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츠빙글리와 칼빈

츠빙글리의 「67개조」 (1523)

츠빙글리의 「67개조」중에서 근본적인 주제들은 논제 1-16조에 나타나있다. 놀랍게도, 이 취리히 개혁의 기본 선언서에서 루터의 강조점들인 “의”, “죄”, 그리고 “죄의 용서”라는 용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신앙”이란 용어는 단지 결론 부분에 단 한 번 나타난다.

츠빙글리가 이 논제에서 말하고자 하는 기본 취지는 복음이 교회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견해는 하나님께 대한 잘못이고 범죄라는 것이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복음의 내용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의지의 선언이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났고 또 하나님과 우리의 화해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자들이 구원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른 문을 찾거나 지시하는 자는 누구나 영혼의 살인자요 강도이다(요 10:1). 다른 가르침들을 복음과 동등하거나 더 높다고 간주하는 자는 누구나 복음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모든 인류에게 약속하고 주신 지도자요 머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이고 신자들은 그의 지체이며, 머리이신 그가 없다면 그들은 죽은 자들이나 다름없다. 그리스도 없는 교회는 “미친” 교회이고, 어리석은 규정들로 자신을 해칠 뿐이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로마 가톨릭 교회가 그와 같다. 이것이 현재 그가 정열적으로 로마 교회에 저항하는 이유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하나님의 의지에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영적으로 그와 교제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선포되어야 한다.

구원은 그를 믿는 것에 있고, 믿지 못하는 곳에 영원한 형벌이 있다. 이 복음은 우리에게 인간의 교리와 전통들은 구원을 위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가르친다. 츠빙글리가 의도한 것은 매우 분명하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배타성이 다시 인정되기를 바란 것이다.(1)

츠빙글리의 「신앙의 해명」 (1530)

츠빙글리는 이 문서에서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리들을 해명하고자 했다. 그는 삼위일체와 그리스도론과 함께 시작하는데, 여기서 그는 하나님에 대한 그의 특유한 이해를 발전시킨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신 가장 높으신 존재가 만물을 자유롭게 처분하시고 결정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계획과 의도는 “어떠한 인간 존재의 우연성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이 하나님의 자유롭고 선하신 뜻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아들을 중보자로 보내시는 일에서 뿐만 아니라 타락한 인간을 위해 율법을 제정하시는 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의와 자비를 말하는 것이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의와 자비를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에 관해 질문할 때,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장소이다.

단지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이 사실을 확신시켜줄 수 있다. 하나님 자신 외에 그의 자비에 대한 보증이란 없는데, 그것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희생제물이 되신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동일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츠빙글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의인도 성화도 우리 자신의 행위에 근거해 있지 않고, 하늘과 땅 위에 있는 모든 성자들의 화해와 중재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츠빙글리는 이 문서에서 신앙을 통한 죄인의 의인의 교리를 결코 전개하지 않는다. 그가 이 문서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로마 가톨릭에 반대하여 하나님의 절대적이며 주권적인 자유의 주제를 드러내려는 것이었다.(2)

츠빙글리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해설」 (1531)

츠빙글리 사후에 출판된 이 문서에서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츠빙글리의 또 다른 강조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배타적인 유일신론을 전개한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은 피조되지 않은 유일한 분으로서 다른 모든 존재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한다. 피조되지 않았다는 것은 영원하거나 혹은 무한하신 분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단 한 분만이 피조되지 않고, 영원하고, 무한하실 수 있다.

츠빙글리는 이 “유일하신 창조자”(unus solus creator)를 신앙의 첫 번째 조항의 기원, 원천, 그리고 토대로 묘사한다. 피조된 것은 그 무엇이든지 확신 있는 신앙의 대상이나 기초가 될 수 없다. 피조물에게 신뢰를 두는 어떠한 가능성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나님을 제외한 다른 모든 피조물들은 신뢰할 만한 가치도 없다. 이러한 츠빙글리의 생각은 그가 1523년에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배타성으로 표현하고 그리고 1530년에는 하나님의 섭리의 자유로서 표현했던 것을 달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것은 피조물의 신격화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강력한 유일신론으로 나타난다.(3)

베른의 「열개의 논제들」 (1528)

베르크톨드 할러와 프란츠 콜브가 작성한 베른의 「열개의 논제들」은 “그리스도를 유일한 머리로 하는 거룩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생겨났고, 그 말씀 안에 거하며, 낯선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진술과 함께 시작한다. 두 번째 진술은 “인간의 전통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 있는 한 구속력이 있다고 말하며, 무엇보다도 ‘성서원리’를 천명한다. 이 두 진술들은 교회가 머리되시는 분의 말씀 대신에 “낯선 자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을 문제 삼는다.

이러한 논조가 세 번째 진술에서 거듭 천명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유일한 지혜, 의, 구속이며, 온 세상의 죄를 위한 보상이다. 따라서 우리가 구원과 죄를 위한 만족을 얻기 위하여 다른 공로를 인정한다면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논제들은 구원에 이르는 인간의 길에 관하여 결코 언급을 하지 않는다.(4) 여기서 베른을 취리히와 연결하는 선이 나타난다.

로잔의 「열개의 논제들」(1536)

이 문서는 젊은 칼빈의 신학사상이 반영된 첫 번째 작품에 속한다.(5) 이 논제들은 “의인의 길”의 문제와 함께 시작하지만, 특징적인 어법이 즉각 뒤따른다. 신앙의 길과 다른 길을 가르치는 자는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모든 효능을 파괴하는 자”이다. 확실히 이것은 로잔의 논제들이 베른 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음과 같은 가르침들이 뒤따른다. 그리스도는 그의 교회의 머리, 참된 제사장, 중보자와 변호자이다. 이 교회는 “하나님의 눈에만 알려져 있다.”(6) 그리고 교회의 성례전은 은혜의 상징과 표지들이다. 이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행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교역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교회는 하나님께 하는 것이 아닌 죄의 고백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 자신에 의해 주어지는 사죄 선언과 다른 사죄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이 교회는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영적인 예배와 다른 하나님의 섬김을 거부하고, 세상의 정부는 그 목적을 위해 하나님에 의해 세상적으로 제정되었다고 본다.(7) 특히 이것은 개혁교회 사상이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낸다.

칼빈의 「제네바 신앙고백서」 (1536)

로잔 논제들과 같은 해에 칼빈이 작성한 「제네바 신앙고백서」(8)는 “하나님의 말씀”, “유일하신 하나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유일한 하나님의 법”과 같은 제목들과 함께 시작한다. 이 조항들은 ‘성서원리’라는 저 빈틈없는 경계심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성서)에 인간이 고안한 다른 어떤 것을 혼합하거나... 첨삭하지 않고” 성서를 따르고자 한다.

한 분 하나님에 대한 실제적인 설명에서, 어떤 피조물을 신뢰하거나 소망을 두고, 하나님 이외에 다른 피조물을 예배하고, 그분 이외에 다른 영혼의 주를 인정하며, 그에게 드려야 하는 예배를 형식상의 의식들이나 혹은 육체적인 고행들로 왜곡하여, 마치 그가 그러한 것들을 기뻐 받으시기나 하는 것처럼 드리거나, 그의 신성을 나타내는 형상을 만드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로 간주된다.(9)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개혁교회 사상의 새로운 관점과 만난다. 하나님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유일한 주님이시고 그의 의지는 모든 의의 유일한 규칙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삶을 그의 계명들, 곧 그의 율법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당당하게 선언된다.(10)

칼빈은 루터처럼 구원에 이르는 인간의 길의 문제를 더 이상 그것만 따로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 개념의 문제에 포함하여 생각하였다. 칼빈에게서 ‘인간의 삶’(humana vita) 혹은 인류의 문제는 선험적으로 하나님의 문제와 함께 고려된다. 이것은 칼빈의 신학의 ‘변증법적 성격’을 말해주는데, 『기독교강요』 제1권 첫 문장에서 말하는 것은 그의 신학과 삶 전체를 규정하는 하나의 규범과 같다. “우리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지혜, 곧 참되며 온전한 지혜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 하나는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이다.”(11) 이 변증법적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언제나 하나님이시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 없이 홀로 거룩하고 영광스럽게 되고자 하지 않으신다.(12)

또한 칼빈은 츠빙글리가 그렇게 철저하게 일방적으로 강조했던 하나님과 신앙의 유일성, 우월성, 그리고 자유를 인간의 삶, 그의 곤궁과 소망과의 관계 속에 놓았다. 칼빈은 자연 상태 속에 있는 인간은 저주받은 존재라고 4항과 5항에서 분명하게 천명한다. 그 다음 6항에서 9항까지는, “예수 안에 있는 구원”, “예수 안에 있는 의”, “예수 안에서의 거듭남”, “죄의 용서”가 신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비천하고 가련한 죄인들”이기 때문이다.(13)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구원에 이르는 루터적인 방식이지만,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회개의 행위이고, 용서, 오직 용서에만 달려 있다고 말하는 루터의 목회적인 통찰보다 더 목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칼빈이 츠빙글리와는 다른 감각과 어조로써 일련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에서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강조들이다. 칼빈은 구원, 의, 갱신, 그리고 죄의 용서는 모두 “예수 안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 그는 “예수를 믿는 신앙 안에서”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신앙”이란 말은 단지 이런 조항들 속에서 한 차례, 즉 제6항에 삽입된 사도신조에서 나타날 뿐이다.

제10항의 제목은 “우리의 선한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있다”이고,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리고(그에게 합당한) 또한 우리가 참된 평화와 휴식을 누릴 수 있기 위하여 끝없는 혼란만을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품위나 혹은 우리의 행위의 공로에 대하여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고 단지 그의 인자함과 자비함에 의해서만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다고 말한다. 제11항에서 비로소 신앙은 하나님의 선하심의 찬란한 보화와 그처럼 굉장한 풍성함에 대한 우리의 “참여”로서 짤막하게 나타난다. 그 이후에 즉각, 제12항은 주된 논지로 되돌아간다. “하나님께만 드리는 기도와 그리스도의 중재”, 이것은 그리스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중재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반대를 담고 있다.(14) 신앙고백의 나머지 부분(13-21항)은 기본적으로 츠빙글리와 그의 지지자들과 같은 노선에 서 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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