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엇국 ⓒGetty Image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왔다.

이 짧고 평범한 문장이 일상적이지 않게 될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수도권 4단계 방역수칙 시행을 앞두고 또 다시 언제일지 모를 마지막 대면예배를 드리고 왔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지난주에 비하면 예배드리는 교인이 확연하게 줄어있었다. 지난 봄, 광화문 집회에 열렬히 참여하였다는 교인들도 안 보인다. 신앙의 자유를 사수하겠다던 이들에게 현장예배가 저지되어 나타난 반발 심리, 청개구리 효과가 제거된 것인가? ‘마감임박’에 반응하여 소비되는 경박한 신앙이 아니라 흩어지는 교회로 성숙한 신앙의 경험이 축적된 것이라 위안을 삼을까? 괴상야릇하였다. 흔히 말하기를 우리의 삶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된단다.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한 일상을 경험한지 어언 1년 반이 지났다. 4차 대유행기,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중간기가 길어지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하얀 연기를 만들며 내뿜어 진다. 한 낮이 되기 전부터 후텁지근하고, 이래저래 복잡한 답답함이 가슴 속으로부터 시원해지는 것 같다. 찬바람을 맞으려고, 냉장고를 반복하여 여닫는 어린 자녀들을 혼내던 내 모습이 머릿속으로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이내, 무더위를 버티어 이겨내 보고 싶은 이상한 오기가 시작되었다. 식재료들을 살펴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까 생각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40대가 되어 예수를 믿게 되었단다.

외지에 나가 살며, 예수를 믿게 된 큰 딸은 친정 엄마를 전도하였다. 새벽에 찬물로 목욕 재개하고 정안수를 떠서 치성을 드리던 할머니는 믿음의 대상을 바꾸어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정성을 다하셨다. 교회를 다닌다고 외할아버지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멍석말이로 구타를 당했단다. 외가는 소수의 일탈적 폭력 집안은 아니었다. ‘북어와 마누라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식의 여성비하와 폭력이 일상적으로 용인되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양반 집안의 질서와 남편에게 순종하는 도리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예수 믿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 안식처라 여겨지는 가정이 사적공간으로 분리되어 폭력의 사각지대가 되는 안타까움을 어찌하랴?

결국, ‘매 맞는’ 아내는 가출을 하였다. 시내로 나와 교회 가까운 곳에 세를 얻어 살았다. 조용히 소리쳐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외할머니를 가족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를 증오하거나 저주하지 않았다. 무척 행복해 하셨다. 매 때리는 존재를 떠나서, 있는 그대로 품어주시는 초월적 존재와 함께하는 나날의 안위(安慰)였다. 남은 반 세월의 평생을 오로지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내셨다. 그리고, 외할아버지의 초상을 치르는 날에야 외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다. 오로지 신앙의 자유 때문이었다.

뜨겁게 끓여낸 북엇국을 불어 대접을 들고 후루룩후루룩 마셨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고, 잘 두드려 부드러워진 북어 덕분이라니... 시원한 맛에 데어 눈물이 난다. 살아 있거나 혹은 죽었을지라도 잇대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환대와 벅찬 감사를 다짐하게 한다. 삶과 죽음, 어두움과 빛의 사이에 틈을 만들어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 너르고 부드럽게 될까? 그것이 화평하게 하는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성화된 우리로 가능하다면 좋겠다.

대면의 회복이 절실하다. 그것은 바로 타자가 우리를 향하여 호소하는 얼굴과 응시하는 눈빛이 얽힘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얼굴의 말을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얼굴로 말 할 수 없어서 더 절박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말할 힘조차 없이 억눌리고, 밀려나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을 만나야만 한다.

마지막 대면 예배를 반복한다.

고통을 더하는 아픔을 지나며 모두의 신앙이 한걸음 성숙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밤이 되면 그는 마을 안 교회로
종을 치러 간다 그 종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오늘도 무사히 넘겼음을 감사하지만
그 종소리를 울면서 듣고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버러지며 풀 따위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닌 것들이
종소리를 들으면서 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 신경림, 「종소리-안동의 동화 작가 권정생 씨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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