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훈 기자

2세기 경 중국. 한나라 승상에 오른 동탁은 통치수단으로 ‘공포정치'를 택했다. 야만적 살인과 위협은 어떤 수단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켜 권력 기반을 탄탄히 다져준다. 그러나 ‘공포정치'는 확실한 효과와 더불어 지속성이 없고 결말이 비극적이란 양날의 칼을 갖고 있다.

이는 인간이 갖는 마비란 특성 때문이다. 때문에 공포를 휘두르는 쪽은 완벽한 통제를 위해 더욱 잔혹하게 공포감을 조성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광란으로 치닫는다. 결국 반대 세력에겐 설득력 있는 대의명분을 줘 화려한 권좌에서 쫓겨나는 결말을 맞는다.

공포정치의 최후는 언제나 비극적

쫓겨나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행복하다 할 수 있다. 공포정치를 휘두른 대부분은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18세기 프랑스. 1792년 8월10일 로베스피에르는 파리코뮌으로부터 대표로 추대돼 권력을 잡고 공포정치의 길을 걷는다. 이 와중에 1만5천여 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그러나 그 역시 1794년 7월27일 공화파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의 반격을 받고 28일 생쥐스트와 함께 단두대에 올랐다.

공포정치는 인간의 심약한 마음을 타깃으로 삼는다. 또, 공포심은 어떤 감정보다 대중들에게 깊이 파고들며 쉽게 확산된다. 이런 공포정치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낳은 이른바 ‘빨갱이’ 논쟁이 그것이다.

분단과 함께 한국에서 ‘용공’ 죄목은 살인보다 무서운 죄가 됐다. 또, 정치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훌륭한(?) 수단이 됐다. 어릴 적부터 심어준 ‘빨갱이’에 대한 공포심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된다. 공포심은 열린 자세를 불가능하게 한다.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 주를 이룬다.

감리교의 공포정치, 그렇다면 감리교의 최후도(?)

최근 감리교 내에서 비슷한 예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감리교대회를 맞아 감리교평화포럼이 발간한 <사진으로 본 분단 60년>이 친북·반미라는 입질에 올라있다. 이 책의 편집을 맡은 정진권 목사(염창교회)는 ‘용공’ 세력으로 몰려 목사 직분이 흔들리고 있는 것.

이 책에는 미군정과 한국전쟁 때 미국이 저질렀던 탄압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색다를 것도 없는 이미 역사가들이 검증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내용을 편집했단 이유로 용공으로 모는 행위는 성도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공포정치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만약 이 공식이 맞다면 공포와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독교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 기독교에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접고 열린 모습으로 대화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8일 감신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김기석 목사는 “생각의 차이를 이데올로기 잣대로 정죄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도 생각의 차이가 ‘적’으로 간주되는 기독교. 공포정치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지훈 기자  punkyhid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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