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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⑴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 승인 2021.01.05 14:35

유대인은 지금도 안식일을 지키고, 그리스도인은 주일을 지킵니다만,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초대교회의 유대 그리스도인들은 당연히 안식일을 지켰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안식일 대신,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주일을 지키게 된 것은 2세기 초부터였고, 4세기 라오디게아 공의회(363년)에서 교회법(29조)으로 공식적으로 선포되었습니다. 그 후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가 ‘신학대전’에서 ‘안식일은 주의 날로 변했다’고 확정하여 선포했고, 가톨릭교회는 주일을 무노동의 날로 정했습니다.

종교개혁 전통에 있는 개신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648년)에서 ‘주일은 주님을 향하여 거룩하게 지켜져야 한다. … 이 날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고, 거룩하게 안식하고, 속된 일과 오락을 생각하지 않고, 속된 것을 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적인 예배나 공적인 예배를 드리는 일과 자비를 베푸는 일과 필요한 의무를 수행하는 데 온 종일을 보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 후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주일에 대한 이런 전통을 지켜왔다고 하겠습니다.

안식일과 주일의 탄생배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주일은 어쨌든 안식일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 기독교의 예배의 근원을 형상화한 벽화 ⓒGetty Image

우리가 아는 대로, 안식일 규정은 출애굽기 20장 8절에서 11절에 전승되고 있습니다. 십계명의 제4계명으로 주어진 것이지요: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너희는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주가 안식일을 복 주고,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다.”(출 20,8-11)

이 계명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청교도들은 안식일을 ‘어떤 일도 하지 않는 날’로 이해하는 이른바 ‘안식일주의자’들이 되었습니다. 미국 근본주의신학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개신교도 안식일 규정을 주일성수와 결부시켜, 주일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직 예배와 찬양하는 일로 써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노동은 물론, 물건을 사고 파는 일도 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이 안식일주의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엄격한 안식일 규정이 오히려 사람을 억압했던 유대 사회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막 2,27)고 하심으로써, 이미 안식일주의를 배격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주일을 안식일과의 관계에서 이해할 경우, 안식일 규정의 근본은 하나님께서 창조 후에 쉬셨다는 것을 먼저 주목해야 합니다. 창조 후에 하나님이 쉬신 것은 또 다른 창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쉼은 창조의 완성이자, 하나님의 본질입니다. 하나님은 자기충족적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나는 나’이신 분이고,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이 없는 존재이기에, 그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 자체가 쉼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단지 노동에서의 해방이라는 사회적 자유가 아니라, 존재 자체이신 분의 존재에 동참하는데서 오는, 그리하여 모든 탐욕과 강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존재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곱 날 중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형태의 욕망으로부터 빠져 나와, 존재 자체를 기뻐하며 향유하는 날이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어떤 형편에 있든지, 있음 그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주님의 창조를 찬미하고,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것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비드-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모이는 예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시대에,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공간적 제약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예배당 안에 있든지, 밖에 있든지, 진실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존재 자체이신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존재는 물론, 이웃과 피조세계의 존재를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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