이 미안했다”

시상식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됐다. 참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영상 중계도 함께 이뤄졌다. 이날 시상식의 사회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자캐오 신부가 맡았다. 그는 “이 자리는 성소수자 길벗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기 때문에 “뜻 깊다”고 했다.

첫 순서는 인사말씀 및 시상취지로 무지개신학연구소 소장인 김준우 교수가 마이크롤 잡았다. 그는 “많이 미안했다”는 말로 첫 마디를 뗐다. 치열한 신학적 논쟁을 통해 신학자가 먼저 고난을 받아야 하는데, 신학자가 아닌 후배 목회자가 먼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먼저 종교재판을 받게 된 것이 신학자인 김 교수 입장에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이동환 목사가 재판에 회부된 것은 이 목사의 성품이 어떤 지를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질문만 한다. 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목사가 (질문만 하지 않고) 재판까지 받게 된 것은 이목사가 사랑의 혁명가인 예수의 잔치에 동참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한인철 박사(연세대학교, 무지개신학연구소 이사장)의 시상 및 상패 전달이 이어졌다. 상을 받기 위해 나온 이동환 목사의 표정은 밝았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내외에서 고난을 받는 그였지만, 연대와 응원의 손길이 그에게 큰 힘이 된 듯 보였다.

시상식에 이어 ‘길가는밴드’의 축하공연도 있었다. 길가는밴드는 가수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커버(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만의 음색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것)해 불렀다.

또한 NCCK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의 격려사, 퀴어신학아카데미 회장 유연희 박사의 찬하 시간도 뒤이어 있었다. 홍 목사는 “자연현상 중에서 사람의 관심을 많이 끄는 현상이 있다면 무지개 현상이다. 아마 서로 다른 색이 흩어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지개목회상이 참 의미있다는 것이다.

또 “목회하면서 위험한 일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고 성공을 따라가는 것인데 한국 교회에서는 위험한 일이 다른 일로 나타난다. 바로 평화를 말하는 것, 인권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성 소수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명성교회의 세습같은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용기를 내면서 성 소수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말도 전했다.

홍 목사는 “이동환 목사님이 이 좋은 목회상을 타는 것이 좋으면서도 한국교회의 현실이 슬프고 안타깝다”며 “이동환 목사님, 쫄지 맙시다. 이동환 목사님의 모습이 오히려 격려가 된다. 이동환 목사님처럼 용감하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말로 격려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유연희 박사는 “무지개목회상은 혐오의 목소리가 큰 한국 상황에서 노벨평화상 같은 느낌”이라며 “이동환 목사님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사제의 소명을 다하고 하실 일을 하신 것뿐”이라고 했다.

또 그는 성서의 마태복음에 담긴 팔복 말씀을 나누며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하늘의 상이 있을 것이라 하셨다. 예수님이 너무 바른 말씀을 하셨다. 모든 사람이 포용되는 세상을 꿈꾸면 이전의 예언자도 예수님도 고난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겪을 것이다.”라고 했다.

유 박사는 찬하를 마무리하며 “이 목사님의 내일은 덜 외로울 것이다. 한국 교회의 수많은 교인들도 이동환 목사님 같은 목회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싶을 것이고 앞으로 목사님의 사역이 소중해질 것이다.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고 사랑과 포용이 가득한 세상은 오고야 말 것이다. 목사님과 더불어 함께 축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은 수상자 이동환 목사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는 “영광스럽고 민망하기도 하다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뿐”이라며 “성소수자 인권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용기 있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분들이 계셨다. 대다수의 교회와 목회자가 동성애는 죄라고 손가락질 할 때 하나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며 목회하신 선배들이 있다. 이 상은 그 분들이 받아야 한다. 이 상은 그 분들과 함께 받는다고 생각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또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의 헌신을 언급하며 “우리의 노력이 어우러져 해방세상을 이루고 있다. 결코 사랑은 지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수상소감을 마치며 영화 ‘안티고네’의 대사를 패러디한 한 마디를 낭독했다.

“축복이 범죄라고 한다면, 전 언제든 다시 법을 어길 것입니다. 내 심장이 축복을 하라고 시키거든요. 그러니 나를 침묵하게 하고 싶거든 내 심장을 꺼내가야 할 겁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교단법 너머에 있습니다.”

“안전하고 평등한 교회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무지개목회상 수상자인 감리교 이동환 목사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권이민수

시상식을 마치고 이동환 목사에게 찾아가 최근 근황을 물었다. 그는 “2년 정직 이후에 사실 다음 재판이 금방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판이 늦어지면서 여러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일단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생각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에 감리교 본부 앞에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이동환 목사, 감리교에서 심사 받던 날 ‘고립감에 많이 울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뷰도 많았고 여기저기 글 요청과 설교요청이 있어서 좀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와 ‘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는 총회 재판을 준비하면서 기도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더불어 감리교 재판법 3조 8항, 소위 동성애 처벌법을 폐지하는 운동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목사는 “감사하게도 이번 일을 거치면서 기존의 대책위 뿐만 아니라 청년신학생들의 모임도 생겨났고, 감리교 5060 목회자들의 모임도 생겼다. 각자 지향에 따라 차별금지법 토론회, 목회연구, 법 개정, 신학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펴나갈 예정이다. 기대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에게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과 교인들을 향한 한 마디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미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만 해도 전 국민의 88%가 찬성을 하고 있을 정도다. 혐오와 차별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교단을 대표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어 전체의 의견인양 들려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우리가 신앙생활하고 싶은 교회, 안전하고 평등한 교회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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