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ox preaching in old St. Giles Cathedral. Lithograph by Schenck and Ghémar, ca. 1850. ⓒhttps://www.history.pcusa.org/history-online/exhibits/john-knox-scottish-reformer-page-8

일반적으로 교회는 감독정치, 회중정치, 장로정치라는 이 세 가지 교회정치 형태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한다.(1) 개혁교회라는 명칭은 일차적으로 교회행정 혹은 정치체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학적 전통을 언급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개혁교회 전통에 속한 교회들도 그 중 하나의 정치제를 채택해 왔다. 대부분의 개혁교회들은 그들 각각의 교회 역사를 통해 장로교적인 교회정치제도를 채택해 왔지만,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회중교회 정치제나 감독 정치제를 채택한 교회들도 있었다.

이것은 교회정치 혹은 교회조직에 대한 칼빈의 유연한 입장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교회조직이 시대의 정세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2)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고대 교회의 교회발전사를 통하여 파악하고, 16세기에 나타난 교회의 다양한 정치형태를 교회 존립을 위한 형태로 받아들였던 것이다.(3) 이러한 유연성은 장로정치제 그 자체에 대해서도 말해져야 한다.

장로 정치제의 다양성

세계 장로교회의 발전은 장로정치제가 교회질서 혹은 구조의 어떤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계속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갖는 하나의 발전적인 형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장로정치제는 어떤 획일적인 제도를 거부하면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예컨대, 장로직이 종신제냐 임기제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느 한 지역의 상황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또한 장로정치제는 두 개의 전혀 다른 발전모델을 갖고 있다. 미국 장로교회는 회중과 노회로부터 대회와 총회로 발전하였고, 반면에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총회로부터 하향식으로 발전하였다. 장로정치제가 갖는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교회질서의 어떤 한 형식을 장로교의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형식으로 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로교회의 다양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장로교회는 하나같이 장로정치제의 고유한 특징을 대변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원리를 갖고 있다. 우선 장로교정치의 고유한 특징을 밝히고, 이어서 장로교정치의 기본 원리들을 살펴보자.

장로교 정치의 특징

교회정치는 교회의 창립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은 교회정치에 대한 칼빈의 기본 주장이다. 장로교회는 교회정치에 대한 칼빈의 이 기본적인 생각을 그대로 따른다. 교회는 인간의 직관이나 재능이나 결단의 결과도 아니며, 군중의 본능이나 열광의 산물도 아니다. 교회를 세우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란 없고, 이러한 과업을 시작할 만큼 자격을 갖춘 사람도 없다. 사도 바울의 표현을 빌면, 교회는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갈 1:1) 이루어진다.

교회를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실, 즉 사건으로 만들며, 인간의 모임과 공동체로 만드는 것은 지금도 성령으로 그들을 불러 모으시고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이다. 그가 아직도 교회를 다스리시는 것은 바로 교회를 세우셨던 이러한 사건 속에서다. 의심할 바 없이 이러한 행동은 결코 과거의 일이 될 수 없다. 그리스도가 살아 계시고 성령으로 역사하시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 이후나 혹은 그러한 행동과 더불어서 교회의 통치를 위한 다른 여지가 있을 수 없으며, 또 그러한 행동이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없다.(4)

그러므로 교회를 다스리는 자는 누구인가?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은 이 물음에 분명히 대답한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에 따르면 교회는 결코 자기 자신을 다스릴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는 물론 말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교회는 결단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이 모든 일에서 주체가 아니라 단지 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은 여기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정치체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의하면 교회를 다스리는 자는 자칭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이며, 그 밑에 종속하는 전체 주교들이다.(6)

그러나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은 교회가 “교회의 신랑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음성”만을 듣고 순종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러한 전제적인 정치체제를 거부한다. 또한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은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동시에 전체 신자들 혹은 신자의 다수가 교회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현대적인 사상도 배제한다. 교회의 정치는 전제적이거나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행해진다는 것이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요지이다.

바르트는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교회정치에 대한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회정치는 교회의 특별한 교직자의 일도 아니요, 신자 전체나 다수의 일도 아니다. 그리스도가 교회를 다스리신다. 교직과 회중은 교회를 다스리는 주인이 아니라 교회를 섬기는 기관일 뿐이다. 스코틀랜드 교회는 칼빈의 절친한 친구이자 제자인 존 녹스(John Knox)에 의해서 장로정치제를 채택하게 되고, 이미 1560년의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에서 장로정치제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지만, 장로정치제의 제도적 우월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신앙고백서는 교회의 유일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이 교회정치의 본질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요컨대, 교회정치는 교회 안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이 주가 되게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만일 이 점이 인정된다면,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에서 감독정치제든 장로정치제든 어떤 것이라도 좋다는 것이다.(8) 교회정치에 대한 이러한 열린 태도는 칼빈의 정신을 이어받은 개혁교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교회는 복음이 명시하는 본질적 부분, 곧 교회의 보편적인 합의사항(예컨대 그리스도가 주님이시고 구원자이시라는)에 대해서는, 교회는 결코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규정하지 않은 특수한 형식에 대해서는, 저 본질적인 것을 인정하는 한, 각 지역의 특성과 관습에서 발견되는 독특성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9)

성서의 권위: 장로교 정치원리 ①

장로교회는 장로정치제가 성서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어떤 사람들은 장로정치제가 성서에 규정된 유일한 교회정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여간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성서의 권위에 호소해 왔다는 점이다. 칼빈은 교회정치의 질서와 형태를 하나님께서 정하셨다고 분명히 밝힌다.(10) 칼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프랑스 신앙고백」(1559)은 “참된 교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질서에 따라 통치되어야 한다”(11)고 선언한다.

그러나 칼빈은 교회정치의 세부적인 모든 사항들이 성서로부터 직접 확립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래서 성서에 대한 율법적인 순종을 주장하거나 초대교회를 맹목적으로 모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교회가 처한 시대의 형편에 따라 주께서 정하신 교회의 질서는 변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교회는 교회의 덕을 세우는 일에 관심을 갖고 교회에 유리한 쪽으로 관습을 변경하거나 폐지하고 새로운 것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교회의 새로운 질서를 제정하는 일에는 언제나 사랑을 척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의 통일성: 장로교 정치원리 ②

장로교회는 각 노회에서 동수로 파송한 총대 목사와 총대 장로로 구성되는 총회 조직을 통하여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고자 한다. 장로교회의 최고 치리회인 총회는 교단에 속한 각각의 노회들, 당회들, 및 개교회들의 통일성을 나타낸다.

당회, 노회, 총회 등의 교회 회의제는 장로교회 안에서, 특히 국가적인 기반 위에 설립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발전하였다. 그러나 그 원리들은 칼빈에 의해서 이미 분명히 표명된 것이다. 그는 개인들의 지배를 단호히 반대했고, 연대적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회의제를 옹호했다. 또한 그는 목사들만이 지배하는 제도를 반대했으며 말씀을 전하는 장로(목사)와 다스리는 장로들이 함께 통치하는 회의제를 주창하였다.

대표들을 통한 교회정치라는 장로교회의 근본원리는 칼빈의 인간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칼빈은 한편 통치를 맡길 만큼 선한 사람은 없고, 다른 한편 대중은 교회생활에 필히 있어야 할 중대한 결정들을 하기에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는 일인 지배의 자만심과 독재를 경계하였음은 물론 대중의 변덕스러움과 무질서도 경계하였다. 그가 신학적 근거를 토대로 인정한 것은 국가와 교회에서 공히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실현되는 대의적 민주주의였다. 그는 어떤 결정이 개인이나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특별한 자격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어 선출된 사람들에 의해서 내려질 때, 하나님의 뜻이 가장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13)

목사직의 동등성: 장로교 정치원리 ③

장로정치제의 또 하나의 주요 원리는 목사직의 동등성의 원리이다. 이 원리는 개혁교회 신앙고백들 곳곳에서 아주 분명히 표현되고 있다.

칼빈은 면밀한 성서주석을 통하여 신약성서에 나오는 ‘감독’, ‘장로’, ‘목사’, ‘교역자’라는 네 가지 직무들이 모두 같은 직무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16) 예컨대, 성서는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을 모두 ‘감독’이라고 부르며, 여러 구절들에서 감독과 ‘장로’를 동일시한다(참고, 딛 1:5-7, 딤전 3:1이하). 사도행전에는 바울이 에베소 교회 장로들을 불러 그들에게 말한 기사가 있는데, 그는 그들을 ‘감독’이라고 부른다(행 20:17, 28). 이와 같이 칼빈은 관련된 성구들을 근거로 ‘감독’과 ‘장로’는 같은 직분이라는 장로교회 제도의 근본 원칙을 주장한다. 칼빈은 초대교회의 교회정치 발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며, 당대의 감독직에 대해서도 목회직의 기본적 동등권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감독직을 반대하지 않았다.

목사의 청빙과 직분자의 선출권에 대한 교회의 자율성: 장로교 정치원리 ④

장로정치제도의 또 다른 주된 원리는 교인들이 자기 교회의 목사를 청빙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칼빈은 이렇게 말하였다.

칼빈이 강조한 교인들의 목사 청빙권과 직분자들의 선출권은 그 당시의 상황 때문에 약화되었고, 이 권리는 스코틀랜드와 미국의 장로교인들에 의해서 정착되었다. 노회의 감독 아래서 교인들이 자기 교회의 목사를 청빙하고 직분자들을 선출하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 것이다.

집사직을 통한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영적 연대: 장로교 정치원리 ⑤

장로교회가 목사와 장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회정치제도인 까닭에, 일반적으로 집사 직분은 장로교회의 정치원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집사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게 하는데 매우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장로교 정치의 고유한 특징을 대변하는 정치원리에 대한 설명에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18)

본래 초대 교회의 집사 직분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위임받은 교회의 공적인 직분이었다. 그러나 중세 후기의 로마 교회는 집사직을 예배의식에서 사제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에 제한했다. 집사의 직분은 그 본질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렸고, 사제가 되기 위한 과정의 한 단계가 되었다. 칼빈은 이러한 관습이 사도적인 기원을 갖고 있는 “매우 영광스러운 직분”을 불쾌하게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19) 집사는 말씀을 전하는 일에 전념하려는 사도들에 의해 세워진 직분이다(행 6:1-3).

따라서 칼빈은 “나누어주는 사람은 순수한 마음으로 …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롬 12:8)는 말씀을 따라서 집사의 직분을 두 종류로 구분하고, 한 부류의 집사들은 빈민 구제금을 관리하고 구제물자를 분배하는 일을 맡게 하고, 다른 한 부류의 집사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직접 보살피는 일을 맡게 했다. 여자 집사들은 주로 후자의 일을 맡았다.(20) 말하자면, 집사들은 성도의 교제가 사회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이 영적 연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경제적 재화가 교회의 모든 지체들 가운데 고루고루 흐르게 재확립하는 책임을 맡은 자들이었다.(21)

그러므로 칼빈은 사도적 기원을 갖는 집사 직분을 신약성서에서 되찾아내어 교회가 세상에서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인 경제 질서를 사회 안에서 실현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사직은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세계화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오늘날 특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교회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냉혹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사회 속에서 신음하며 허덕거리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고 병든 사람들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는 본래적인 역할에 충실할 때, 교회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주권과 영예는 드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로 정치제의 회복을 위해

장로교회 정치제도를 비판하는 견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개교회에서는 목사와 장로가 주도권을 놓고 서로 다투고, 노회와 총회 차원에서는 교회권력의 배분에 대한 파당적 이해관계로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한 구태의연한 ‘정치목사’와 ‘정치장로’들로 인해 교회정치는 종종 평신도들만이 아니라 목회자들에게도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정치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며, 어떻게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주권만을 온전히 나타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의 교회의 개혁과 갱신은 교회정치의 이 신학적 의의를 되살려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에서 논의한 교회정치의 핵심 내용들은 한국 장로교회의 정치에서도 근간을 이루고 있다.(22) 성서에 근거하는 교직과 치리권에 대한 강조, 당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로 구성되는 상회조직을 통한 교회의 연합과 일치,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머리로 하는 교직의 동등성의 원리, 목사를 청빙하고 교회의 직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 등등. 최상의 교회정치 제도가 그리스도를 가장 잘 영화롭게 하며, 그리스도의 백성을 계발하여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과 봉사자로서 살아가게 하는 제도라고 할 때, 저 기본 원리들을 바탕으로 하는 장로교의 정치제도는 그것에 가장 근접한 정치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정치형태는 하나님의 주권, 그리스도의 교회의 머리되심,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교회를 이루어 가시는 성령에 대한 강조, 직분의 계급적 개념과 온갖 외형주의에 대한 반대, 평신도 직분에 대한 신적인 소명, 성화의 교리에 의한 윤리적 강조(권징) 등을 통하여 성서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한 정치제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만연한 현실에서, 오늘의 장로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참으로 개혁해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소홀히 여겨졌던 개혁교회의 강조점들을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회의 예배가 언제나 말씀과 성례전의 예배가 되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칼빈이 제네바에서 실행하고자 하였지만, 제네바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끝내 관철시키지 못했던 교회개혁의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는 일이다. 교회가 교회인 이유는 그리스도가 몸의 머리로 계시고, 그의 임재가 복음의 선포와 성례라는 지상적 형태 안에서 인식되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교회가 왜곡시킨 성례전의 올바른 회복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대로 교회에서 매주 성례전이 거행될 때, 비로소 온전한 회복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23)

둘째,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는 교인들의 훈련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교회의 권징은 구시대적인 폐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칼빈이 제네바교회에서 시행하였던 권징이 올바르게 시행되면, 죄인들이 회복되고, 이단이 설 자리가 없게 되며, 교회의 순수성과 일치성이 보호되며,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셋째, 매주 모임을 갖고 함께 성서를 해석하며 서로 평가했던 목사들의 연구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24) 한 지역의 목사들이 한데모여 성서를 읽고 해석하며 서로 평가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때, 강단에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능력이 충만한 말씀이 될 것이며, 그 말씀으로 양육되는 교회는 참된 교회의 모습을 갖춰가게 될 것이다.

순수한 복음이 선포되고 성례전이 바르게 거행되며 하나님의 말씀의 규정에 따라 교회의 권징이 시행되는 교회는 개혁교회가 로마 교회에 반대하여 내세웠던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참된 교회의 세 가지 표지들이다. 그대로 시행하기에 너무 쉽고, 너무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 가지 표지들은 오늘의 개혁-장로교회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의 장로교회가 이 표지들을 충실히 감당하는 한, 교회 안에서는 그리스도의 주권이 드높여지고,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참으로 개혁될 것이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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