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성탄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제한된 시간을 보냈다. ⓒGetty Image

2021년 새해 첫 주일을 맞아 하나님께 예배하는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길 축원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서 이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것입니다. 그 걸음마다 여호와 이레 예비하시는 주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또한 우리 가운데 함께 하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오늘은 신년감사주일이자 성탄절 후 둘째주일로 성탄절기의 끝자락에 있습니다. 2020년 한 해를 떠나보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픈 상처도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아름다울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상처는 아직 아물기는커녕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시간이 아득합니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우리는 겪었습니다. 계획하고 기대했던 일들을 성취한 사람도 있었을 거고, 새 생명을 맞이한 가족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0년 한 해는 슬픔과 상실의 해였습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는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이웃을 잃은 분도 있고, 가족을 떠나보낸 분도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희로애락이라고 하지만 지난 한 해는 너무나 가혹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2월 31일 지난 목요일 오후에 그동안 관계를 소홀히 했던 분들과 하나씩 새해 덕담을 나누고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이 그럽니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해서 살아봐서 아는데 2020년과 다를 바 없다”고 농담을 건넵니다. 저는 아직 2020년에 살고 있어서 잘 모르지만 제가 직접 겪어봐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저도 농담을 건넸습니다.

올해는 소의 해라고 그럽니다. 몇 해 전 한 유명한 목사님께서 제게 덕담을 하나 주셨는데, “천리길을 가는 소걸음처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보천리”라고 하지요. 올 한 해에도 “천리길을 가는 소걸음처럼” 주님과 동행함으로 느리지만 성실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시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시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오늘 함께 읽은 요한복음 1장 10절 이하는 우리가 매우 잘 아는 구절입니다.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1:10) 한영 합본으로 되어있는 영어 번역은 친절하게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The Word was in the world, and though God made the world through him, yet the world did not recognize him.” 로고스, 말씀으로 오신 하나님이 세상 속에 있었으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하나님, 성육신하신 하나님, 돌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아기로 오신 그 하나님을 세상이 알지 못했다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 나라의 그 신비와 비밀을 제자들에게 그리고 군중들에게 비유로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정작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제자들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알았다면 과연 도망쳤을까요? 제자들도 모르는데 어찌 세상이 알겠습니까? 전쟁과 분열로 얼룩진 곳에 정치와 무력으로 평화를 이룩해낸, 칼과 창으로 로마의 평화를 이룩해낸 로마 황제에게나 붙일 수 있었던 “주”라는 호칭을 말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에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붙인다, 하는 이 위험천만하고도 가소로운 짓을 세상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우습지요. 황당무계합니다. 민심을 호도하고 어지럽히는 놈들은 십자가에 달아 죽이면 그만입니다. 세상은 결코 예수가 하나님이심을 알지 못했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가 하나님이심을 알리는 12월 25일 성탄절이 지났습니다.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축제가 올해는 주춤했습니다. 거리마다 백화점마다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게 늘 해오던 일인데 올해는 고스트 타운처럼 마치 할로윈 데이처럼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미국의 경우 12월 한 달 동안의 매상이 일 년 전체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올해도 과연 그런가 싶습니다. 그럴 리 없지요. 모두가 풀이 죽었습니다. 예수님 덕분에 한 몫 챙기려 했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Happy Holiday! 하면서 덩달아 기대했는데 코로나가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그런데 교회도 마찬가지처럼 보입니다. 성탄절도 이미 끝났는데 무슨 성탄절 후 둘째 주일 운운하느냐 합니다. 교회에 모이지도 못하고 기껏 영상으로 예배를 구경하고 있는데 무슨 Merry Christmas! 하느냐 합니다. 여러분, 왜 기쁜 성탄입니까? 뭐가 그리 기쁩니까? 어떤 교회는 이번 주가 아니라 이미 지난주에 성탄 트리 장식을 이미 철거했다 합니다. 예배당에 와서 화려하게 장식한 성탄 트리 앞에서 사진도 찍고 해야 하는데 온라인 예배로 하니 예배당에 신도들이 드나들지도 못하고 이제 성탄 트리쯤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1년 중 11개월 반을 창고에 묵혀 두어야 할 성탄 트리. 버릴 수도 없고 자리만 차지하는 귀찮은 존재. 성탄절이 끝났으니까 깔끔하게 정리하자 하는 것이겠지요. 깔끔한 게 좋은 것이지요.

여러분, 왜 기쁜 성탄절이라고 우리는 인사합니까? “사실은 별로 기쁜 게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또 묻지요. “그러면, 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합니까?” 글쎄요. 상대방이 기쁘기를 바라며 그렇게 인사하는 건가요? 왜 성탄은 기쁜 겁니까? 많은 분들은 그 기쁨의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겠지요. “예수가 구세주로 오셔서, 구원의 주님으로 오셨기 때문에 기쁜 게 아니겠느냐.” 자, 그렇다면 구원은 무엇입니까? 흔히 이해하는 것처럼 죽어서 천국 가는 것이라면 죽기 직전에 기뻐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부터 기뻐할 이유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지요. 또한 구원은 우리가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그때부터 이미 시작한 것이니 성탄절만 특별히 기뻐할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이미 우리가 경험하듯이 세상은 성탄절이 오기 훨씬 전부터 호들갑이었습니다. 거리마다 상점마다 화려하지요.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 인터넷 모든 매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성탄의 기쁨을 끌어들여 고객의 마음을 흥분시킵니다. 오랜만에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쇼핑몰로 달려갑니다.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로 클릭하겠지요. 세상은 그를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은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도 못하면서 성탄의 기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세상 경제가 주춤하니까,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라고 아무리 외쳐도 코로나로 인해 우울해하니까 겸연쩍은 것이지요. 덕분에 성탄의 기쁨이 빨리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성탄의 기쁨이 사라진 거리에는 내일에 대한 기대도 없고 소망도 없습니다. 성탄의 기쁨을 애써 빨리 치워버린 교회는 또 어떻습니까? 성탄 트리를 빨리 치워버리고 새해 목회 계획을 잘 짜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속에서 참 기쁨이, 참 소망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오늘 함께 읽은 서신서 에베소서 1장 말씀은 “찬송하리로다”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흔히 에베소서는 교회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책이라고 가르칩니다. 새해가 시작되어 성경공부를 한다랄지, 신앙교육을 할 때, 교회 공동체가 나아갈 바를 배우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처음 부분에서 우리에게 주문하는 가르침은 바로 “찬송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서신서 본문 마지막 구절도 “찬송하라”입니다. “Let us praise his glory!”

왜 찬송하자는 겁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은혜,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구원의 약속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 주셔서 우리가 살게 하신 까닭입니다. 우리에게 하늘의 신령한 복을 주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신 까닭에 찬송하자는 것입니다. 어떤 목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생명이란 단어는 목숨을 갖고 태어난 존재라는 의미도 있지만, 생명이라는 한문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명”을 받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날마다 숨을 쉬며 사는 게 생명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임한 거룩한 명령을 받아 사는 존재임을 깨닫는 게 생명이다 하는 것입니다. 그 생명은 죽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 너머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영생을 사는 것이지요.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세상에 독생자 예수를 보내셨다, 하는 것이 요한복음 전체에 흐르는 단순하고도 심오한 진리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우리들이 믿느냐, 입니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도 살아 계셔서 우리에게 매 순간마다 복을 허락해주시고, 주님과 연합하는 신비를 주시는데 그것을 우리들이 인정하고 그 영광을 찬송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말구유의 아기 예수로 오신 이를 주님이라 부르는 이, 죄인이라 손가락질당하는 이들과 함께 식탁의 나눔을 하신 예수님을 따라 서로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 참혹하고 어리석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가 바로 나를 구원하신 이라 부르는 이, 이들을 세상은 그리스도인, 크리스챤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들은 결코 예수를 알지 못했고,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귀가 있지만 듣지 않았고, 눈이 있지만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말씀이 육신으로 오셨음을 인하여 기뻐하는 사람들은 비록 오늘을 살아가지만 약속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습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하여 오늘이 안개와도 같지만 우리와 임마누엘로 함께 하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2020년이 지나고 2021년 새해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힘겨웠던 지난 한 해 동안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셨듯이 올 한 해도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보호하시고, 격려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보천리라고 했지요. 천리길도 소의 걸음처럼 걷다 보면 어느새 끝에 이를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다시 세우시고 지키시겠다고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여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스라엘과 함께 하셨던 것처럼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야곱을 구원하시되 그들보다 강한 자의 손에서 속량하셨으니, 그들이 와서 시온의 높은 곳에서 찬송하며 여호와의 복 곧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어린 양의 떼와 소의 떼를 얻고 크게 기뻐하리라 그 심령은 물 댄 동산 같겠고 다시는 근심이 없으리로다 할지어다. 그 때에 처녀는 춤추며 즐거워하겠고 청년과 노인은 함께 즐거워하리니 내가 그들의 슬픔을 돌려서 즐겁게 하며 그들을 위로하여 그들의 근심으로부터 기쁨을 얻게 할 것임이라. 내가 기름으로 제사장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며 내 복으로 내 백성을 만족하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예레미야 31장 11-14절)

민기욱 목사(미국 트리니티 한인장로교회)  minics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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