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시민들이 모여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자는 거지”

지난 4일 평택 대추리 촛불집회에서 만난 주민 방승률씨는 촛불집회 참석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촛불집회 기원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열기가 뜨겁던 6월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친구 생일파티에 가던 신효순․심미선 학생이 미군 장갑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건 발생 후 한 인터넷 언론 시민기자 한 명이 두 여학생을 추모하자는 뜻으로 촛불시위를 제안했다. 결국 그 해 11월 두 여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들고 모여든 이들이 물결을 쳤다.

▲촛불 -ⓒ 박지훈

촛불은 자기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 때문에 ‘희생’이란 표현을 쓸 때 촛불은 자주 인용된다. 또, 약한 바람에도 쉽게 꺼지지만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을,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리는 점에서 ‘꿈’과 ‘기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촛불의 의미가 담긴 촛불집회는 ‘희생’, ‘기원’ 등을 바탕에 두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이 땅 민중들이 사람답게 사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자는 염원에서 비롯됐다 볼 수 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촛불집회 의미는 여로 모로 퇴색됐다. 보수단체들이 여는 촛불집회 내용은 규탄과 원한에 차 내뱉은 서슬퍼런 말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친북좌경 색출에 국민이 나서자. 노무현 정권 몰아내자”는 등의 말을 반복할 뿐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손에 들고 나온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것인지. 아니,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세상을 밝히려고 환한 빛을 내뿜는 촛불의 의미를 알려고는 하는 것인지.

작금의 촛불집회는 자신들 목소리를 내세우기 위한 하나의 장으로 전락됐다. 그 속엔 삶의 터전을 쫓겨난 주민들의 절박함도, 고통스럽게 죽어간 여중생을 위한 슬픔과 애도도 없다. 오직 분노와 원한에 가득 차고 정치적 권모술수로 무장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60여 년 동안 남의 나라 군대에 땅을 뺏기고 떠돌기를 반복하다 더 이상 자신의 삶의 터전을 뺏기지 않고 지키기 위한 염원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노인의 말을 듣고 스친 단상이다.

박지훈 기자  punkyhide@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