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n Luyken, 「The Mustard Seed Parable」 ⓒWikipedia

비유의 요약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밭에 심겨진 작은 겨자 씨 하나가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큰 나무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는 크게 자랐을 뿐만 아니라 가지들을 많이 내서(마가) 공중의 새들이 와서 깃 들기까지 하였다.

비유의 기록 위치

이 비유는 마태복음에서는 일면 비유의 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13장에 기록되어 있다. 13장에는 오늘의 비유인 겨자 씨 비유를 비롯하여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밀과 가라지의 비유, 누룩 비유와 밭에 숨겨져 있는 보화, 좋은 진주 구하는 상인 비유, 그물의 물고기 비유 등 모두 7개의 비유가 기록되어 있다.

이 비유들은 모두 하나님 나라의 성격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마가복음의 경우에서 본 비유는 4 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스스로 자라는 비유를 비롯하여 주로 씨와 관련된 비유들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자라남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누가복음의 경우에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와 더불어 기록되어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열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누가복음은 마태나 마가와는 달리 겨자씨의 작은 크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마테와 마가는 씨의 크기에 대하여 강조함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숨겨짐과 자라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삶의 배경

예수의 겨자 씨 비유는 당시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처해 있던 삶의 정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들은 아마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서 하잘것없는 존재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종교권력인 유대교의 바리새파 사람들과 서기관 그리고 제사장, 또한 그들을 정점으로 형성되어 있는 종교적 제도와 체제에서 바라보면 예수를 중심으로 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은 매우 초라하게 보였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시선도 그러했지만 제자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초라함에 대하여 낙담하거나 실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 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자 그룹을 넘어서서 예수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확산되어 갔을 것이다. 이것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예수 공동체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공동체를 와해시킬 만한 매우 중대한 문제였다.

오늘의 비유는 바로 이러한 위기에 처해 있는 제자들과 예수 공동체에게 주어지고 있음을 보아야 한다. 오늘의 비유의 해석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읽혀져야 하고 해석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의 비유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작고 초라함을 넘어서

예수는 우선 겨자씨를 자신의 비유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겨자씨는 어떤 씨인가? 겨자는 팔레스타인에서 자생 또는 재배되는 겨자 과에 속하는 일년초 식물이다. 정원뿐만 아니라 들에서도 재배되는 식물이다. 재배의 목적은 겨자의 씨를 얻기 위함인데, 그 씨로 기름을 짜기도 하며, 양념류를 만드는 데도 사용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자라는 겨자는 다 자라면 약 1〜2,5m에 달하게 되고 또한 다 자라나게 된 겨자는 가지가 단단해지는데 그렇게 됨으로서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이 그 가지 위에서 쉬거나 혹은 살기도 하였다. 그 씨는 기원전 1세기경에 그 곳에서 재배되었던 어떤 다른 씨들보다도 작았다.

그래서 유대 사람들은 작은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겨자씨 보다 작다거나 혹은 겨자씨 만 한 것”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했다. 예수님도 오늘의 비유 외에도 이러한 유대의 전형적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여 자신의 가르침을 펼치기도 하였다.

어쩌면 예수와 그를 따르는 제자 공동체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정말 보잘것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보여 졌을 것이다. 실패한 사람들 혹은 나약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비쳐 졌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낙담하고 힘을 잃고 있을지도 모르는 제자들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하여 용기를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에 실망하고 용기를 잃지 말하는 것이다. 비록 오늘의 모습이 겨자씨처럼 초라하고 별 볼일 없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잠재력과 희망과 미래가 있음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작고 초라함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놀라운 미래를 바라보라고 하는 요구이다.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하여 작은 겨자씨가 후일 큰 나무가 되어서 새들까지고 찾아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가 있었는가라고 묻고 있다. 작고 초라함 속에 감추어져 있는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에 기대하고 희망을 거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고 이루고자하는 예수의 제자들이 가져야 할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겨자씨 안에 감추어져 있는 신비스럽고 강력한 하나님 나라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거기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믿음이 오늘 우리로 하여금 현재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초라함을 넘어서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제자들에게 오늘도 예수는 믿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제자들은 이 비유를 통하여 힘을 내게 된다. 그들은 비록 겨자씨처럼 매우 작고 초라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모든 새들이 깃들일 수 있는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오늘 우리들에게도 이 비유는 용기와 격려를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작고 초라하게 보이는 예수의 가르침에 실망하고 용기를 잃어버리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은 작고 초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회도 예수의 가르침대로 하면 초라하고 작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은 한 곁에 두고 세상의 성공논리와 경영원리를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요즘과 같이 거대함을 사랑하는 사회에서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은 초라하고 작은 삶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고 초라함은 많은 예수의 제자들로 하여금 실망하게 만들고 예수의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때 오늘 예수의 비유는 또 다시 우리들로 하여금 작고 초라함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리고 겨자씨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이 겨자씨처럼 작고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보고 겨자씨처럼 보잘 것 없다고 평가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그 안에 품은 겨자씨처럼 오늘도 작고 초라함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를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생명의 씨앗

그런데 겨자씨처럼 작은 것은 모두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늘의 비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명력이 있는 겨자씨를 말한다. 생명력이 있는 씨앗,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겨자씨 자체가 아니라 그 씨가 품고 있는 생명력이 문제이다.

아무리 작아도 그 안에 생명이 있으면 그것은 언젠가는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 조건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그것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오늘의 비유를 듣고 있었던 청중들은 예수의 비유를 통하여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작고 초라한 겨자씨 같은 모습을 되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자라고 있소 용솟음 치고 있는 예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가르침을 보았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오늘 겉으로 보이는 나의 작고 초라한 모습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문제는 죽어 있는 씨앗인가 혹은 살아 있는 씨앗인가이다.

하나님 나라는 자신의 삶 안에 예수의 생명의 씨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씨를 품고 사는 예수의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를 이미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이 비유를 통하여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나는 나의 삶에 예수의 생명의 씨가 자라고 있는 것인가?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씨는 자랄 수 없는 이미 죽은 씨는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수가 이 비유를 말했을 당시 많은 유대교의 바리새인들과 제사장 그리고 서기관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모두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신앙의 전문가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정말 평생을 걸쳐서 자신의 삶에 하나님 나라의 씨를 간직하고 살아간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삶의 중심에는 늘 하나님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던가?

그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하나님을 향하여 드리는 기도, 철저한 율법 준수, 헌신과 헌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구제 등 그들은 언제나 하나님에게 충실 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단 말인가?

그들의 문제는 오직 한 가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씨가 생명이 없는 씨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그렇게 무수한 종교적 행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하나님 나라의 열매를 맺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종교적으로 열심을 다하면 다할수록 분열과 정죄, 싸움, 시기 질투, 편 가름의 썩은 냄새만 풍겨났던 것이 아닌가? 오늘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많은 종교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예수의 살아있는 생명의 씨가 아니라면 우리는 자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열매도 맺지 못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종교행위를 통하여 맺고 있는 삶의 열매가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평화와 화해, 화합, 용서, 품어줌의 향기로운 열매가 나의 종교 행위를 통하여 맺어지고 있는 것인가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는지 아니면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생명의 향기를 풍길 수 잇도록 예수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한 알의 겨자씨가 되어 살아야 할 것이다.

풍요로움과 넉넉함

예수는 오늘의 비유를 보잘 것 없고 작아 보이는 겨자씨가 결국 새들이 깃 드는 큰 나무가 되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이 결론에서 우리는 질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예수도 결국 겨자씨가 큰 나무로 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인가? 과연 초라고 작은 겨자씨가 큰 나무가 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결론인가? 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겨자씨가 큰 나무가 될 수 없었다. 겨자 나무(?)는 최고로 커봐야 2,5미터에서 3미터가 최대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서 엄청나게 크다고 말할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다만 씨의 크기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면에서 예수는 큰 나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예수가 의도하고자 했던 큰 나무의 의미는 새들이 깃들어 살 것이라고 하는 말에 있다. 다른 나무에 비해서 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작은 참새와 같은 새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 나라임을 말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당시 예수의 비유를 듣고 있었던 청중들은 공중의 새들이 그 나무의 가지에 깃들일 것이라는 예수의 결론에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당시의 청중들은 누구나가 알고 있었다. 겨자 나무가 큰 새들이 앉아 쉬고 깃들일 수 있을 만큼의 큰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겨자나무는 겨우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만이 쉴 수 있는 나무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예수의 결론에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중의 작은 참새와 같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당시의 청중들이 쉴 곳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거대한 당시의 유대교 체제는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나무였다. 그리고 그 나무는 이미 독수리와 같은 거대한 새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이 끼어 들 틈이 전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쉴 곳 그리고 깃들일 곳 없이 방황하는 참새와 같은 그들에게 깃들일 수 있는 나무가 있다는 것은 복음이 아니겠는가.

겨자나무가 큰 나무가 된 것은 결코 그의 크기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크지 않았기에 큰 나무가 될 수 있었다. 겨자나무의 크기는 그의 작은 새들로 하여금 그 가지에 앉아 쉬고 또 깃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이다. 그것이 그의 크기이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오늘 우리가 어떤 교회가 큰 교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겨자 나무처럼 작은 참새와 같은 사람들을 품어주고 받아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넉넉한 교회가 아닐까? 오늘 우리들이 겨자나무처럼 큰 나무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비유를 통하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새들이 깃 들일 수 있도록 넉넉함과 풍요로운 인격과 삶을 통하여 우리는 큰 나무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오늘 우리가 겨자씨처럼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작은 새들이 깃들일 수 있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보여 주는 교회가 될 때 우리는 큰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믿음의 연조가 깊어지면 질수록 그리고 우리의 세월이 흘러가면 갈수록 겨자나무처럼 작은 새들이 깃들일 수 있는 넉넉함과 풍요로운 신앙과 인격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넉넉함과 받아들임이 있는 큰 나무들이 되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겨자씨 같은 우리가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 큰 사람으로 살아가자. 큰 교회로 살아가자.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심었다. 겨자씨는 어떤 씨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더 커져서 나무가 된다. 그리하여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에게는 들려지는 예수의 가르침이다.

홍인식 목사(더처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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