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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길, 자녀들의 길믿음의 뿌리(열왕기하 21:20-24)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 승인 2021.05.09 01:51
▲ 우상숭배 하는 므낫세 ⓒGetty Image

20 아몬이 그의 아버지 므낫세의 행함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되 21 그의 아버지가 행한 모든 길로 행하여 그의 아버지가 섬기던 우상을 섬겨 그것들에게 경배하고 22 그의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버리고 그 길로 행하지 아니하더니 23 그의 신복들이 그에게 반역하여 왕을 궁중에서 죽이매 24 그 국민이 아몬 왕을 반역한 사람들을 다 죽이고 그의 아들 요시야를 대신하게 하여 왕을 삼았더라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지난 주일은 어린이·청소년 주일이었고 이번 주일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제 자신이 좋은 아들인지, 좋은 아버지인지 확신 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한다던가, 어떤 자녀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성경 말씀을 통해서 어떤 신앙을 전하는 가정이 되어야 하는지만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대략 주전 640년경에 남왕국 유다를 다스렸던 아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몬은 단 2년밖에 왕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인지 특별하게 다룰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인지 상당히 짧은 내용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아몬이라는 왕에 대해서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열왕기보다 남왕국 역사에 집중하고 있는 역대기조차도 아몬에 관해서는 단 다섯 절의 기록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몬에 관한 본문으로 오늘 말씀을 나누려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와 아들이 성경 안에서 너무도 유명한 왕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악행으로 유명한 그의 아버지 므낫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므낫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의 아들 요시야입니다.

므낫세로 인해 남왕국 유다가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생각은 열왕기나 역대기뿐만 아니라 예레미야에도 나타납니다. 예레미야 15장 4절은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가 행한 일로 인해 하나님께서 그들을 세계 여러 민족 가운데 흩으셨다고 말합니다.

므낫세가 성경 안에서 악의 대명사로 꼽히게 된 이유는 그의 아버지 히스기야가 이루어 놓은 성전 중심의 신앙을 깨뜨리고 아시리아의 온갖 우상을 받아들였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가 오늘 읽은 본문 바로 앞에는 므낫세에 관한 내용이 나타나 있는데, 므낫세는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던 모든 우상을 다 섬겼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자기 아들을 불 가운데로 지나게 하는 인신제사까지 지냈다고 말합니다.

최근 학자들은 열왕기하에 나타난 므낫세의 우상숭배 목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므낫세가 실제로 이렇게까지 우상숭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악한 왕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우상숭배라는 은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저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므낫세가 아시리아의 우상을 받아들이기는 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열왕기에 나타나는 것과 같이 이런저런 우상을 섬기도록 장려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민간에서 이런 우상숭배가 이루어졌을 수는 있습니다.

므낫세가 어떤 우상을 섬겼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 히스기야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입니다. 므낫세는 아버지가 펼친 정책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반면 오늘 본문에 나타난 아몬은 아버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사람입니다. 21절의 말씀처럼 아버지가 행한 모든 길로 그대로 행했습니다. 악하다 평가받던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에 그는 열왕기를 기록한 역사가들에 의해 악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역대기의 경우에는 므낫세가 나중에 회개하였다는 이야기를 첨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몬이 아버지 므낫세와 같이 겸손해지지 않고 교만하여 아버지 므낫세보다 더욱 악을 행했다고 말합니다.

아몬 통치 2년차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만, 그는 몇몇 신하들의 반란으로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아몬을 시해한 이들은 ‘암-하아레츠’라고 불리는 집단, 우리 성경에는 ‘국민’이라고 번역된 집단에 의해 숙청당하고 그의 아들인 요시야가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암-하아레츠에 의해 왕위에 오른 요시야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펼친 정책을 다시 뒤집습니다. 그의 증조할아버지인 히스기야가 택한 방식을 선택합니다. 성전 중심의 신앙을 다시 굳게 세우는 일을 시도합니다. 그래서 그는 역사가들에 의해 히스기야와 함께 위대한 왕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열왕기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히스기야가 성전을 중심으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굳게 세웠는데 므낫세가 이를 망쳐 놓았고, 그의 아들 아몬은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 했고, 이를 다시 요시야가 바르게 세워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왕기는 왕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당시 종교 정책이 어떻게 되었는가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들이 아버지의 정책을 뒤집었다고 할 때 종교 정책만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 뒤집은 정책은 종교 정책이라기보다 외교 정책이었습니다. 열왕기하 18장 7절을 보면, 히스기야가 아시리아를 배신하고 섬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히스기야 당시 산헤립이 다스리던 아시리아는 바벨론을 함락시키고 국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이런 때에 히스기야가 무슨 배짱으로 아시리아를 배반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히스기야는 아시리아보다는 끊임없이 독립 전쟁을 일으키고 있던 바벨론과 손을 잡습니다.

열왕기하에는 산헤립의 죽음 이야기가 히스기야 이야기 사이에 들어있기 때문에 산헤립이 히스기야 때에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산헤립은 므낫세 때에 죽습니다. 그는 왕세자였다 폐위된 그의 아들 아르다-물리수에 의해 죽임 당하는데, 아르다-물리수가 폐위되고 새롭게 왕세자로 책봉되었던 엣살핫돈은 형제가 일으킨 난을 어렵지 않게 제압합니다. 그리고 아시리아의 왕위에 오릅니다.

산헤립의 죽음 이후 엣살핫돈이 다스리던 아시리아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그래서였는지 히스기야로부터 남왕국의 왕위를 물려받은 므낫세는 철저하게 아시리아의 속국이 되는 정책을 펼칩니다. 역대기에는 므낫세가 아시리아에 잡혀간 상황이 나타나는데, 이는 실제 역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므낫세는 아시리아의 충성스러운 신하였습니다. 므낫세의 아들 아몬도 므낫세의 친아시리아 정책을 따랐습니다.

엣살핫돈 이후 아시리아의 이어받은 아수르바니팔 말년에 아시리아의 국력은 점점 약해집니다. 요시야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재위 18년은 연대측정의 오차범위 내에서 아수르바니팔이 죽고 그의 아들 아수르-에틸-일라니가 왕위에 오른 때입니다.

열왕기에는 요시야가 아시리아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열왕기하 23장에 나타난 요시야의 죽음 이야기에서 그가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열왕기하 23장 29절은 이집트 왕 느고가 아시리아 왕을 치러 북진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아마 열왕기 역사가의 오류로 보입니다.

당시 북진하고 있던 왕 느고는 이집트 제26왕조의 네카우 2세입니다. 이집트 제26왕조는 아시리아 왕 엣살핫돈의 지원으로 세워진 왕조이며 아시리아와 동맹 관계에 있던 국가입니다. 그런 이집트의 왕이 아시리아 왕을 치러 북진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당시 신흥 바벨론으로 인해 공격당하고 있는 아시리아를 돕기 위해 북진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시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진하던 이집트 군세를 요시야가 막아섰다는 이야기는 그가 아시리아의 편에 서 있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요시야가 그의 증조할아버지 히스기야와 마찬가지로 바벨론과 협력 관계를 맺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는 아시리아에 대항하는 바벨론의 편에 서서 이집트의 군세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죽게 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고고학적으로 보았을 때, 아시리아에 충성을 다했던 므낫세 시절 남왕국 유다는 상당히 발전했고 부를 축적했습니다. 히스기야 때에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수많은 유적에 대해 최근에는 히스기야가 아닌 므낫세 시절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또 아시리아는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키긴 했지만, 므낫세의 정책 때문이었는지 남왕국 유다는 멸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히스기야와 요시야가 협력을 맺었던 바벨론에게 남왕국 유다는 멸망당합니다.

히스기야로부터 요시야에 이르는 정책 변화는 단지 종교 정책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국제 정세에 따른 외교 정책의 변화였습니다. 종교 정책의 변화는 외교 정책 변화에 수반된 현상이었을 뿐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부모의 길을 자식이 잘 따르는 것이 복된 길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또 성경 말씀대로 부모의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는 일이 자녀들에게 복된 길인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열왕기에 악하다 표현된 왕인 므낫세는 실제 당시 남왕국 유다 백성들에게는 선왕이고 좋은 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길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를 굳게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몬은 그의 아버지의 길을 따랐지만,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아마도 그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에 의해 죽임 당하게 되었습니다. 요시야는 이런 국제 정세를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길을 걷지 않고 증조할아버지 히스기야의 길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남왕국 유다는 결국 그가 조력했던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게 됩니다.

므낫세는 자신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신앙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의 신앙을 택했습니다. 요시야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사건은 그가 히스기야 시절의 신앙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형태의 신앙을 택합니다. 또 어찌 보면 그는 자기 아버지인 아몬의 신앙을 버리고 새로운 신앙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성경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신앙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신앙을 그대로 따르는 일이 실제로 복된 길인가를 따져본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입니다. 또 부모의 신앙이 정말 올바른 신앙인지 판단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성경의 역사가들은 므낫세나 아몬, 또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지 않았던 왕들이 하나님을 버렸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은 하나님을 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 집단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신앙 형태가 자신의 시대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변하든, 어떤 신앙의 형태로 바뀌었든, 그들에게는 야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때로는 잘못된 신앙의 길을 갈 때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시 올바른 신앙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열왕기를 기록한 역사가들의 판단에 따른 기준이 아니라 국가의 평안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므낫세와 요시야 중에 누가 올바른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지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왕이 더 훌륭한 왕이었는지, 어떤 왕이 하나님을 더 잘 믿었고 하나님의 뜻을 잘 실현했는지 평가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뿌리를 자녀들에게 잘 전한다면, 그 뿌리로부터 나무가 자라고 그곳에서 복된 열매가 맺히는 순간은 언제라도 올 줄 믿습니다.

가정의 달 5월 우리의 신앙을 무조건 자녀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뿌리를 전하는 기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족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신앙의 형태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뿌리만을 전했으면 합니다. 그 뿌리에서 분명 은혜의 열매가 맺힐 줄 믿습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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