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연출판사 제공

놀라운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정승훈 교수는 한국과 유럽과 미국에서의 학문적 여정과 서구사회에서 느낀 주변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포스트 콜로니얼(post-colonial) 상황에서 공공신학을 모색한다. 저자의 공공신학은 서구의 다양한 신학적 전통 및 철학적 이론들과 더불어, 정치이론들, 경제이론, 문화담론들과 비판적인 대화를 통해 모색된다. 저자가 공공신학을 논의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와는 결을 상당히 달리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공공신학은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해서 교회의 공교회성과 공공성을 주요 주제로 다루면서 발전해 왔다. 역사적으로는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시대 속에서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신학적 주제로서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서구에서 1960년대부터 부상한 공공신학을 한국적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서구 시민사회와 공공신학

반면에 정승훈은 자신의 공공신학을 전개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먼 길을 우회(detour)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것은 일종의 해석학의 긴 우회로(폴 리쾨르)를 말하는데, 그 이론적 배경이 실로 광범위하다. 저자는 먼저 서구에서 공공신학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는 시민사회의 형성에 영향을 준 다양한 이론을 검토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일반적 공공신학의 논의는 포스트 콜로니얼 상황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정승훈은 포스트 콜로니얼 상황 인식을 중요하게 바라보는데, 그 이유는 서구의 시민사회의 발전이 서구의 식민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식민주의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는 것은 변죽만 울리는 것과 같다. 정승훈은 죤 슈트어트 밀, 자유방임 자본주의, 사회진화론의 인종주의 등이 근대성의 내용으로서 식민주의 토대가 되고 오늘날 신자유주의 모체가 된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사상들과 대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루소ㅡ칸트—존 롤스를 통해 반식민주의 비판을 사회 민주주의적으로 재구성하고, 종교사회주의와 더불어 공공신학과 근대의 미완의 과제로 발전시킨다.

필자가 보기에 정승훈의 공공신학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방식으로 프린스톤 대학의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클리포드 거츠(Clifford Geertz)의 “두꺼운 서술방식(thick-description)”(49)과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계보학(genealogy)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화 인류학적 관점에서 거츠는 일어난 행위에 대해 행위자체의 설명에만 관심을 갖는, 즉 단순한 현상만을 기술하는 것(thin-description)이 아니라, 그 행위가 일어나는 맥락(context)을 기술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저자에게 “현상학적인 뚜거운 서술이란 일차적으로 자연적인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와 담론의 사회 역사적인 연관성을 생활세계와 더불어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두꺼운 서술을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그동안 한국의 공공신학이 대체로 1950-60년대의 미국의 공공신학이나 유럽의 정치신학에서 시작된 담론으로 이해했다면, 저자는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까지 서구의 발전과 시민 사회의 부흥과 식민주의 연관성을 두껍게 서술해간다. 이런 저자의 두터운 서술은 푸코의 계보학을 통해 상호 보완된다. 푸코의 계보학은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존의 이론이나 현상의 배후를 권력관계를 통해 접근하면서, 그것이 합리적으로 불가피한 결과라기보다는 다른 이론들과의 투쟁 가운데서 얻게 된 우발적인 역사의 결과물임을 밝힌다. 푸코는 이것을 유효한 역사 (effective history)로 명명하고, 흔히 알려진 일반적인 진보로서의 역사에 쐐기를 박는다.

이런 점에서 정승훈 교수는 공공신학을 두텁게 서술해 가는 과정에서, 공공신학 논의의 중심이나 쟁점이나 되는 중요한 개념, 정치 이론, 사회현상, 문화와 경제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을 권력과 담론 그리고 지식의 체계에 띠라 검토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기존의 공인되고 정당화된 이론들이 갖고 있던 단편적이며 피상적인 의미들의 한계가 폭로된다. 또한 원류를 근거로 한 내재적 비판(막스 호르크하이머)을 통해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며, 역사적으로 잘못 해석되어온 기존의 이론의 배후에 있는 보다 복잡한 연결점들을 살펴본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의 공공신학은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질 예정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1권은 4장으로 구성되는데, 3장까지는 정의론의 토대에서 사회계약론과 도덕적 기반에 대해서 다룬 후, 4장에서는 종교사회주의와 관계속에서 라인홀드 니부어(Reinhold Niebuhr)의 기독교 정치현실주의와 폴 틸리히 그리고 칼 바르트를 다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목차에 대해 말하면, 1장은 “근대 정치이론과 정의론”, 2장은 “사회계약론과 정치이론”, 3장은 칸트의 “코스모폴리탄 원리”와 헤겔의 “인정 투쟁”, 그리고 4장에서는 “정치 현실주의와 종교사회주의”를 다룬다 (10-11).

이런 1권의 작업을 기반으로 해서 2권에서 저자는 자신의 공공신학을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저자가 밝히는 2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신학과 도덕이론 그리고 사화학적 연구를 윤리신학으로 통합”하고, 2장은 “신학과 사회이론의 접맥을 위해 에른스트 트뢸치와 막스 베버를 검토”하며, 3장에서는 “공공신학을 위하여 포스트 콜로니얼 인식론”을 발전시키고, 4장은 “헬무트 골비처의 신학을 포스트 콜로니얼 관점과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마지막으로 5장은 “공공신학과 사회계층론 그리고 문화적인 이슈들”을 다룰 예정이다 (54-56).

서구의 공공신학이 탄생하기까지

먼저 서평자가 보기에 정승훈 교수는 근대의 시민사회의 이해 안에 홉스와 로크와 루소 등 다양한 사상을 이해하는데 편차들이 존재하고, 그런 다양한 이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본다. 저자는 정치이론 관점에서 시민사회를 바라보면서, 이 개념이 사회 계약론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힌다.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인간이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쉼없이 권력을 지향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오히려 불안정을 조장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계약론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은 공동의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 또는 사람들의 대표모임에 모든 힘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만인대 만인의 투쟁을 해결하려는 그의 유명한 리바이어던 (Leviathan)이다. 이런 관점을 시장상황과 연결하여서 홉스는 절대적 통치자의 정치적 필요성을 변호하였다.

저자는 홉스의 이런 사상은 그가 살았던 영국의 중상주의와 시장사회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몫을 주어야할 의무가 있으며, “각 개인에게 평등한 분배를 준수하는 것은 분배의 정의이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누린다”고 보았다 (p.221). 하지만 저자는 홉스가 영국사회 안에서의 부한 자의 탐욕을 명예롭게 바라보는 면과 영국과 식민지 사이의 불균형에 대해서, 특히 “영국의 노예무역과 식민지에 대한 착취에 침묵”하는 점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한다(221).

존 로크(John Locke)는 영국의 명예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에 영향을 미친 계몽주의 사상가로서 인간의 본성을 평등과 자유와 이성과 관용으로 이해하면서 사회계약론을 전개한다. 홉스에게 사회계약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 로크는 자유로운 개인들 사이의 계약으로 인식하였다. 로크는 개인이 노동을 통해 재산을 창조하는데, 이 재산은 시민 사회에 선행하는 자연권이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정부를 시민사회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보았지만, 정부는 사회적 동의를 기반으로 하되 그 권력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배자들은 봉사자들”이고, “공권력은 입법에 따라 실행하며 예속된다”고 주장했다(237).

따라서 로크에게서 독재는 공공의 선을 방해하기 때문에 독재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가 개인에게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홉스와 다른 방식으로 로크 역시, 식민지 착취와 노예 제도를 정당화했다(249-251). 로크는 가난을 도덕적 결점으로 이해하면서, 가난한 자는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그들은 시민사회 안에 있지만 완전한 회원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런 논리가 식민지의 노예와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로크는 이성의 자연법을 강조했는데,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하나님께서 주신 이성을 상실함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갖는 동등하고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자연법적 권리를 상실하였다고 보았다. 그리고 “하나님은 세상을 인간들에게 공동으로 주셨고 땅은 공동으로 경작”될 수 있다. 근면한 자의 자격으로 노동을 간주하면서 로크는 “하나님이 세상의 땅을 부지런하고 합리적인 사람이 사용하도록 주었다”고 주장하고 식민지 착취를 정당화했다(250).

또한 재산에 관한 관점에서 노예제도 역시 정당화했는데, 로크는 당시에 노예 무역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로크에게 자유로운 개인은 당대의 계몽된 신흥상공인 즉, 소위 브루조아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홉스와 로크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루소(Jean Jacques Rousseau)도 사회계약론을 전개했고, 이 사상은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루소가 볼 때, 인간은 자유로운 상태로 태어났지만 현재는 시민 사회 안에 속박되어 있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면서 인간의 역사가 자연상태의 자유와 평등과 선함으로부터 시민사회의 불평등한 노예상태로 변화해 왔고, 이 “사회 안에는 부자유, 독재 그리고 노예제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286). 따라서 루소에게 “진보와 문명선교의 식민주의 개념은 타당하지 않다”(288).

루소는 소유를 불평등의 결과로 보면서, 사회와 법이 “약자들에게 새로운 억압을 주며, 부자들에게는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289). “자연 권리는 시민사회에 선행하며, 시민사회는 자연권리를 전제한다. 시민사회는 사회계약과 일반의지 안에서 국민의 승인을 통해 시민의 자유를 설립”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국민주권을 말했다(290). 루소는 “개인의 자유를 기본적인 자연법”으로 상정하면서 일반의지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이해했다(291). “일반의지에 참여하면서 인간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며, “모든 개인은 권력을 공동체 자체에 승인을 통해 이양한다”(292). 모든 사회적 의무는 개인 간의 합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사회적 계약이 도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과 의무를 지닌 시민사회를 만들었다.

따라서 루소에게 있어서 참여민주주의가 가장 선호하는 정치 체제였다. 루소는 일반의지를 공공의 정치경제와 정부의 근본적인 통치의 원칙으로 만들었다. 루소는 재산권을 가장 성스러운 시민의 권리로 인정을 했지만, 세금징수와 상속법의 변경을 통해 이 권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 가운데 가난한 자들에 대한 깊은 연대가 나타난다.

사회계약론의 전통을 분석하는데 두드러지는 점은 저자가 거의 모든 저작을 원전에서 해석해내고 종래의 이해를 해체시킨다. 이 책의 가치는 원전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 그리고 신학적으로 저자는 루소가 칼빈의 정치신학의 전통에 서 있고,  특히 칼 바르트를 통해 진일보 된 것에 주목한다. 흔히 시민사회가 헤겔과 마르크스 전통에서 부르주와 경제사회로 파악된 것과는 달리, 루소는 정치적 주체로서 시민을 파악했고 사회에서 밀려나간 자들과의 법적, 경제적 연대를 그의 일반의지와 국민주권으로 정교화했다. 사회학에서 이러한 루소 (그리고 칸트와 더불어)를 발전시킨 사람은 에밀 뒤르캥이고, 저자는 뒤르캥의 사회적 분업과 종교의 공공 도덕성을 종교 사회주의 전통과 관련 짓는다.

정승훈 교수가 대결하는 정치이론의 전통은 아리스토텔레스-마이클 샌델이고, 상대적으로 루소-칸트-존 롤스의 입장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열풍이 불었던 샌덜의 정의론의 한계를 저자는 사회계약론적인 전통 안에 담겨있는 사회정의론을 통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극복한다.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과 포스트 콜로니얼의 대두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근대의 시민사회는 식민주의와 함께 탄생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최근 미국과 영국의 학계에서 포스트 콜로니얼 인식론이 대두되고 매우 활발하게 논의된다. 그 인식론은 유럽 또는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정승훈 교수는 이러한 유럽 혹은 서구 중심주의를 비판하는데 사용되는 이항의 대립(binary opposition)이 — 일례로, 서구는 합리적 진보적이며 과학기술적인 반면, 동양사회는 정체된 사회로 보는 논리 — 치명적인 오류임을 드러낸다. 오히려 서구 사회안에서 나타나는 사상들 간에 다양한 긴장과 갈등, 변형과 파열이 있으며,  동양사회에 대한 대안적 근대성의 접근이 모색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포스트 콜로니얼 이론가들―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마이클 하르트(Michael Hardt)―이 주장하는 내용들 중에서 상당히 빈약하고 억측스러운 부분들을 교정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최근 포스트 콜로니얼 이론의 한계가 일종의 해석학적인 영양실조에 있다고 판단하고 두터운 서술을 계보학적으로 그리고 사회학적으로 확대시킨다,

정승훈은 놀랍게도 포스트 콜로니얼 이론가들이 중요하게 다루는 푸코나 그람시등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의 공공신학의 지반을 열어가기 위해서 종교 사회주의 전통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라인홀드 니부어의 정치현실주의는 흔히 알려진 해석과 전혀 다르다. 니부어의 “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한 사회“를 해명하면서, 저자는 니부어 안에 담겨있는 서구 근대의 정치와 도덕이론에 대한 분석을 끌어들이고 니부어의 해석을 비판적으로 보충하고 해명한다. 거의 니부어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승훈 교수의 지적인 탁월함과 성찰은 놀랍다. 단순한 니부어 해석을 넘어서서 저자는 니부어를 서구 근대의 정치와 도덕이론의 광범위한 스펙트럼 안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기독교 정치 현실주의와 종교 사회주의

정승훈 교수의 책은 공공신학에 대한 단편적 이해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으로서 공공신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고 폭을 확장시켜 준다. 또한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폴 틸리히의 초기 저작인 “사회주의 결단“을 분석한다. 정교수에 따르면, 틸리히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거두인 막스 호르크하이머와의 사상적으로 공명한다. 비판이론은 일종의 함축적인 신학으로 보여진다. 호르크하이머가 자본주의에서 드러나는 도구적 합리성과 더불어 공산주의 사회에서 드러나는 이성의 파괴와 독재를 보면서 전적인 타자로서 하나님을 갈망하고,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자적인 차원을 수용했다. 이러한 비판이론적인 차원은 칼 바르트에게서도 매우 중요하게 나타난다.

정승훈교수는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칼 바르트와 헤겔 좌파에 대한 주목할 만한 학위논문을 마치고, 버클리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채로운 학문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바르트에 대한 정교수의 해석은 국내에서 논의되는 것과는 전혀 궤도를 달리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바르트의 정치신학이 루소와 친화력을 가지며 또한 마르크스 이론과의 대화에 열려있음을 본다는 것이다. 교회는 시민사회를 향해 책임을 가지며, 그것은 보다 많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더 나아가 사회에서 밀려난 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제자직을 강조한다.

왜 공공신학인가? 그것은 정치신학이나 해방신학이 공론장의 문제나 사회계층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현실에 별 다른 주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분석이나 종교가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공공 도덕적 차원은 거의 무시되고 만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본회퍼에 대한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오해를 교정한다. 일반적으로 해방신학이 종속이론을 근거로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과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고 서구의 근대성을 싸잡아서 비판하고, 여기에 서구신학의 정치신학을 그 실례로 든다. 본회퍼의 히틀러와의 투쟁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여전히 구티에레즈에게서 본회퍼는 자본주의 비판과 가난한 자들에 대한 당파적 관심이 약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승훈 교수는 구티에레즈의 해석이 전혀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설프기까지 한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다. 그러나 풍부한 근대의 정치이론과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담고 있다. 서구의 미완의 근대성을 이해하고 포스트 콜로니얼 이론을 위해 이 책은 필수적인 교과서에 속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진지한 물음을 던져본다. 칼 바르트는 하나님의 선교론에서 문화와 종교의 영역 더 나아가 공론장에서 복음의 연관성을 밝히지 않았나? 정교수의 공공신학은 하나님 나라와 선교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가? 1권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2권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대학교수로 살아오면서 저술하고 가르쳐 온 신학, 철학, 사회학에 대한 폭넓은 내용들이 새로운 공공신학의 모델안에서 노련하게 전개되고 소개된다. 단순히 근대의 정치이론을 소개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신학적 평가를 바르트와 니부어 그리고 틸리히를 통해 분석하고, 저자 나름의 독특한 현상학적인 두꺼운 기술을 계보학적으로 펼쳐 나간다. 이 책은 공론장의 하나로서 교회가 시민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며, 목회자가 공공지성인으로 갖추고 준비해야하는 신앙적 태도를 강조한다. 이 책은 기독교 장로교가 대변해온 민중신학과의 비판적인 대화를 요청하고 새로운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장공으로 이어지는 복음적인 진보신학을 새롭게 재구성해준다.

이런 점에서 정승훈의 공공신학은 학제적 소통이론을 요구하며, 그가 배우고 가르쳤던 버클리 대학의 공공신학 전통을 폭넓게 활용한다. 버클리 주립대학은 공공신학 연구소를 통해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칼 바르트와 본회퍼, 틸리히, 정치신학과 해방신학 등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고 논쟁한다. 더 이상 신학은 학제적인 소통을 피해갈 수가 없다. 위르겐 하버마스와 푸코가 버클리 대학 정규 강연자로 참여했고, 로버트 벨라와 레비노프 같은 사회학자들이 영향을 미쳤던 진보적인 학풍이 정 교수의 책에 고스란히 베어 있다.

“공공신학과 학제적 소통”(1권)과 더불어 “공공신학과 신체 정치학” (2권)은 단순히 신학의 논의를 넘어설 것이다. 시민사회와 국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검토하고, 그 안에서 공교회로서의 책임과 정의와 연대와 해방의 문제가 매우 심도 있게 기술된다. 정승훈 교수의 공공신학 저술은 목회자와 신학생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이 책은 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피해갈 수 없는 놀라운 책임에 틀림이 없다.

이병옥 교수(장신대, 선교학)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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