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eo del Prado, 「Noli Me Tangere」 (1525) ⓒWikipedia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참된 기쁨과 평안이 이 시간 우리 가운데 함께 하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엊그제는 “지구의 날” Earth Day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녁 8시부터 10분 동안 모든 불을 끄며 이 날을 기렸다고 하네요. 왜 지구의 날이 생겼을까요? 올해로 51번째를 맞이하는 지구의 날! 1970년에 처음 제정된 날이라고 합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1970년 3월 21일 유네스코 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지구와 평화의 개념을 기리자는 제안이 나왔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미국 위스콘신 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한 달 후인 4월 22일을 지구의 날로 삼자고 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그 전 해인 1969년 이곳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인근 해안에서 발생했던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3백만 갤런의 원유라고 하니까 어마어마합니다. 당시 처음 행사를 열었을 때, 뉴욕 맨하탄 센트럴 파크에 6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했고, 미국 곳곳에서 2000만명이 모여서 연설을 듣고,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던 행사였지만 미국이라는 로컬 행사였지요.

이게 글로벌 수준의 시민운동으로 확산된 것은 1990년부터였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은 파리협약도 지구의 날 일환으로 시작된 거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4월 22일일까요? 넬슨 상원위원이 이 날을 정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장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한 날짜라서 그랬답니다. 대학생들의 시험이 겹치지 않고, 스프링 브레이크가 아니고, 기독교의 부활절이나 고난주간이 겹치지 않으며 날씨도 적합한 날을 고른 것이지요. 또한 “국립공원의 아버지” 잔 뮈어의 생일 4월 21일 다음날이라서 그랬다고 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하고, 그래서 환경 교육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는 날! 바로 그 날을 지구의 날로 정했고, 벌써 51년이 지났습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온통 뿌옇게 재가 날려 아침인지 밤인지 알 수 없었던 날. 옛날 얘기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일대가 산불로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지난 며칠 전에는 뉴욕에 눈이 15센티미터가 내렸습니다. 바로 그 전 날에는 80도를 웃도는 여름 같은 날이었습니다. 또 작년에 세계 곳곳이 홍수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후 변화,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아니 설교 시간에 무슨 지구의 날, 기후 위기 이런 이야기만 합니까” 이러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설교 시간이니까 이런 중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기에 이렇게 여러분과 말씀을 나누는 것입니다.

늘 하는 고민이지만 저는 요즘 목사가 무엇일까, 교회가 무엇일까, 예수 믿는다는 게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한가한 생각한다, 이렇게 비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죽고 사는 중대한 질문입니다. 어떻게 사는 게 예수 믿는 사람이 사는 모습일까, 목사라고 부름을 받긴 받았는데 목사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자세하게 공부하고 교육받았는데, 진짜 그게 목사의 일일까, 아니 그것만이 목사의 일일까. 예수를 믿는다고 모인 교회 식구들이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예배드리고, 더군다나 온라인으로 잠깐 모였다가 예배 끝나면 이제 나머지 시간들을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살아야 할텐데 어떤 생각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할지 생각은 하는걸까.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건 아닐까. 목사로서 성도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 보여줄 수 있는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신학교육을 받았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교육받은 시간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이었지만 목사가 되는 교육은 한국에서 마쳤습니다. 일반 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신학대학원 공부를 신학과 학부 출신보다 조금 더 길게 공부하곤 합니다. 보통 1-2년 정도 더 공부합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면, 교회에 대해서, 목회자들에 대해서 공부하는 동안 참 비판적이었다 생각이 듭니다. 교회가 이래야 되는데, 목회자가 이런 사람이어야 되는데 왜 그럴까, 전도사들끼리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사회나 같은 패턴이겠지요. 법조인이 되어도, 의료인이 되어도, 비즈니스맨이 되어도 똑같을 것입니다.

교회도 신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실에서 교수님들께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신학생들끼리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우는 것이지요. 대형교회를 비판하고, 비윤리적인, 비민주적인 선배 목사님들을 사정없이 비판합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비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마 제가 목사로서 은퇴하는 그 순간이 와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얼마 전에 SNS에서 알게 된 신학교 교수이자 목사님 한 분이 자신의 교단을 비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손자 손녀도 있으신 분이신데 학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만 신학교에서 쫓겨나셨습니다. 여자 목사를 여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교단과 신학교의 입장에 대해서 비판하셨다가 그렇게 되신 겁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에 대해서 생각할 때, 구원의 주님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우리의 죄를 대신하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셨고, 그 예수님을 믿으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 또한 부활할 것이다, 이렇게 구원론적 관점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예, 여기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저 또한 목사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를 걸으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아니 어쩌다가 십자가를 지시고 그렇게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돌아가셨을까요?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너무나 당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으니 그 걸으실 때 당연히 ‘내가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가는구나’라고 주님께서 생각하셨을 거다라구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은 세상 죄를 짊어지고 골고다를 걷고 있는 어린 양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죄를 대신 지고 가신 주님을 생각하고 믿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우리의 믿음이지 예수님의 당시 현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가짜가 진짜인 척하는 것을 가만 두지 않으시고 비판하시다가 몰매 맞으신 것입니다. 거룩한 척, 경건한 척, 하나님을 아는 척, 깨끗한 척하는 위선자들의 속살을 폭로하시다가 그렇게 두들겨 맞으셨고, 심지어 죽임까지 당하신 것입니다. 기도하는 곳이어야 할 예루살렘이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꾼, 도적들의 소굴이 되셨다고 판을 엎으시니까 복수를 당하신 것입니다. 내가 저 놈보다 훨씬 일을 많이 했고, 내가 훨씬 잘 났고, 내가 훨씬 좋은 집안 가문이고, 내가 훨씬 능력 있는 사람인데, 저 놈하고 나하고 똑같다고 하니까 화가 나는 것이지요. 감히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하늘나라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이지요. 감히 네가 뭔대 우리의 조상 모세가 가르쳐 주신 율법을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야 한다고 떠들어 대느냐. 아니 민족의 반역자이자 더러운 세리 놈들하고 밥이나 먹는 주제에 거들먹거리며 제자들을 몰고 다니다니 저 놈을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 이렇게 바리새인들이 작당한 것이지요. 아니 지금까지 이렇게 율법을 잘 지키며 거룩하게 살아온 우리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위선자라고 악담하는 저 놈을 당장 죽여야 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로마에 대항해 독립 운동 정도를 해야 십자가에 달려 죽일 수 있는데 예수라는 놈이 바로 그런 놈이다 그렇게 빌라도에게 고발한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견고한 권위를 훼손하는 놈은 본보기라도 죽여야 한다, 그래야 그런 일이 안 생긴다, 그렇게 예루살렘의 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 바리새인들이 합심한 것입니다. 1년에 한 번씩 나를 대신해 죽을 희생양을 찾아 하나님께 바치듯이 그렇게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고발하고 십자가에 달려 죽게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빌라도의 법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를 향해 가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십자가에 비참하게 외롭게 돌아가시는 그 순간, 머리를 떨구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시던 그 순간 주님은 어떤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계셨을까요?

우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압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셨음을 믿습니다. 부활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일이 아닙니다. 신학교 도서관에 가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제가 학위를 마치는 학교 도서관이 미국 전체 신학교 중에 3번째 크다고 하니 한 번 쯤은 둘러보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신학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서 글을 썼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글을 썼을까요? 부활에 대한 책을 한 10권쯤 읽으면 부활이 이런 거구나 알 수 있을까요?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입니다. 당연히 부활에 대한 글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다 읽는다고 해서 부활을 이제 알았노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애를 책으로 모든 걸 배울 수 없듯이 부활은 책과 글로 다 담을 수 없습니다.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일 것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하지만 다 다릅니다.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서로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되기까지 합니다. 전혀 논리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성경을 읽는 사람도 논리적인 방법으로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니 왜 그랬을까요? 쉽게 말씀드리면 부활사건과 부활경험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과 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끈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하나님이거나 사기꾼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알고 또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10:10)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바로 그 생명이다, 그렇게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활이란 우리가 100살 200살 과학혁명으로 이 땅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의 부를 저 세상의 부로 옮겨가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의 증언과 기록은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예수를 알고, 그 아는 것을 통해서 이제 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입니다.

제가 구글링을 통해 지구의 날이 무엇인지 설명 드린 것처럼 그렇게 하나님과 예수님을 머리로 아는 게 아니지요. 성경에서 표현하는 “안다”라는 말은 머리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온 몸이 참여해서 뜨거워지고 체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머리와 가슴과 몸이 하나가 되어 체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그런 말을 하지요. “몸은 정직하다. 머리는 속일 수 있는데 몸은 못 속인다”, 그런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아는 것, 부활을 아는 것, 그 모두는 바로 온 몸이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헌신예배”라고 불렀습니다. 온 몸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요. 살덩이, 핏덩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나의 모든 것을 말합니다. 나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릴 때, 비로소 내가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기껏해야 나의 일부를, 나의 조각을 하나님께 드리는데 어떻게 하나님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가소로운 일입니다.

우리는 부활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부활을 잘 알기에 믿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땅 가운데 살면서 결코 부활의 본 모습을, 부활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고,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는 말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 지성의 한계, 오감의 한계로 인해 우리는 어떤 대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주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우리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못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부활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부활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에 우리는 부활을 살 수 있습니다. 매일의 삶의 안개와도 같고, 답답하지만, 때론 죽을만큼 힘겹지만 사망권세를 이기시는 주님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날마다의 삶 속에서 부활을 살 수 있습니다. 부활이 먼데 있지 않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죽어도 살겠고, 살아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부활의 참 생명을 맛볼 것입니다. 이 한 주간에도 임마누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부활의 참 생명을 살아 누리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민기욱 목사(미국 트리니티 한인장로교회)  minics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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