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으로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성례전을 거행했다. ⓒGetty Image

앞선 글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루터와 칼빈 등 개혁자들은 설교와 성례전을 교회의 두 개의 표지들, 또는 참된 교회를 알아볼 수 있는 표지들로 보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것들은 교회가 그 구성원들의 믿음을 일깨우고 양육하는 그 진정한 사명을 수행하는 활동들입니다. 제4권의 마지막 부분은 교회의 이 두 번째 표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칼빈의 성례전 이해

칼빈은 ‘성례전’이란 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그리고 칼빈은 ‘성례’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 말은 원래 신약성경에서 ‘비밀’을 언급할 때 사용했던 헬라어 μυστἠριον(엡 1:9; 3:2-3; 골 1:26-27; 딤전 3:16)을 라틴어로 처음 번역할 때, 번역자가 sacrament로 번역한데서 유래합니다. 그러므로 성례전은 하나의 ‘신비’, 신성하고 신적인 어떤 것이며, 따라서 비밀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성례전은 그 목적이 신성하고 신적인 것임을 나타내는 의식입니다(IV.xiv.2). 이 정의에 의하면, ‘신비들’은 무형의 신적인 현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그의 인자하심을 보증하는 현실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칼빈은 이 성례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그것이 복음 선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떠나서는 성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성례는 마치 이 약속에 붙인 부록과 같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 약속을 확인하고 인치며 더욱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이 확실하지 않아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우리의 믿음입니다. 성례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굳게 확립하려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IV.xiv.3). 그러므로 여기서 말씀이라고 하는 것은 교황제 하에서 행해지는 것과 같은 의미나 믿음 없이 속삭이는 것, 성례에 사용되는 요소를 성별하는 힘이 있는 신비한 주문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선포할 때 보이는 표징의 뜻을 우리로 하여금 분명히 깨닫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IV.xiv.4).

성례전의 목적

따라서 성례전의 주된 목적은 믿음을 지지하고 확립하는 것이며, 이것은 또한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던 대로 설교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성례전은 복음의 설교와 같은 기능을 이행하는 것이 됩니다. 성례전은 설교의 확장입니다.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직책 즉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제시하고 보여주며 그의 안에서 하늘 은혜의 보고를 제시하고 보여주는 직책을 가졌다”(IV.xiv.17).

단 하나의 차이는 이 “제시”가 일어나는 형식입니다. 말하자면,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이 제시하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줍니다. 말씀을 통해 “들은” 은혜는 이렇게 신체의 여러 감각기관들을 통해서 다시 “보고”, “만지고”, “맛보고” 그리고 “느끼게”(세례의 물 안에서, 그리고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로) 됩니다. 그러므로 칼빈은 어거스틴을 인용하면서 성례전을 “보이는 말씀”으로 묘사합니다(IV.xiv.6).

이와 같이 주께서는 그의 말씀과 성례를 통해서 그의 자비와 은혜의 약속을 우리에게 제시해주십니다. 그러나 확실한 믿음으로 말씀 과 성례를 받는 사람만이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칼빈의 비판자들 가운데는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네가 마음을 온전히 하여 믿으면”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한 말을 근거로(행8:37), 믿음이 마음에 가득하다면 성례가 믿음을 굳게 할 여지가 어디 있으며, 또한 만일 성례가 믿음을 증진시킨다면 주께서 성령을 주신 것은 헛수고가 아닌가 질문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칼빈은 우리의 믿음이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하여 항상 성장해서 마침내는 완전히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엡4:13)을 그들이 모르기 때문에 그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IV.xiv.8). 그리고 성령께서 믿음을 일으키고 유지하며 완성하는 능력이라는 저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성령께서 어떻게 복음 선포와 성례에 역사하시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칼빈이 제3권에서 성령께서 하시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음을 일으키는 일(III.i.4)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여기서 또한 칼빈은 성령의 능력이 아니면, 성례는 아무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능력은 성령께 있으며, 성례는 다만 성령께서 쓰시는 수단일 뿐입니다(IV.xiv.9, 12).

잘못된 성례전 이해에 대한 칼빈의 비판

이어서 칼빈은 성례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비판합니다. 하나는 츠빙글리의 견해로 알려진 것인데, 그는 성례를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고백을 확증하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성례는 군인이 군에 입대할 때에 장교에게 충성 서약을 하듯이 “우리는 이 표징으로 우리의 사령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그의 군기 아래서 복무한다는 것을 증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IV.xiv.13).

칼빈은 성례가 분명히 공동체 내에서 이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본말을 전도시킨 것입니다. 성례의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사실은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믿음을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례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고백을 확인하는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기능을 합니다(IV.xiv.13).

다른 하나는, 앞의 주장과는 전혀 반대로 성례에 일종의 신비한 힘이 내재하고 있어서, 치명적인 죄를 짓지만 않는다면 성례를 받는 사람을 의롭게 하고 은혜를 준다는 견해입니다. 칼빈은 이 주장을 “마귀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하면서(IV.xiv.14), 성례 그 자체와 성례의 내용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IV.xiv.15). 성례의 내용 또는 실체는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령을 통해서만 성례의 유익을 얻을 수 있고, 성령만이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 참여하게 하신다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IV.xiv.16).

전통적으로 교회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성례가 존재했습니다. 주께서는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에게 할례를 명하셨고(창 17:10), 후에 모세의 율법에는 정결례(레 11-15장)와 희생제사들(레 1-10장)이 첨가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써 이것들은 폐지되고 세례와 성만찬이라는 두 가지 성례가 제정되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칼빈은 저 고대와 현재의 성례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으며, 둘 다 똑같은 목적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즉 둘 다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향하게 하고, 형상으로써 그리스도를 나타내고, 그리스도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고대의 성례들은 그리스도를 희미하게 예시 했던 반면에, 현재의 성례는 이미 오신 그리스도를 증거한다는 것입니다(IV.xiv.20). 그러므로 칼빈은 고대의 성례와 현재의 성례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스콜라학파의 교리를 전적으로 배척합니다(IV.xiv.23).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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