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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빚을 내지 않는 사이, 국민들의 빚이 늘어났다재난지원금 추경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이정훈 | 승인 2021.06.23 16:44
▲ 국민들을 향한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이 또 추경을 준비 중이며, 대략 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팍팍해진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추경을 추진 중인 것이다. 재원 마련은 정부가 빚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폭주, 후세는 안중에도 없나’ 등.

이런 비판을 듣고 있으면 늘 그럴 듯해 보인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 같아 옳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는 여론과 일부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지금 이 상황이 정부가 빚내서 돈을 더 쓸 상황이냐?”고 묻지 못한다. 결국 이들은 “지금 이 상황은 정부가 빚내서 돈을 더 쓸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 정부는 재정을 얼마나 지출해야 할까? 한국보다 재정이 더 풍부한 나라의 재정지출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는지, 축소 운영해 왔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낸 언론들은 ‘영국이 재정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으니 영국부터 살펴보자. 영국은 지난해 –9.9%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위기가 300년 만에 최악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지난 한 해 동안 영국 정부의 적자 규모는 3,550억 파운드에 이른다. 한해 예산이 555조원(2021년 기준)인 한국의 예산만큼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

영국은 2020년 기준 GDP가 2조9천억 달러이고 이는 한국 경제의 1.7배 정도 수준이다. 즉 영국에 비교해 한국은 최소 200조, 많게는 400조원 정도 적자가 발생했야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71조원(통합재정수지/기획재정부) 정도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답은 너무 간단하다. 코로나 팬데믹 대응의 현격한 차이 덕분이었다. 영국은 한국에 비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반면 너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사회나 경제할 것 없이 한국 폐쇄조치 없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영국의 1/8 정도 수준에 머무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선진국은 재정정상화, 한국은 중단 없는 나라 빚 폭주’ 같은 기사가 이어진다. ‘영국 같은 나라들이 확대재정을 축소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더 쓸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은 지난해 재정 적자가 GDP의 13.3%에 이르렀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감염확산이 어느 정도 감소화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니 재정적자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영국 뿐만 아니라 소위 G7 선진국의 지난해 재정 적자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각국 정부마다 빚은 속된 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캐나다는 GDP의 -19%, 일본은 -14.3%, 영국은 -13.3%, 프랑스는 -9.2%를 기록했다. 히틀러라는 전대미문의 독재자가 집권하기 전 재정적자를 기록했던 역사적 이유로 인해 재정적자에 민감한 나라인 독일도 –4.2%를 기록했다.

이미 IMF는 지난해 10월, 선진국의 재정 적자폭이 평균 GDP의 13.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와 경제가 무너지자, 다들 거둔 세금보다 13% 정도 예산을 더 운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GDP 대비 3.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은 ‘통합재정적자 6배 늘어, 악어 입 벌어진다’ 같은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선진국의 재정 적자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럼 구체적으로 얼마나 썼을까?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재정부양책으로 한국 정부는 GDP의 3.5%를 썼다. 뉴질랜드는 GDP의 19.5%, 싱가포르는 16.1%, 캐나다는 12.5%, 미국 11.8%, 일본 11.3%에 달하는 예산을 경기부양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은 ‘무너지는 나라 곳간, 후손들 삶 막막...’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반대로 다른 국가들의 후손들 삶은 얼마나 막막하다는 말일까.

재미있는 부분은 미국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국가 재정을 더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미 재무부는 ‘거시경제·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재정 지출 규모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작으며, (한국의 역사에서는 큰 규모지만) 한국은 재정을 더 투입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을 확대해 구체적으로 ‘청년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넓히고’, ‘노년층의 빈곤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이 무렵 국내 언론에서는 ‘재정적자 증가폭 역대 최대, 숨 막히는 부채공화국’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 극복 예산을 써서, 재정 적자를 줄였으니 정말 잘했다고 칭찬 받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도 간단하다. 국가가 돈을 쓰지 않으면 국민의 부채가 늘어난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가계 부채는 8.6%(171조원)나 늘었다. 가계 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한다. 너무 힘든데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 않자, 힘들어진 국민들은 결국 빚을 늘렸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가계 부채는 4.9%, 일본은 3.9%, 영국은 6.2%, 이탈리아 3.7%, 스페인은 5.6% 늘었다. 유로존의 평균 가계부채는 4.9% 늘었다. 한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선진국의 국민들이 한국 가계보다 빚이 늘어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 데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인 것이 과연 박수 받을 일인가?

코로나 팬데믹을 ‘비교적’ 잘 이겨내고 있는 사이, 국민들 상당수는 입술 꽉 깨물고 이 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선진국보다 덜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자랑할 것인가?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게 차라리 다행 아닌가? 진짜 궁금해진다. “이럴 때 쓰지 않을 재정이라면 왜 아끼는 것인가?”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를 돌아볼 시간이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비교적 잘 틀어막았다. 그래서 국민의 빚은 늘어나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자살률은 여전히 OECD 최대이며, 출산율은 압도적으로 전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 12위라는 우리경제가 세계 1위가 된다고 한들, 이것이 우리가 갈 방향인가?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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