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과 기업의 평가 지표가 되고 있는 ESG ⓒGetty Image

뿌옇게 흐린 하늘의 월요일 아침은 찌뿌드드한 것이 늑장을 부리기 딱 좋다. 느지막하게 아침 식사를 하였다.

“여보, ESG가 뭐야.”

목사인 남편에게 답을 듣고자 하는 아침 식사 중의 질문은 신학적 주제가 아니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착한 기업에 주식 투자하는 거?”라는 질문을 다시금 내게 던졌다.

최근 경영계의 큰 화두는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자본과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70년대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산유국들의 넘쳐나는 달러는 전지구적 자본을 창출하며 국경을 넘나들기 시작하였다. 이는 상품에 비하여 규제 적용이 적고, 이동도 용이하여 자유롭고 활발하다. 같은 시점, 해외투자와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이 시작되고 다국적 기업이 출현하게 되었다. 해외에 건설 또는 인수한 공장에서 이윤극대화를 위한 착취, 환경파괴와 자원 낭비 등의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을 인지하여 이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에게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로 대표되는 재무 정보는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서 기업의 성과에 ESG라는 비재무적 지표의 가치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ESG가 생소한 개념으로 급조되거나 일시적인 것도 아니라 조금 멀게는 산업혁명으로부터 그리고,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세계화 속에서 일련의 흐름이 있었다. 경제·사회·환경의 세 요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성장보다 발전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기업의 책임을 요청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자(CSR)’로 시작되었다. 이후, 1987년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채택하여 ‘지속가능발전’을 의제로 제시한다.

2000년 UNGC의 10대 원칙 설정, 그리고 2004년 UN의 Who Cares Wins에서 ESG의 기본틀을 마련하여 2006년 1750개의 글로벌 주요 투자회사가 ‘사회적 책임 투자(PRI, Principals of Responsible Investment)’를 약속한 서명을 하였다. 서명한 기관은 2021년 1월 기준으로 3615곳에 이른다. 15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지나 이제 본격 적용이 시작되고, 직접 계기가 되어 근래에 언급이 많아진 것이다.

초국가적으로 기업에 관계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특히, 자본 투자자)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이윤’을 원하여 이를 ESG로 수렴하게 된 것이다. 본질적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지표를 활용하여 매년마다 투자원칙이행을 현황보고하면, A+부터 E까지의 점수로 평가된다. ESG가 장기적으로 데이터로 축적되고 ‘수치’로 관리된다는 것이다.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의 통합을 통해 기업가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에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평가 결과는 달성할 목표가 숫자로 제시되고 업데이트되어 관리된다. 보고와 측정, 평가의 과정은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한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도록 한다.

한 번은 ESG 관련하여 글을 쓰고 싶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이 된 시장’ 세속화 된 교회에 통찰이나 반성을 위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8·9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한국교회는 자본과 밀접하게 결합되었다. 그리고 등장한 대형교회는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등가 대치해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일부 소수의 대형교회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작금의 교회를 평가하는 일반적 지표로 ‘교인수’와 ‘헌금’ 이외에 객관화할 수치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세상의 변화는 당위론을 넘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상당부분 완료되어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증거 기반의 경영이라는 큰 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듯 구태로 가득하다. 교회의 영적 지도력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아니, 너무나 많은 일을 하였으니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는지를 고민하고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기폭되어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며 세상으로부터 도태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그런 와중에서 말씀에 따라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노라 고집하고 자신한다면, 더 이상의 소통은 불가하다.

세상을 차별하여 혐오하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 집중하여 문제를 파악하자.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최대의 약점은 G에 있다. 목사중심의 목회계획과 과거에 해 오던 방식, 암묵지(暗默知) 등이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검은 양복 입은 중년 남성이 떠올려지는 의사결정체계와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부패와 젊은 세대의 최대관심이라는 공정의 문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EGS의 핵심인 E는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 등이 세계적 평가의 축이다.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증가시키는 등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런데, 당장의 생색내기는 기후위기와 환경 어젠다를 통한 E에서 가능하다. 아쉽게도 텀블러를 쓰게 하고,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은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러한 예다. 생산과정과 기술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구조를 개편해야만 한다. 한편, S는 가장 조심할 영역이다. 성별·인종의 다양성과 인권, 노동문제, 사회적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 그 자체다. 가치 구매라는 행동을 표출하는 적극적 소비자들에게 S는 기업의 평판과 존립 자체도 좌우하게 하여 리스크 관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추락하는 기독교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미래상은 어떻게 제시해야 할까? 간단하게나마 조금 더 살펴보았다. 교회는 이익집단이 아니다. 영적 공동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와 검증이 요구되고 필요한 시점이다. 열심히 하는 것만 아니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러니 하지만 간과하면 외면 받게 된다하여 대세가 된 ESG를 통해 반추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도록.

때는 성령강림절이다. 오직 성령은 각 사람 위에 임했다. 그리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된다’ 하였다. 땅 끝은 곧 전지구적, 나아가 전우주적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재해석 되어 마땅하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살아가려는 그리스도인이 생각 중이다. ‘각 사람에게 임한 성령을 모신 증인들을 어찌 살아야 마땅한 것인가?’

‘한 손에 성경, 다른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추상적인 명사가 아닌 동사의 새로움으로 나아가자.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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