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hnorr von Carolsfeld, 「The Lamentations of Jeremiah」 (1860) ⓒGetty Image

오늘은 사순절 넷째 주일입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의 모습, 신앙인의 모습에 대해서 되돌아보며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레미야애가 말씀을 통해 이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예레미야 애가는 어떤 책인가

우선 예레미야애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예레미야애가는 예언자 예레미야의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실제 예레미야가 기록한 책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이 책을 쓴 사람이 예레미야라는 어떠한 정보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보통 책의 첫 단어가 책 제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예레미야애가는 히브리어 ‘에카(איכה)’가 제목이 됩니다. ‘에카’는 슬플 때 사용되는 감탄사입니다. 우리 성경에 붙은 제목 ‘애가(哀歌)’는 ‘에카’의 의미와 발음 모두 살린 좋은 번역입니다.

그런데 70인역 헬라어 성경을 기록하던 이들은 애가의 문체가 예레미야와 비슷하고, 시대적 배경도 일치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의 애가’라는 제목을 붙이고 1절에 ‘예레미야가 주저앉아 탄식하며 말한다.’라는 내용을 첨가했습니다. 지금 우리 성경에는 없는 문장입니다.

이런 전통이 이후 초대 교회 교부 시대에도 이어져서, 지금 우리에게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역대하 35장 25절을 보면, 남왕국 유다의 왕 요시야가 죽은 후에 예레미야가 그를 위해 애가를 지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때 지은 애가가 바로 예레미야애가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본다면, 예레미야와 예레미야애가는 문체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 부분 있습니다. 또 역대하 35장에 나타난 시기는 요시야 때입니다. 예레미야는 요시야 13년부터 예언을 선포했다고 말하기 때문에 예레미야 활동 시기로는 맞지만, 예레미야애가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만약 예레미야가 성전이 파괴되기 30년 전에 성전파괴를 예언한 것이라면, 이는 애가가 아니라 예언이 됩니다. 애가는 어떤 현상을 본 후에 슬피 울면서 부른 노래입니다. 그렇기에 역대하 35장과 예레미야애가는 시기상으로 맞지 않습니다. 예레미야가 요시야를 위해 지은 애가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있다 하더라도 예레미야애가와는 다른 형태의 조가(弔歌)일 것입니다.

애가는 주전 586년 남왕국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가 죽고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던 순간을 경험한 누군가가 남왕국 유다 공동체를 위로하며 희망을 전하고자 만들어 불렀을 것입니다.

애가는 다섯 개의 노래가 하나의 책으로 묶여있는 형태인데, 일반적으로는 서로 다른 노래 다섯 개를 하나로 묶어놓은 책이라고 봅니다. 이는 유대인들 절기 중에서 성전파괴 애도일에 읽힌 책인데, 과거로부터 이 절기 때 낭독했던 노래 중에서 다섯 개의 노래가 묶인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다섯 개의 노래는 기본 형식에 있어서 시편 119편과 같은 형식을 취합니다. 시편 119편은 176절이나 되는 긴 시인데, 히브리어 알파벳 22자를 순서대로 첫 글자로 써서 시를 적은 것입니다. 시편 119편은 한 알파벳당 8절씩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22 곱하기 8이 되어 176절이 되었습니다.

애가도 히브리어로 보면, 각 절의 첫 글자는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1,2,4,5장은 모두 22절로 되어 있습니다. 3장의 경우는 한 알파벳당 세 절씩 사용합니다. 그래서 66절로 되어 있습니다.

애가의 이런 형태를 보면,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노래가 합쳐진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한 번에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체나 내용상의 문제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각기 다른 노래들이 엮인 것으로 봅니다.

비참에서 희망으로

애가는 주전 586년 예루살렘이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 의해 함락되고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이후에 기록되었습니다. 애가 4장 10절에 보면,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자기 자녀를 삶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열왕기하 25장과 예레미야 52장에는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똑같은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이 본문에 따르면, 남왕국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 9년 열째 달에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쳐들어와서 시드기야 11년까지, 3년간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했다고 말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왕조 시대에 자주 보이는 전쟁 방식은 침공하는 성을 둘러싸서 봉쇄한 후에 그 안에서 굶어 죽거나 항복할 때까지 버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드기야 11년 넷째 달에 성안 백성들의 양식이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이는 예레미야 39장에 약간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양식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시드기야 11년 넷째 달에 예루살렘 성이 함락되었다고 말합니다. 아마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바벨론에 항복하게 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바벨론에게 포위당하고 3년 만에 성안에 먹을 것이 떨어졌다는 말은, 왕이나 귀족들이 먹을 식량이 3년째에 떨어졌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백성들의 식량은 그 전에 이미 다 떨어졌을 것이고, 이들은 굶주림 속에서 애가 4장에 나오는 말처럼 자신의 자식을 잡아먹는 일까지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예루살렘의 이런 상황은 에스겔의 예언에도 나옵니다. 에스겔 4장 9절에는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먹지 못할 것으로 빵을 만들어 먹되, 똥으로 그것을 구워 먹으라는 명령을 하십니다. 이는 먹을 것이 떨어져서 평소 먹지 않는 곡물로 빵을 만들어 먹게 되는 상황과 불 피울 목재가 없어서 똥으로 불을 피울수 밖에 없었던 실제 예루살렘의 상황을 반영한 예언입니다.

이 예언에서 하나님께서 밀, 보리, 콩, 팥, 조, 귀리를 섞어서 빵을 만들라고 명령하셨는데,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곡물 목록이 요즘에는 건강식이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에는 ‘에스겔 4장 9절’이라는 시리얼이 있습니다.

단지 성전이 파괴되었거나 나라가 멸망했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그 3년간 예루살렘의 상황은 글을 읽는 우리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 대한 슬픔의 노래가 애가입니다. 그래서 애가의 내용은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애가 1장은 자신들의 죄로 인해 고통 받을 수밖에 없음을 슬퍼하고, 2장은 그런 고통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고 말합니다. 애가 1,2장을 읽어보면, 우리가 죄를 지었으니 달게 받아야 한다는 예언자 예레미야의 말투와는 좀 다릅니다. 너무나 큰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이 고통을 왜 주셨는지 따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애가 2장 2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여 보시옵소서. 주께서 누구에게 이같이 행하셨는지요.” 예루살렘이 처한 처참한 상황 속에서 애가는 하나님을 향해 외칩니다. “하나님 당신께서 사람이 자신의 자식을 먹게 만드셨고, 선지자와 제사장이 성소에서 죽게 하셨으며, 어떤 사람들은 굶어서 죽어가고, 어떤 사람은 칼에 죽도록 만드셨습니다.”

이런 비통의 노래는 3장으로 넘어가면서 희망의 노래로 바뀌게 되는데, 그 희망을 노래하기 직전 말씀이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평강을 나에게서 멀리 떠나 보내셨으니 이제 자신의 힘과 하나님에 대한 소망이 끊어졌다고 말합니다.

저는 오늘 본문까지 나타난 모습이 솔직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말로 힘든 일이 내 앞에 놓였을 때, 우리는 평소에 고백하듯이 하나님을 믿으며 싱글벙글 잘 살아갈 수 있습니까?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닥쳤냐고,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냐고 하나님께 원망도 하고, 도대체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지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애가는 이런 상황 속에서 희망을 노래합니다. 3장 22절을 보면 그 희망의 이유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진멸되진 않았다.’ 하나님께서 남왕국 유다 백성을 몰살하지 않으신 것은 결국 자신들을 다시 일으키시기 위함이라고 희망을 말합니다.

이런 희망과 구원을 노래한 이후에 애가 4장과 5장은 다시금 1장, 2장 대구가 되는 고통에 관한 슬픈 노래가 나옵니다. 다만 4장과 5장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간구가 추가되어 나타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애가와 같이 작은 것에서 희망을 찾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이는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당신 몸 하나는 건졌으니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더욱 상처를 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애가 2장 13절에도 이런 표현이 나타납니다. “처녀 딸 시온이여 내가 무엇으로 네게 비교하여 너를 위로할까 너의 파괴됨이 바다 같이 크니 누가 너를 고쳐 줄소냐.”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심정을 말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지식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솟아날 구멍’을 보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버릴 때 우리 대부분은 그저 주저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경 말씀은 기록되어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애가를 적은 이들의 심경이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마음이 절망에서 한순간에 희망으로 변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절망 속에서 슬퍼하다가 어떤 순간에 점차 희망을 갖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들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지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삶을 주시고 다시 살아가게 하신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들은 다시금 희망을 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성도님들께 종종 드립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한 굳은 믿음이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우리 머릿속에 딱 한 가지는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하나님은 어떤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도우신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이 무너질 때 우리에게 ‘솟아날 구멍’을 분명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을 찾아내서 하늘의 무너짐을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분명 그 길을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알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분명히 새겨놓는다면, 우리는 어떤 순간이라도 하나님 안에서 다시금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순간에도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분명 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믿음의 기초입니다. 예언자 하박국은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고 말했습니다.

하박국 역시도 하나님의 심판을 이야기합니다. 그 심판 속에서도 믿음을 가진 의인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의인은 심판받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지만, 하박국의 마지막 선포는 이렇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심판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심판을 받았음에도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살리시는 분이심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살아갈 희망을 주시는 분임을 알기 때문에 어떤 순간에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살아갈 수 있음을 선포합니다.

여러분께서 이런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마음 깊이 새기시기 바랍니다. 이로 믿음의 기초를 세우시길 바랍니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를 다시 일으킬 희망을 주시는 하나님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라도 이런 하나님을 알기에 믿고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 하시며, 항상 삶에 희망을 주시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니다. 우리가 못 보더라도,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더라도 그렇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을 굳게 붙드시고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시는 성도님 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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