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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기록되는 이름십자가 이야기 16
김경훈 작가(사진·십자가 목공예) | 승인 2021.07.03 16:42
ⓒ김경훈 작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어느 자리에 그 이름이 기록되는지가 문제다. 호국의 자리에 오르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매국의 자리에 이름 석 자가 떡 하니 기록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손들의 입장에서 선조가 매국의 더러운 자리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알면 어디 가서 족보 이야기 나오거나 역사적 충신 이야기 나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된다. 자기 선조는 나라 팔아먹은 인간이니까.

세상 태어나 참 잘 살아야 한다. 그것도 올바르게 살아야지 나중에 제사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 엄한 짓 하고 죽고 나면 제사상은커녕 묘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이 됐다.

성경에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의인으로 대표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악인으로 대적할 자 없는 이름도 있다. 직업적 천민이 있는가 하면 학술적 측면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도 거명 되고 있다.

이런 성경에 기록된 인물들은 이 지구가 종말을 맞아 사라지기 전까지는 영원히 남기어 후세에 길이 본이 될 것은 분명 하다. 의인의 자손은 대접을 받지만 악한 일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이름의 후손들은 평생을 숨기고 살아야만 한다.

내가 성경을 읽으며 재미있게 생각한 사람의 이름이 있다. 아마도 후손들이 큰 복을 받을 이름인데 바로 ‘구레네 시몬’이다. 그는 엄한 자리에서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되는 어쩌면 운명적인 상황을 맞게 되고 실천한 사람이다. 왜 하필이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힘들게 가시는 길에 구경꾼으로 서 있다가 로마 군인의 눈에 띄여 “당신 이리와!” 해서 대신 십자가를 지게 되었는지 그 상황을 혼자 생각하면 웃음도 나오지만 눈물도 나온다.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에 부딪친 경험이 있다. 대부분 슬기롭게 잘 이겨냈지만 지금 생각 하면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도 참 많다. 세월 지나고 보니 자식이 보기에 내가 아름다운 자리에 있었다는 거창한 기록은 없지만 살아온 행적에 대한 간략한 몇 줄 기록은 남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열화당’이라는 출판사에서 “산의 기억”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나 보다. 나 역시 읽고 보니 이 책은 한국의 등산 역사서라고 할 정도로 자세한 기록들이 나오고 당시 작가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실명이 나온다. 사실 그 인물들의 자식들도 모르고 살았던 부모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실려 자녀들로 부터 감사의 메시지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인생 올바르게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떠 올리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고 사진에도 모습이 보이지만 이름도 실리지 않고 그에 관한 이야기 한 줄 없다. 이유는 작가가 느끼기에 주변 사람에게 짐이 되어 다시는 생각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다고 기록이 될지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아니 기록도 없고 흔적도 없이 분명히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으로 인식된 인간 한 사람으로 처리(?)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책에 이름이 오른다는 것이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하다.

ⓒ김경훈 작가

김경훈 작가(사진·십자가 목공예)  kimkh5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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