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터파와 츠빙글리파 사이의 논쟁을 중재하기 위해 마부르크 대담 ⓒWikipedia

성만찬에 대한 칼빈의 논의는 그의 시대의 신학논쟁들, 교파적인 성격의 논쟁들과 일치하는 논쟁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결렬은 의견을 달리하는 모든 교회들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한편으로는 로마교회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개혁 교회 사이에서, 또한 개혁교회 진영 자체 안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칼빈의 교리는 성만찬의 문제에서 루터와 츠빙글리의 교의들 모두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루터와 츠빙글리가 성만찬에 관하여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부터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루터, 중세 가톨릭교회를 넘어서지 못하다

성만찬에 대한 루터의 새로운 이해는 중세 스콜라 신학을 지배하던 아리스토텔레스적 이념들에 대한 그의 적대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화체설은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에서 확정되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적 토대 위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실체’(substance)와 ‘우유성’(accident)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별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물의 실체는 그 사물의 본질적 성질인 반면에, 우유성은 그 사물의 외적 성질들(예컨대, 색깔, 맛, 냄 새)입니다.

화체설은 떡과 포도주의 우유성(외양, 맛, 냄새)은 봉헌의 순간에도 변화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지만, 실체는 떡과 포도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한다고 주장합니다. 루터는 이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한다는 화체설의 기저에 있는 근본적 사고는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루터가 반대한 것은 ‘실재적 임재’가 아니라, 이러한 임재를 설명하는 하나의 특정한 방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공재설’로 알려진 성만찬 견해를 발전시켰습니다. 그에 의하면 떡과 포도주는 성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로 존속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마치 불이 타고 있는 나무를 투과하고 감싸듯이, 떡과 포도주라는 요소들 “안에, 함께 그리고 아래에” 임재합니다.

그는 이것이 마태복음 26장 26절 “이것은 나의 몸이다”와 같은 구절이 명확하게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실재적 임재에 대한 루터의 견해는 동료 개혁자들에 의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루터가 이점에 있어서 가톨릭의 적대자들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츠빙글리의 성만찬에 대한 이해

츠빙글리는 마태복음 26장 26절을 루터와는 전혀 다르게 이해하였습니다. 그는 성경은 많은 비유적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이것은 나의 몸이다”는 말씀에서 “이다”는 말은 경우에 따라서는 “…과 절대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표상하다” 또는 “의미한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1527년 외콜람파디우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는데, 그는 “표지, 성례, 그림, 우화, 해석들을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말씀을 문자적으로가 아니라, 비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루터는 1527년의 한 논문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격렬한 반대를 표명했습니다.

루터의 실재적 임재 주장에 반대하여 츠빙글리가 사용한 다른 논거는 그리스도의 공간적 위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루터에게서 그리스도는 성만찬에 실재로 임재하십니다. 떡과 포도주를 받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츠빙글리는 성경과 사도신조가 모두 그리스도는 지금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신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스도는 동시에 두 곳에 계실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루터는 “하나님의 우편”이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비유적 표현으로 문자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씀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 영역” 또는 “하나님의 지배”라는 것입니다.

루터와 츠빙글리 성만찬 논쟁, 프로테스탄드 교회 분열의 시작

루터와 츠빙글리 사이의 논쟁은 신학적-정치적 견지에서 모두 중요합니다. 신학적 견지에서 보면, 이 논쟁은 “성서적 명료성”이라는 원리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야기시켰습니다. 루터와 츠빙글리는 “이것은 나의 몸이다”는 말씀의 의미(루터는 문자적으로, 츠빙글리는 비유적으로)와, “하나님 우편”이라는 말씀의 의미(루터는 비유적으 로, 츠빙글리는 문자적으로)에 관해 의견의 일치에 이를 수 없었습니다. 정치적 견지에서 보면, 이 논쟁의 결과로 종교개혁의 복음적 두 진영이 영구히 분열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립적 견해를 중재하려는 노력이 1529년 10월1-5일 마르부르크 회담에서 시도되었습니다. 이 회담에는 부쳐, 루터, 멜랑히톤, 외콜람파디우스, 그리고 츠빙글리 같은 지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무렵 가톨릭측은 황제 찰스 5세와 프랑스의 프랑수와 1세가 오랫동안 교황 클레멘트VII세와 대립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개혁이 진행 되고 있는 개신교 도시들에 군사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1529년에 이러한 대립관계가 양편에서 모두 해소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1] 이로써 종교개혁의 두 진영은 갑작스럽게 강력한 정치적·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취해야 할 가장 명백한 조치는 내부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쳐가 이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그는 성경만이 신앙의 규범적 권위임을 양측이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개혁자들 내부의 이러한 차이들이 관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돌발적인 새로운 정치적 상황에 불안을 느낀 프로테스탄트 영주 헷세의 필립이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루터와 츠빙글리를 마르부르크 성의 저택에 함께 초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도는 한 문제에 있어서, 단지 한 문제에 있어서 바라던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14개 조항에서 루터와 츠빙글리는 일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5번째 조항은 6개의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단지 한 가지 사항만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루터에게서는 그리스도께서 성만찬에 실제로 임재하시며, 츠빙글리에게서는 단지 신자들의 마음속에 계실 뿐이었습니다. 일치된 종교개혁 전선을 형성하려던 필립 공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종교개혁 의 정치적 신뢰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2]

칼빈, 성만찬의 핵심은 성령의 임재

칼빈의 성만찬 신학은 루터와 츠빙글리가 형성하는 양극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칼빈의 견해는 “성령 임재설”로 요약됩니다. 이 견해는 그리스도의 참된 임재를 확신한다는 점에서 가톨릭과 루터교도들과 일치하지만, 이것의 특별한 강조점은 그리스도가 성령의 연합시키는 능력을 통한 신앙에 의해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칼빈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인간적 육신은 하늘로 올라갔으며 하나님의 오른편이라는 장소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수많은 교회의 모든 제단 위에 놓여 있는 떡과 포도주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만찬은 상징에 불과하다는 츠빙글리의 견해도 옳지 않지만, 그리스도의 몸이 하늘에서 내려와 수많은 제단에 편재하며 신자들의 입 속에 들어간다는 루터의 표상도 옳지 않습니다. 칼빈은 우리가 믿음으로 떡과 포도주를 받을 때, 그리스도가 그의 영의 능력으로 우리를 그에게로 연합시킨다고 주장합니다.

그리스도는 부활하고 승천하시어 하늘에 계시는데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한가? 칼빈에 의하면 그 대답은 성령입니다. 칼빈은 「제네바 신앙문답」에서 보다 명료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몸은 하늘에 있고, 우리는 지상을 순례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그리스도의 본질에 참여하게 되는가를 말합니다.

이 간격은 “장소의 간격에 의해 분리되어 있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그의 영의 알 수 없는 힘”으로 넘을 수 있게 됩니다.[3]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성령을 “연결의 줄”이라고 언급합니다. “그리스도의 영은 수로와 같아서 그리스도 자신의 모든 성질과 소유는 그 수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IV.xvii.12).

성만찬을 다루는 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세례와 성만찬, 이 두 성례들은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시라는 것과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또한 그분의 자녀들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한 쌍의 보완적인 표시들로 제시됩니다. 세례는 우리가 하나님의 양자가 된다는 표시이며, 그 행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그의 권속으로 부르십니다. 성만찬은 우리를 “유지하는” 수단이며, 이를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영원한 행복에 이를 때까지 우리를 그의 곁에 있게 하십니다.

바꿔 말하면, 성만찬은 세례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다른 형식에서 신자들이 그리스도에 참여하게 하는 성례입니다. 수많은 구절들에서 칼빈은 성만찬을 통하여 계시된 그리스도 안에 참여하는 현실을 강조합니다. 실로, 이 논제에 관하여 그의 벅찬 감정은 그에게 다소 극단적인 진술을 하게도 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우리의 눈앞에 계시며 우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IV.xvii.3). 그리고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떡과 잔을 주시며 받아서 먹고 마시라고 했던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받으라고 명령하심으로써 그것이 우리 것임을 알리며, 먹으라고 명령하심으로써 우리와 일체가 됨을 알리”셨습니다(IV.xvii.3). 칼빈은 비록 “이 성례는 그리스도께서 생명의 떡이 되시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지라도,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단지 이 실재의 상징일 뿐이기 때문에, 그는 또한 그 실재는 표시를 동반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만찬의 거룩한 신비로 자신 을 주신다는 것을 확인하시고”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외적으로 가리키는 것을 내면적으로 성취”하시기 때문입니다(IV.xvii.5). 한 마디로, 성만찬은 신자들이 그리스도와 현실적으로 연합하는 것을 뜻하는 연합의 성례입니다(IV.xvii.8).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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