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항 산재사망 청년노동자 故 이선호 님을 추모하는 그리스도인들’ 주최로 추모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리연

지난 4월22일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원청업체 동방에 소속된 지게차 기사의 지시로 나뭇조각을 줍던 도중 갑자기 접힌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선호’ 청년을 추모하는 기도회가 5월19일 오후 2시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기도회는 ‘평택항 산재사망 청년노동자 故 이선호 님을 추모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주최해 진행된 것이다. 불기 26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휴일이었지만 이선호 님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모인 기독인들은 다시는 청년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고 자본의 이익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옥바라지선교센터 김한샘 활동가의 인도로 추모기도회는 시작되었다. 먼저 고 이선호 님의 부친 이재훈 님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아들의 죽음이 억울하고 안타깝고 마음이 무너진다.”며 그러나 “나의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다시는 자본의 이익 때문에 젊은 생명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또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역시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세상,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 일하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여러분들과 제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마지막으로 “오늘 기도하는 자리에 모인 우리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그 이야기를 써 가면 좋겠다.”고 지적하고 “정치인으로서 할 일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 이선호 청년의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독인들의 마음이 모였다. ⓒ정리연

이어 평택 예수평화교회(합동) 여환옥 목사는 “탐욕의 종말”(이사야 2:4절)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여 목사는 “탐욕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억울하고 당연한 것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구의역 김군,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군, 오늘 이 자리의 이선호 군의 억울함은 반복될 것 같은 참담한 예감이 든다.”면서 “탐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사회 구조는 취약계층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현세대의 비틀어진 모습을 비판했다.

계속해서 여 목사는 “삶의 현장 자체가 위협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게끔 몰아간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가 두드리면 다음 세대에서는 금이 가고 더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라며 기독인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NCCK인권센터 이사장인 홍인식 목사는 “생명 착취의 삶의 현장에서 억압받는 우리를 해방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해방자 예수의 은혜와 우리에게 생명중심으로 살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지킴에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는 성령의 교제가 생명의 연대를 통하여 자본의 이익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보다 나은 세계형성을 위한 투쟁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유가족 위에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축도했다.

이선호 님의 부친인 이재훈 님은 추모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 한참을 흐느꼈다. 그는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절규했다.

근본적인 산재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집회가 5월 21일(금) 오후 5시,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 상태로 통과된 가운데 여전히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다. 특히 하청에 하청을 더하는 지금 노동 구조는 청년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기독인들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다.

▲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의 부친 이제훈 님은 흘리는 눈물을 참으며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정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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