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된 교회의 표지들로 일컬어지는 말씀의 선포, 성례전 그리고 치리 ⓒGetty Image

종교개혁 이전까지 신학적 전통 속에서 참된 교회의 표지 혹은 속성으로 인정되었던 것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381년)가 고백하고 채택한 교회의 네 가지 표지들이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습니다.” 개혁자들도 이 네 가지 표지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교회를 결정하는 다른 표지들을 찾았다.

왜냐하면 당대의 가톨릭교회는 너무 철저하게 부패하여 교회를 그리스도의 교회로 드러내주는 이 네 가지 표지들만으로는 교회가 참된지, 거짓된 교회인지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교회를 참된 교회라고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참된 교회가 어디에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가 있는가?

개혁자들에게 이 물음은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실존적인 문제였다. 왜냐하면 만일 로마 가톨릭교회가 그의 주장들로써 그 자신을 참된 교회로 정당화할 수 있다면, 개혁자들은 이단과 분파의 죄를 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자들은 자신들이 분열의 죄를 범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로마 교회가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거부함으로써 참된 교회를 저버리는 죄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로마교회는 많은 남용과 오용의 죄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스도를 교회의 유일한 머리와 주로서 순수하게 고백하는 일이 로마교회 안에서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혁자들은 결국 그리스도와 로마 교회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리스도에게 가기 위하여” 로마교회로부터 떠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1)

참된 교회의 두 가지 표지

참된 교회는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로서 존경을 받는 곳에 존재한다.(2)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어떤 교회에서 그리스도가 실제로 교회의 머리와 주로서 인정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 제7조는 개혁자들의 공통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칼빈도 거의 비슷한 견해를 밝히는데, 이것은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의 영향을 반영한다.

복음의 설교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대로 성례전을 거행하는 것은 교회의 두 개의 표지들, 곧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신앙의 공동체들 사이에서 그들 가운데 어느 것을 참된 교회들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도록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두 개의 표준들이다. “‘교회’라는 이름에 속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교회’를 자칭하는 모든 집단에 이 표준을 시금석으로 적용해야 한다.” 물론, 교회 안에는 위선, 타락, 그리고 스캔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객관적인 표준들이 “충분히 나타나는” 한에서는, 저 교회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4)

이 두 개의 표지들은 칼빈에 앞서 루터교회에 의해 간직되었던 것들이다. 여기서 칼빈의 생각은 루터파와 한 가지 점에서 다른데, 그의 정의에서 첫 번째 표지는 복음의 설교와 ‘경청’ 둘 다를 포함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순수하게 설교되고 또 경청되어야 한다.

단지 건전한 교리를 설교하고 형식적으로 성례전을 바르게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님의 말씀을 “경건하게 경청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5) 개혁자들에 의하면 이 두 개의 표지들이 명확히 드러나는 곳에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고, 바로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은 확고히 확립된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어떤 방식으로 교회에 임재하시며, 실제로 교회의 주님이 되시는가?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그 말씀이 선포될 때, 그곳에 계신다. 복음의 선포는 부재중인 그리스도에 관한 인간의 선포가 아니다. 복음이 선포되는 곳에 그리스도 자신이 복된 소식과 그 효과로서 그 자리에 계신다.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를 교회의 첫째 표지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말씀의 선포라는 지상적 형태에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의 말씀의 주권이 온전히 드러나고 인정되는 곳이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전도 마찬가지이다. 성례는 부재중인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단순한 상징들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그 안에 현재하는 상징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눈에 보이는 떡과 포도주라는 상징을 통해 그리스도의 임재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 성만찬은 그리스도 자신이 이미 십자가에서 성취하신 유일회적인 희생을 통해 우리가 모든 죄를 완전히 용서받고 있다는 사실과 또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지금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그리스도와 일체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증하는 예식이다.(6)

성례전 논쟁

중세 교회는 7개의 성례전을 갖고 있었다. 개혁자들은 복음의 참된 성례전을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것들에 국한하면서 교회의 성례전을 세례와 성만찬으로 축소했다. 칼빈은 성례전을 “우리의 연약한 신앙을 지탱하기 위해 주님께서 그의 선하신 호의를 우리에게 제시하며 증거하시는 외적인 표지”라고 정의한다.(7) 그러므로 성례전의 주된 목적은 믿음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설교가 갖는 목적이기도 하다.

당연히 성례전은 복음의 설교와 같은 기능을 이행하는 것이 된다. 말하자면, 성례전은 설교의 확장이다.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직책 즉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제시하고 보여주며 그의 안에서 하늘 은혜의 보고를 제시하고 보여주는 직책을 가졌다.”(8) 단 하나의 차이는 이 “제시”가 일어나는 형식이다.

말하자면,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이 제시하는 것을 나타낸다. 음성의 표징들을 통해 들은 은혜는 이렇게 감각과 함께 다시 보고, 만지고, 맛보고, 그리고 느끼게 된다. 어거스틴을 인용하면서 칼빈은 성례전을 “보이는 말씀”으로 묘사한다.(9)

1520년대는 루터와 츠빙글리 사이에서 성례전의 본질에 관한 심각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루터는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는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주장했다. 츠빙글리는, 다른 극단에서, 그것들은 단지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루터는 성례전적 표지는 그것이 의미한 것과 동등하다고 생각했고, 츠빙글리는 표지와 의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칼빈은 이 두 극단들 사이에서 대략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성례전에서 성례전적 상징과 그것이 상징하는 영적인 선물 사이에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논한다. 표지는 보이고 물리적인데 반하여, 의미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영적이다.

그러나 표지와 의미하는 것 사이의 연관은 하나를 다른 하나에 적용하는 것이 허용될 만큼 그렇게 친밀하다.(10) 의미되는 것은 그것의 표지에 의해 이루어진다.(11) 표지와 효과의 유사와 일치(동일성이 아니다. 칼빈은 이것을 지지할 수 없는 가톨릭의 관념으로 간주한다)에 대한 칼빈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상징들의 힘에 관한 분석에,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하나님의 지혜에 관한 그의 이해에 근거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망한 상징을 제시하겠는가?(12) 표지와 의미하는 것은 구별되어 있다.(13)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칼빈의 기독론적으로 근거된 공식, 곧 “구별되지만 분리되지 않는” 것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표지와 의미하는 것은 구별되지만 그러나 분리되지는 않는다.

칼빈에 의하면 우리는 믿음으로 떡과 포도주를 받을 때, 그리스도께서 그의 영의 능력으로 우리를 그에게 연합시킨다. 부활하고 승천하시어 하늘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장소의 간격에 의해 분리되어 있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그의 영의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와 함께 하신다.(14)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성령을 “연결의 줄”이라고 언급한다. “그리스도의 영은 수로와 같아서 그리스도 자신의 모든 성질과 소유는 그 수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15)

비록 성례전 신학의 견해차이 때문에, 루터파와 개혁파가 서로 갈라졌을지라도, 개혁자들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전이 교회됨의 근본이라는 것에는 인식을 함께 하였다. 그들은 모두 성만찬의 결정적인 의미는 예수님의 희생적인 죽음의 열매를 단지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 열매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몸과 피를 주심으로써 다음과 같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떡을 먹을 때마다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잔을 마심으로써 우리는 슬픔에서 벗어나 소망 가운데 기쁘게 살게 된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주심으로써 이 생명은 우리의 생명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죄인의 낙인을 벗고, 무죄한 자로 살게 된다. 우리는 이제 영원한 삶을 소망하며, 슬퍼하지 않고 찬송하며 살게 되었다. 이것을 행할 때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게 된다.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죽음을 선포한다. “그가 오실 때까지”(고전11:26), 곧 주님의 현존이 모든 사람에게 밝히 드러날 때까지 우리는 그의 죽음을 선포한다. 그러나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이미 주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16)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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