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는 예수님 ⓒGetty Image

비유의 요약

오늘의 비유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무화과나무의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계절의 변화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연해지고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이 하나님나라의 도래도 조금만 주위를 기울여 바라보게 되면 알게 된다는 간단하고 짧은 가르침이다.

비유의 기록 위치와 특성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무엇보다도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오늘의 본문인 마가복음에는 예수의 세상 끝 날에 대한 긴 가르침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가복음 13장은 종말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예수는 성전의 무너짐을 예고하면서 여러 가지 내용의 재난이 올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는 “거짓 그리스도들의 나타남, 전쟁의 소식, 지진, 민족과 민족의 대적, 기근, 믿는 이들에 대한 박해와 재판 회부” 등등이 그것이다.(마가 13:1-13)

특히 본 비유 바로 앞에는 세상 끝 날의 징조로서 가장 중요한 “인자의 오심”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토록 오늘의 비유는 종말 사건과 연관되어 생각되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평행구절인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도 마가복음과 마찬가지로 본 비유를 종말론과 강력하게 연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삶의 배경

예수의 제자들과 당시의 청중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사역을 듣고 보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가 다른 유대교 율법 선생들처럼 또 다른 의미의 율법을 주기 위하여 온 것인지 아니면 어떤 새로운 것에 대하여 가르쳐 주려고 온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부의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대하여 회의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예수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뭔가 화끈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의 가르침과 사역을 통하여 무엇인가 새롭게 변화되고 사회가 개혁되고 뒤집어 지는 일이 발생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기에 그들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 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것들로 인하여 예수의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도 생겨났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는 오늘의 비유를 통하여 예수의 가르침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징조를 구별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징조는 다름 아닌 하나님 나라의 도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징조

징조는 무엇인가? 징조는 어떤 일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는 일을 의미한다. 그것은 증상과 비슷하다. 우리는 증상을 통하여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미리 알게 되고 짐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가올 일에 대하여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 그 일에 대하여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 뿐만 아니다. 징조와 증상을 제대로 구분하여 다가올 일에 대하여 짐작을 할 수 있다면 오늘의 상황을 넘어서서 다가올 일에 대하여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징조와 증상을 알아보는 일은 미래에 대하여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와 또 미래에 대하여 희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징조와 증상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여 수많은 재난과 파멸을 겪어 왔음을 보아왔다. 하나님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우리에게 경고하시고 말씀하시지만 사람들은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다가오는 멸망에 대하여 아무런 예비도 하지 못한 채 파멸을 맞이하곤 하였다.

오늘의 비유는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을 향하여 징조를 구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징조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깨어 있지 못함

먼저는, 깨어 있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다. 듣기는 들어도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지고 있고 보기는 보아도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귀로 들어지는 것이 듣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볼 눈과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징조와 상징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들을 귀와 볼 수 있는 눈, 다시 말하면 깨어 있는 귀와 눈이다. 그것이 없기에 오늘 우리의 귀와 눈에는 하나님이 분명하게 보여 주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징조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짓 예언자들을 마치 참 예언자들처럼 받들고 섬기게 되는 어리석음을 행하게 되는 것에 있다. 현상과 본질을 구별하지 못함으로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게 된다.

현상과 본질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손쉽게 현상에만 몰두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눈앞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만 치중하여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하여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인생관이 형성되게 됨으로서 당장의 이익에 흔들리는 가벼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서 징조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멸망의 순간들을 깨닫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예수의 많은 치병 사역 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역이 청각장애자와 시각장애자에 대한 치유이다. 귀가 열려지고 눈이 떠지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역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예수는 제자들에게도 “깨어 기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도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깨어 있음으로 인해서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를 제대로 알고”기도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이처럼 예수의 사역에서 ‘깨어 있음’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깨어 있어야 하나님 나라의 도래의 징조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성경공부는 무엇인가? 단순히 성경에 대한 지식을 잘 배우고 잘 암기함으로서 성경 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성경공부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의식이 깨어져야 한다. 하나님 나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깨닫고 의식하게 하는 것이 성경공부의 주된 목적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의식화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성경공부이다.

원하지 않음

징조를 구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경우 우리는 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매여서 하나님 나라의 징조를 거부하곤 한다. 알기는 알고 있는데, 또 징조가 보이기는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전하고 밝혀주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 혹은 위치가 불안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징조를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니겠는가.

빌라도는 예수가 아무런 죄가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수의 사역과 그의 삶을 보면서 예수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예수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징조를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오직 한가지이다. 예수를 풀어주는 일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지극히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해관계의 득실에 따라서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도록 허락하였다.

당시의 유대교 지도자들도 그러했다. 예수의 가르침에 동요된 사람도 있었다. 가말리엘 같은 사람은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처형하는데 동의하였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예수를 허용하면 당시의 유대교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하는 염려에서이다. 기득권의 무너짐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대교 지도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징조를 눈앞에서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많은 경우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이 그러하다. 우리는 예수의 가르침이 옳은 것을 알고 있다. 많은 경우 많은 목사들이나 신학자들은 진정으로 성경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 그래도 그대로 가르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년 전이나 50년 후나 똑같은 것만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늘을 향한 비유

예수의 무화과나무 비유는 오늘 우리를 향한 가르침이다. 깨어 있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들을 향하여 “깨어나라.”라고 하는 말씀이다.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라고 하는 예수의 말이다. “무화과나무에서 교훈을 배우라.”

예수의 무화과나무 비유는 오늘 우리를 향한 가르침이다. 자신의 세계에만 안주하여 그 세계가 깨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우리들을 향하여 우리의 세계를 벗어나서 넓은 하나님의 세계로 나오라는 가르침이다. “무화과나무에서 교훈을 배우라.”

하나님 나라의 징조를 구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교회는 이 사회를 향하여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징조를 깨닫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악의 세력은 점차 소멸되어져 갈 것이다. “무화과나무에서 교훈을 배우자.”

가까이 온 줄을 안다.

홍인식 목사(더처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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