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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자기 기만적 거짓말에 대처하기 위하여2021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3월호
신익상(성공회대학교) | 승인 2021.04.07 00:08
▲ 현재의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오염을 넘어 멸절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Getty Image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건과 신학’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2021년 3월 <사건과 신학> 주제는 “기후 위기: 거짓말 아닌 거짓말”입니다. 이글은 <성공회대학교 신익상>(클릭하면 원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님의 글입니다.

코로나19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엄청난 규모의 산불도 그렇고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때아닌 폭우와 홍수, 급격한 기온 하강과 상승, 태풍과 맞먹는 강풍과 미세먼지의 습격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자연의 움직임이 인류 문명의 위엄을 밑바닥에서 흔들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극도로 건조해진 대기와 강풍, 최고 47℃까지 치솟은 높은 기온은 3일간 거의 쉬지 않고 내리친 1만 2천여 회의 번개와 함께 끔찍한 불놀이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20여 군데에서 산불이 시작됐고, 서울 면적의 5배 이상 되는 면적을 휩쓸었다.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미국 국민의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2021년 2월에는 미국 남부 텍사스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한파가 들이닥쳤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0℃ 이상 상회하던 곳에 영하 22℃에 달하는 한파는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했다. 한파에 대비되지 않은 시설들은 이 온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설의 마비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으나 난방 등을 위한 수요는 10,000%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난방하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명을 잃는 사례도 발생했고, 극심한 사재기 현상으로 가난한 이들을 중심으로 물자 부족이 심화했다.

이 모든 일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지구온난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 때문이다. 인간이 원인이 된 기후변화가 결국 지구적인 차원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끝을 모르고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탐욕이 제도화되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와 동시에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거리가 좁혀져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 공통 감염병이 늘어난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할수록 이제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영구동토층에 잠들어 있던 예측 불가능한 바이러스들도 합세하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해양과 육지 간 온도 차를 더욱 벌려 대기 불안정을 심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강풍이 일어나게 할 것이다. 증가한 온도만큼 지구에 쌓이는 에너지 대부분은 해양에 녹아 들어가면서 바다를 산성화하고 산호초를 기반으로 하는 해양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인간의 체온이 1℃ 오르면 몸에 이상이 온 것으로 판단한다. 2℃ 이상 오르면 어떤가? 3℃ 이상이면 뇌의 신경세포가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될 수 있다. 계속 그 상태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미 지구의 온도가 무척 빠르게 1℃ 이상 올랐다. 이대로 두면 100년도 안 돼서 3~5℃ 이상 오르게 된다. 2℃만 올라도 바다 산호초의 대부분이 멸종한다. 전문가들은 1.5℃ 이내로 기온 상승 추세를 막아야 산호초의 30% 정도라도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다. 여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지금은 물론 특히 후대 세대에 커다란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고, 이 위기의 근원은 자연을 무자비하게 개발하여 이룩한 인류 문명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과 같이 충분히 개발된 나라에서 누리고 있는 평균적인 풍요는 개발되지 않은 나라들의 평균적인 희생은 물론 자연의 절대적인 희생을 대가로 얻어진 풍요다.

아니, 하지만 기후위기를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다는 이 사실은 결정적일 때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여름,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상황 한가운데서 한국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이 설문조사에서 97.0%의 개신교인들이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88.9%의 개신교인들은 경제 성장보다 지구온난화 방지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중 63.7%에 달하는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지구와 인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59.3%의 개신교인들은 지구온난화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26.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나는 이 모든 답변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설문 결과가 나왔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은 단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 때문에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된다 ― “지금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그렇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아마도 가장 근원적인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꼽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1순위와 2순위를 고르는 중복응답 설문에서 개신교인의 절대다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78.9%)와 경기 침체(78.8%)를 꼽았고, 기후위기는 단 16.5%로 기타 의견을 제외하면 꼴찌의 응답률을 보였다.

기후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급선무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러한 태도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근시안적이라서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더 능숙하다. 당장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후위기라는 더 방대하고 장기적인 문제보다 시급하다는 생각,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은 인지상정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그것부터 해결하지는 말자고 하는 이 상황적 진실은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에 앞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지구적이고 국가적인 규모의 정책이 제도적으로 정착하는 일이다. 전문적인 대처 방안이 선행해서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로 확립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인식을 이끌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과 여론의 지원 아래 제도가 정착하길 기다렸다가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에 막혀 길을 찾지 못하고 말 수도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얼마 안 남은 비좁은 길 말이다.

그러니 교회에 단 하나만 요구하자. 교회의 설교와 제도가 어떻게 기후위기를 넘어설 생태적 삶을 이끄는 것이 될지 매우 시급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라. 교회의 사명은 생명을 구원하는 데 있지 않은가?

신익상(성공회대학교)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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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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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염소 2021-04-07 20:55:58

    잘 읽었습니다. 향후 "디지털 공해" 문제도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세계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는 마당에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해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 디지털 기기의 공해 발생 비율이 점차 늘어가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를 제어하자는 말 자체가 모순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참고로, 동영상 30분 시청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6.2km 주행으로 배출하는 양이 같습니다.(The Shift Project 참고) 도대체 하루에 4-5시간 영상 시청하거나 방송하는 이들은 공해 배출을 얼마나 하는 걸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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