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이 한참이던 지난해 4월19일 인도 북부에서 30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이 관측되어 화제가 되었다. ⓒAP Photo

몇 년 전부터 일상화된 일이 아닐까 싶은데, 아침에 일어나 공기의 질이 어떤가 하는 것을 스마트폰의 각종 앱을 통해 확인하는 일이다. 코로나 전에는 주로 3-5월경 한국에 몰아닥치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출근이나 외출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나 눈보다 한국이라는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더 이슈이기도 하다.

기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늘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공기의 질 예측이다. 오늘 아침에도 기상해, 특히 어제 공기의 질이 매우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앱을 켜볼까 싶다가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그냥 지나치고 점심 때가 되어서야 확인해 봤다. 그렇게 앱을 구동시키고 확인해 보았는데 너무 놀랐다.

한국도 한국이려니와 베이징의 공기 상태가 상상을 초월했다. 공기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가 100 이상만 되어야 속된 말로 식겁을 할 것 같은데, 베이징은 4000대에 육박하고 있었다. 속으로 ‘중국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숨을 쉬고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전세계를 강타할 4월 무렵 한 사진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만큼 공기의 질이 아주 안 좋기로 악명이 높은 인도에서 무려 30년 만에 선명한 히말라야 산맥이 관측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경제 활동이 정지되어 공장도 폐쇄되면서 공기의 질이 좋아져 히말라야 산맥이 사람들의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다시 공기의 질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이에 따른 가시거리도 또 다시 뿌옇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즉 코로나의 장기화 및 백신의 보급으로 경제 활동이 다시 증가하면서 각종 공장들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걸 두고 악순환이라고 했던가.

▲ 3월15일 오후 12시 28일에 측정된 한국과 중국의 공기질 상황 ⓒ화면 갈무리

여기서 공기의 질 혹은 먼지와 이를 측정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의 물질을 뜻한다. 대기오염 물질에는 가스 상태의 물질과 입자 형태의 물질이 있고, 이들 중에서 입자 형태의 물질인 먼지를 “Particulate Matter(PM)”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먼지의 분류는 이를 측정하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분화되었다. 측정기술이 발전하면서 1990년대에는 입자의 크기가 50µm(마이크로미터, 1m의 백만분의 일) 이하의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가 분석되다가 2000년대 들어 10µm 이하인 PM10, 2010년대에는 2.5µm 이하인 PM2.5가 측정되고 있다. 2.5µm 이하라고 하면 머리카락 지름의 1/20 혹은 1/30 정도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아니 미세한 크키라고 생각하면 된다.

2016년까지 한국에서는 보통 PM10을 미세먼지로, PM2.5를 초미세먼지로 표기해왔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 환경부가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와 맞추기 위해 PM10을 ‘부유먼지’로 PM2.5를 ‘미세먼지’로 다시 정비했다. 해외에서는 PM1 혹은 PM0.1을 Ultrafine Particlate Matter, 즉 초미세먼지로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측정하고 표기하는 이유는 측정 기술의 발달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이러한 미세먼지들이 사람의 몸에 침투하는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첨부한 사진에서와 같이 20µm 이상의 먼지는 ‘상기도’까지만 침투하고, 5µm 이하의 먼지는 ‘폐기도’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측정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µm 크기의 미세먼지가 폐포 즉 폐 안에 있는 꽈리까지 침투하니 2.5µm 미만의 미세먼지는 속된 말로 그냥 혈액을 따라 온몸으로 돌아다닌다고 보아야 한다.

▲ 공기를 흡입하는 인체의 구조 ⓒGetty Image

이러한 미세먼지들의 구성 물질은 무자르듯이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PM10은 흙먼지 수준이라 보통 황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PM2.5는 발전소나 공장과 같은 점 오염원이나 자동차와 같은 이동 오염원에 해당한다.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라떼는 말이야” 하늘 뿌옇게 보이면 ‘안개가 꼈나?’ 했지만, 본격적으로 황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오늘 또 미세먼지가 많은가 보다’ 한다. 하지만 이 속에 역설적인 사실이 숨어 있는데 PM2.5와 PM10 중 PM2.5의 농도가 높아지면 빛의 산란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빛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거나 PM2.5에 흡수되어 가시거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PM10의 농도가 높더라고 PM2.5의 농도가 보통인 날의 경우에는 실제로는 PM10에 의한 대기오염이 있지만 가시거리가 길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대기오염이 높은지 낮은지 판별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분류 기준을 보면, 30 이하가 좋음, 80 이하가 보통, 150 이하는 나쁨, 150을 넘으면 매우 나쁨으로 표기된다. 하지만 이것도 국가마다 미세먼지의 구성 성분이 다르고, 구성 성분이 다를 경우 건강 영향도 다를 수 있기에 자국에서 수행된 연구를 따르는 것이 맞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공장오염원과 이동오염원이 대부분이기에 다른 국가들보다 원칙이 엄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간의 경제 활동이 모든 중지되고 각종 공장도 폐쇄되면서 경제적으로 전세계가 힘들고 어려웠지만 자연은, 특히 공기는 좋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도 저녁으로 밤마실 나갈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곤 했었다. 자주 외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소일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어반복적이지만 백신 등장과 더불어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다시 전세계 경제는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전세계의 공장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중국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미세먼지의 증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다시 미세먼지와 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는 팬데믹 이후의 삶을 고민했었다. 학자들이나 소위 ‘인풀루언서’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코로나 이후 변화된 세계를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공기의 질 하나만 두고 이러한 판단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다시 회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약간의 절망 섞인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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