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전체 개요

▲ 텔 라키시에서 출토된 알파벳 유물

알파벳 문자의 기원은 기원전 2000년 청동기 시대 레반트인 사회이다. 그러나 시나이와 기원전 19세기로 추정되는 이집트에서 출토된 가장 초기 증거와 기원전 13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나온 문자 유물들 사이의 연대기적 공백기는 이 둘을 갈라놓는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이스라엘 텔 라키시(Tel Lachish)에서 새로 발견된 후기 청동기 알파벳 비문에 대해 보고한다. 기원전 15세기로 추정되는 이 비문은 현재로서는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 나온 연대가 분명한 가장 오래된 알파벳 비문이며, 이에 따라 이 비문을 ‘잃어버린 고리’로 볼만 하다.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 초기 알파벳 문자가 확산된 것은 후기 이집트의 영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원전 2천년 중반, 레반트인과 이집트인 사이의 상호작용의 산물로 간주해야 한다.

▲ 텔 라키시 지역

서론

초기 알파벳 문자는 셈어군에서 발전되었으며, 시나이 반도에 속한 세라비트 엘-카딤(Serabit el-Khadim) 주변의 이집트 광산 작업에 참여하였던, 서아시아계 민족(가나안인)으로부터 발전된 것으로 추정되곤 한다(Sass 1988; Goldwasser 2006; Naʾaman 2020). 이후 이 초기 알파벳은 남부 레반트로 퍼져나가 페니키아 알파벳으로 변형되었고, 훗날 이로부터 그리스 알파벳이 파생되었다(Albright 1969; Naveh 1987; Sass 1988; Goldwasser 2006; Hamilton 2006, 2014; Morenz 2011; Daniels 2017; Burlingame 2019; Naʾaman 2020). 이런 해석은 20세기 초에 시나이 지역, 세라비트 엘-카딤의 하토르 신전(the temple of Hathor) 주변(그림1)에서 발견된 다수의 초기 알파벳 비문들(Petrie 1906; Leibovitch 1934)에 기초하고 있다. 알란 가디너(Alan Gardiner)의 영향력 있는 논문은 이 비문들이 이집트 상형문자로부터 유래한 초기 알파벳 문자의 사례임을 증명했다(Gardiner 1916; see also Gardiner 1962).

▲ 그림 1. 본문에 언급된 지역을 표시한 지도(M. Börner,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1998년 이집트 서부 사막 지대에 있는 와디 엘-홀(Wadi el-Hol)에서 잠정적으로 이집트 중왕국 후기로 추정되는(제12왕조 후반에서 제13왕조 초반, 기원전 19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두 개의 초기 알파벳 비문이 추가로 발견되었다(Darnell et al. 2005). 이 비문들은 초기 알파벳 문자가 시나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나일 계곡에서도 사용되었음을 증명한다. 대부분 학자는 이 비문들이, 아마도 이집트 문법이 사용된(Wimmer & Wimmer-Dweikat 2001) 초기 알파벳 문자의 확실한 사례라는 점에(Hamilton 2014: 31–34) 동의하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 비문들이 ‘엄밀한 의미에서’ 이집트 상형문자 비문들로 이해될 수 있다고 제안해왔다(Morenz 2011: 171–75). 테베 서부의 무덤(TT 99)에서 최근 발견된 오스트라콘(겉면에 글자가 쓰여진 토기조각)은 개연성 있는 초기 알파벳 문자의 또 다른 사례이며, 이는 고문서학적으로 기원전 15세기로 추정된다(Haring 2015; Fischer-Elfert & Krebernik 2016; Schneider 2018). 

초기 알파벳 문서의 발전에 관한 연대는 여전히 논쟁이 있다(Lemaire 2017; Haring 2020). 이 연대는 본래 가디너에 의해 이집트인들이 세라빗 엘-카딤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광산 활동을 벌였던 제12왕조(기원전 2천년 초기)로 추정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기원전 1500년 후반(제18왕조)이나 더 늦은 연대가 제안되었고(Leibovitch 1934, 1963), 다른 대부분 학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e.g. Albright 1948, 1969; Naveh 1987). 르메르(A. Lemaire)는 초기 알파벳 문자가 “기원전 18-17세기경 남부 팔레스타인이나 이집트 델타 지역을 힉소스(Hyksos)가 통치했던 시기”에 발전되었다고 제안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른 연대를 주장했던(Sass 1988) 벤자민 사스(Benjamin Sass)는 2000년대 초반에 “알파벳은 기원전 14세기 또는 13세기 초반에 만들어졌으며... 그후 얼마 안 되어 레반트 지역에서 드러났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본래 주장을 철회했다(Sass 2004–2005: 157).

먼 북쪽인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 초기 알파벳 문자가 최초 발생했다는 점도 논쟁거리이다. 학자들은 다양한 기록 유적들에 근거하여(세부적인 논쟁은 아래를 참고하라) 그 문서가 중기 청동기에서 후기 청동기로 넘어가는 이른 시기(기원전 1600/1550년경)에 이 지역에 전해진 것으로 오랫동안 추정했다(e.g. Naveh 1987; Sass 1988). 그러나 사스는 이후에 “팔레스타인에서 발견된 기원전 14세기 이전, 아마도 기원전 1300년 이전의 알파벳 비문들은 신뢰할 만한 것이 없다”라고 주장했다(Sass 2004–2005: 157). 나아만(N. Naʾaman) 또한 최근에, 남부 레반트로 알파벳 문자가 전파된 시기는 후기 청동기Ⅱ(기원전 14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고 추정하였으며,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의 문자 발전은 후기 청동기 시대 중반에 있었던 이집트인의 기록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Naʾaman 2020).

만약 우리가 시나이 지역 비문들의 연대를 제12왕조 초기로 추정하고, 제12왕조에서 제13왕조 초기를 와디 엘-홀에서 출토된 비문들의 연대로 추정한다면, 이는 이 비문들과 처음으로 기원전 14/13세기라는 확고한 연대가 추정된 남부 레반트의 초기 알파벳 비문들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공백을 남긴다. 최근에 텔 라키시에서 발견된 초기 알파벳 비문은 이제 이런 공백을 채워주며, 기존에 중기 청동기 후반으로 추정되었던 초기 알파벳 문자의 사례들에 관한 논쟁에 새로운 빛을 비춰준다.

발굴 과정과 연대 측정

현재 이스라엘의 쉐펠라 지역(Shephelah)에 위치한 텔 라키시는 남부 레반트의 청동기와 철기 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이곳에서의 작업은 상당수의 후기 청동기(기원전 1600/1550-1200년경)와 철기(기원전 1200-586년경) 유적들을 발굴하였는데, 이 지역의 지리적 중요성을 입증해주는 이집트, 키프로스, 에게해로부터의 수입품이 발굴되었다. 또한 후기 청동기 시대의 라키시는 아멘호텝2세(Amenhotep II, 기원전 1427-1401년경) 시대의 파피루스 Hermitage 1116A와 같은 이집트 자료에서도 언급되는데, 여기에는 라키시로부터 이집트 궁정에 온 사절단이 언급되었으며(Epstein 1963), 이집트의 텔 엘-마라르나(Tell el-Amarna)에서 발견된, 그 당시 주요 권력자들 사이에 설형문자로 주고받은 편지인 아마르나 서신들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Rainey 2015). 2017년에는 오스트리아 팀이 텔 라키시에서의 발굴을 재개하였다(Streit et al. 2018). 현재 두 곳의 발굴 구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데(그림2), 철기 시대 유다 궁전 북쪽에 위치한 P구역과 서쪽 언덕 경사면에 위치한 S구역이다. 이 두 지역은 본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텔 아비브 대학(Tel Aviv University) 조사단에 의해 발굴되었으며(Ussishkin 2004a), 고해상도 AMS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의 도움으로 중기와 후기 청동기 시대 지층에 대한 우리의 심도 깊은 이해를 위해 현재 재개방되었다.

▲ 그림 2. 라키시 지도. 발굴 구역 표시(figure by A. Woitzuck,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새로운 초기 알파벳 비문은 2018년 발굴 기간에 S구역, 지층 S-3b의 L1114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이 구역은 본래 1973년에서 1987년 사이에 철기 시대와 후기 청동기 시대 점유층의 배열을 발견한 텔 아비브 팀에 의해 발굴되었다(표1)(Barkay & Ussishkin 2004a & b).

▲ 표 1. S구역의 후기 청동기 시대 지층. 문맥에 나타난 지층(S-3b)의 위치는 강조하여 표시함. LB=Late Bronze(후기 청동기), IA=Iron Age(철기)

지층 S-3은 특이하게 깊은 석재 기초 위에 세워진 1m 폭의 흙벽돌 벽이 있는 기념비적인 건축물(건물100)로 특징지어진다. 대부분 건물이 도랑 북쪽 구획 넘어 있음에도 남쪽 벽(L1027)은 동서로 16m에 달한다. 건물100은 재사용된 각각의 단계를 증명하는데, 가장 최근의 단계는 텔 아비브 팀에 의해서 발굴되었다(Barkay & Ussishkin 2004b: fig. 8.13). 오스트리아 조사단은 이 마지막 사용 단계를 지층 S-3a로 지정하였고, 현재는 두 개의 이른 하위단계, 지층 S-3b와 S-3c가 확인되었다. 각각의 하위단계 시기에 작은 가정용 건물이 벽 L1027에 접하여 건물100 남쪽 가까이에 세워졌다(그림3). 2019년의 발굴은 건물100이 외딴 기념물이 아니라 성벽(L1220)과 성탑(L1127/L1163/L1227)을 포함한 방어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필수 부분으로 형성되었음을 드러냈다(그림3).

▲ 그림 3. 서쪽을 바라본 S구역. 후기 청동기 시대 초반의 방어 시설. 우측에는 빌딩100(L1027)의 남쪽 벽(figure by J. Dye & L. Webster,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초기 알파벳 비문(그림4에 나타난 ‘B10969’)은 남쪽벽 L1027 주변 매장층을 발굴하는 중에 성벽 L1220의 가장 높은 곳에 보존된 돌들과 가까운 층(225m 정도)에서 그(벽 L1220) 모퉁이 가까이에서 발견되었다. (이것은 지층 S-3c가 ‘방어 시설’임을 인정하고 드러내는데 우선시된다) 그 비문이 지층 S-3 단계에 매장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이것이 지층 S-3a의 두 벽들(L1162, L1043)과 부분적으로는 초기 텔 아비브 조사단에 의해 제거되었던 지층 S-3a 표면에서 0.5m 지점 아래에 묻혀있었기 때문이다(Barkay & Ussishkin 2004b: fig. 8.13).

▲ 그림 4. S 영역의 계층 S-3 계획, 초기 알파벳 비문의 발견 지점 표시(B10696)(A. Woitzuck,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비문 토기 조각은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위해 연소 렌즈 L1150을 노출 및 샘플링 하는 과정 중에, 세 개의 구분된 장소(L1150, L1117, 다른 두 곳 위에 가로놓여 채워진 L1114)의 경계에서 발견되었다. 비록 이 토기 조각이 렌즈 L1150 안에 유기 물질과 함께 매장되었는지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연소된 층과 직접 관련되었음은 확실하며, 이에 따라 본질적으로 같은 시기에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토기 조각의 매장 시기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사용하여 측정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L1150에서 출토된 보리 알갱이들에 대한 두 가지 측정이 호로닝언(Groningen)과 ETH 취리히 AMS 연구소에서 분석되었다(GrM-17566 and ETH-96577). 그 결과는 그림5에 표시되었는데, 둘 다 확정적으로 기원전 15세기로 떨어졌으며, 그 마지막 분기 이전으로 측정되었다.

▲ 그림 5. 초기 알파벳 비문과 관련된 방사성 탄소 측정 연대(Oxcal v4.2와 IntCal20 교정 곡선을 사용하여 측정된 연대, Bronk Ramsey 2009; Reimer et al. 2020)(figure by L. Webster,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지난 3년 동안 S구역을 발굴하면서, 원상태로 돌아간 연소 층의 긴 연속으로부터 단명 물질을 사용하여, 지층 S-3과 지층 S-2에 대한 세부적이고 탄탄한 방사성 탄소 서열이 전개되었다(Webster et al. 2019). 베이지안 모델링(Bayesian modelling)은 텔 아비브 조사단에 의해 드러난 최초의 지층(S-3a)이 기원전 15세기로 추정되며, 기존의 생각(기원전 14세기 후반; Ussishkin 2004b; Yannai 2004)보다 100년 가까이 빠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림6은 가장 최근의 베이지안 모델의 적절한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이는 27개의 측정물과 지층 S-2-3의 순수한 계층 내부에 15개 이상 순차적인 계층을 포함한다. L1150에 제한된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포함된 Grm-17566과 ETH-96577을 제외하고, 각각의 연대 대신, 산출된 변화 경계선이 표시되었다(그림6 참고). 지층 S-3b와 글이 적힌 토기 조각의 정황은 비문에 대해 매우 정확한 마감 시한(terminus ante quem)을 제공하여, 기원전 15세기 중반(기원전 1460-1430년, 1σ; 기원전 1485-1425년, 2σ)에 가깝도록 제한한다. 아마 비문 자체가 유래된 계층인, 새롭게 발견된 지층 S-3c는 기원전 15세기 전반기로 추정되는데, 이는 성벽과 빌딩100 초기와 동시대이다.

▲ 그림 5. 초기 알파벳 비문과 관련된 방사성 탄소 측정 연대(Oxcal v4.2와 IntCal20 교정 곡선을 사용하여 측정된 연대, Bronk Ramsey 2009; Reimer et al. 2020)(figure by L. Webster,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비문 내용과 해독

비문 토기 조각은 키프로스 화이트 슬립Ⅱ(Cypriote White Slip II) 우유병에서 나온 약 40×35mm인 가장자리 조각이다(그림7; Åström 1972: 447–57). 이 집기는 후기 청동기ⅠB(e.g. Gittlen 1981: 50–51)에 처음 나타났지만, 후기 청동기ⅡA(Artzy 2019: 342)에 유행했다. 텔 라키시에서 화이트 슬립Ⅱ 집기는 해자 신전Ⅰ(Fosse temple I)에서 출토되었으며(Tufnell et al. 1940: 83, pl. XLIII B; Singer-Avitz 2004), 지층 S-3 이후로는 상당한 양이 나타났다(Bunimovitz 2004).

▲ 그림 7. 화이트 슬립Ⅱ 테두리 조각인 초기 알파벳 비문(figure by J. Dye,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조각 테두리의 내부 표면에는 짙은 잉크로 비스듬하게 쓰인 글씨가 있다. 각각 세 글자로 이루어진 두 줄이 파악되었다. 두 개의 추가적인 글자가 윗줄의 오른편과 두 번째 줄 중간에 보인다. 우리가 제안한 첫째 줄(윗줄)에 대한 독법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것이다. 첫 번째 글자는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눈(eye)’에 기초한 아인(ע)으로 확인된다(Gardiner Sign List D4; Sass 1988: 126–27; Hamilton 2006: 180–88; Goldwasser 2016: 131–32). 레반트 남부에서 나온 대부분의 초기 알파벳 비문들이 그러하듯이, 글자는 둥근 형태이고, 눈동자가 없는 홍채와 비슷하다. 두 번째 글자는 이집트 상형문자 ‘집(house)’에 기초한 베트(ב)로 확인된다(Gardiner Sign List O1; Sass 1988: 111–12; Hamilton 2006: 38–52; Goldwasser 2016: 129). 이 글자는 한쪽 모서리가 열린 직사각형 형태이다. 세 번째 글자는 이집트 상형문자 ‘문(door)’에 기초한 달렛(ד)으로 읽을 수 있다(Gardiner Sign List O31; Hamilton 2006: 61–75; Goldwasser 2016: 129). 따라서 이 줄은 ‘노예’를 의미하는 עבד로 읽기를 제안하지만, 개인 이름의 일부일 가능성도 있다. 셈어군에서 이름에 ‘bd(노예)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일은 매우 일반적인데, 보통 신에게 이름을 받는(theophoric, 신의 이름과 관련된) 현지 신앙 요소이다(e.g. Tigay 1986; Golub 2020).

두 번째 줄에 대해 제한하는 독법 역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것이다. 첫 번째 글자는 이집트 상형문자 ‘뿔뱀(horned viper)’이나 ‘코브라(cobra)’에서 유래한 눈(נ)으로 확인된다(Gardiner Sign List I9 and I10; Sass 1988: 125–26; Hamilton 2006: 154–71; Goldwasser 2016: 131). 이 글자는 또 첫 줄과 두 번째 줄 사이에서와 첫 줄의 오른쪽에서도 확인된다. 두 번째 글자는 페(פ)로 확인된다. 이 글자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완전히 확신할 순 없지만, ‘모서리(corner)’를 뜻하는 상형문자(Gardiner Sign List O38)가 제안되고 있다(Sass 1988: 128; Hamilton 2006: 188–96). 골드바서(O. Goldwasser, 2016: 132)는 이 기호가 시나이에서 출토된 중왕국 비문들 속에서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대신 건축 도구를 나타내는 기호라고 제안했다(Goldwasser 2016: 132). 세 번째 글자는 타브(ת)로 확인되고 이 글자 역시 글자의 기초가 되는 기호가 불분명하다. 이는 상형문자 ‘교차판’(Gardiner Sign List Z11; Hamilton 2006: 246–53)으로 볼 수도 있으나, 몇몇 학자들은 독자적인 기원을 제안하기도 한다(Sass 1988: 133; Goldwasser 2016: 134). 따라서 두 번째 줄은 נפת로 읽기를 제안하는데, 이는 히브리어로 ‘꿀’이나 ‘과일즙’을 의미한다. 만약 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서 תפנ이 된다면, 이 단어는 פני(돌다)를 어근으로 하는 동사가 될 수 있으며, 혹은 알려지지 않은 이름의 일부일 수도 있다.

유형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눈동자가 없는 둥근 형태의 눈과 상대적으로 발달한 글자 페로 인해 주장되듯이, 이 글자들은 세라빗 엘-카딤에서 출토된 비문들의 글자들보다 후대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비문의 글자들은 라키시 물병(Lachish Ewer, 아래를 참고)과 같은 후기 청동기 시대 후반의 글자들보다는 빨라 보인다. 따라서 후기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가 합리적으로 보이며,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방사성 탄소 측정 자료에 의해 뒷받침된다.

역사적 상황

텔 라키시에서 새롭게 발견된 비문은 현재로서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 확신할만한 연대가 추정된 최초의 초기 알파벳 문자 사례이다. 이 발견의 중요성을 가늠하기 위해 잠시 이 지역에서 출토된 다른 잠재적인 초기 알파벳 사례를 검토한다.

가장 최초의 사례로 논쟁이 되는 경쟁자는 이스르엘 계곡(Jezreel Valley)에 위치한 텔 아부 주레이크(Tell Abu Zureiq)에서 출토된 스카라브(scarab, 풍뎅이 모양을 딴 부적)이다. 마이어호프(E. L. Meyerhof, 1989)가 발굴한 중기 청동기 시대의 무덤에서 발견된 이 스카라브는 제13왕조에서 제15왕조 시대로 연대가 추정된다(Giveon 1988: 22; Keel 1997: 17). 이것의 바탕에는 한 남성과 네 개의 기호가 그려져 있는데, 기브온(R. Giveon, 1988: 22)은 본래 이집트 상형문자로 해석했었다. 키친(K. A. Kitchen, 1989)은 이 기호들이 초기 알파벳 글자로 볼 수 있다고 제안하였는데, 이 해석은 킬(O. Keel, 1997: 16-17)에 의해 거부되었다가 최근에 모렌즈(L. D. Morenz, 2011: 164-65)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

또 다른 잠재적인 초기 알파벳 비문은 논란이 많은 라키시 단검(Lachish Dagger)으로, 1934년 영국 조사단에 의해 무덤 1502에서 발견되었으며, 중기 청동기 시대 후반으로 추정된다(Tufnell 1958: 254). 이 청동 단검은 네 개의 잠재적인 초기 알파벳 기호들을 보여주는데(Tufnell 1958: 128; Sass 1988: 53–54; Hamilton 2006: 390–91), 대부분 학자가 이 해석을 받아들인다(e.g. Albright 1948, 1969: 10; Naveh 1987: 26; Hamilton 2006: 303–4; Goldwasser 2006: 132, 2016: 140–42; Morenz 2011: 170–71; Lemaire 2017: 106; Haring 2020: 59). 1988년 사스는 이 비문이 중기 청동기 시대로 확실하게 추정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비문은 아마 초기 알파벳이라는 점에 동의했다(Sass 1988: 54). 그러나 이후 그는 더욱 신중해졌고, 결국에는 이 기호들이 초기 알파벳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Sass 2004–2005: 150).

중기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세 번째 사례는 소위 ‘게셀 조각(Gezer Sherd)’이라 불린다. 세 개의 초기 알파벳 글자가 보이는 이 토기 조각은 1929년 텔 게셀(Tel Gezer) 표면에서 발견되었다(Albright 1935). 이것은 곧 중기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었는데(Albright 1935), 이는 많은 학자에게 수용되었다(e.g. Albright 1969: 10; Naveh 1987: 26; Hamilton 2006: 308–309; Morenz 2011: 166; Goldwasser 2016: 143). 그러나 사스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여, 토기 조각이 유형학적으로 분류될 수 없으며, 그것의 연대는 중기 청동기 시대에서 초기 철기 시대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Sass 1988: 55). 이후 그는 게셀 조각은 근본적으로 연대를 파악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Sass 2004–2005: 149).

텔 게셀에서 출토된 저장 용기 군집에 새겨진 몇몇 글자도 초기 알파벳 문자로 해석되었다(Seger 1983, 2013: 186–96; Goldwasser 2016: 142–43). 이 용기들은 남문 구역(필드Ⅳ) 옆에 있는 저장고에서 발견되었고, 지층 ⅩⅧ(후기 청동기 시대 초반)과 지층ⅩⅨ(중기 청동기 시대 후반)과 연결된다(Seger 2013). 대부분 용기에는 하나의 기호가 새겨졌고, 단 두 개의 용기에만 각각 두 개의 기호가 적혀있다. 사스(1988: 98)는 잠시 이 게셀 용기들을 초기 알파벳 문자의 사례로 언급했으나, 나중에는 그저 토기장이의 표식일 뿐이라고 재해석하였다(Sass 2004–2005: 166, footnote 97).

세겜에서 출토된 명판 조각은 남부 레반트에서 출토된 잠재적인 중기 청동기 시대 초기 알파벳 비문들의 문자 유적들(corpus) 속에서 자주 언급된다(Böhl 1938). 최초의 발표들에 따르면, 이 유물은 중기 청동기 건축물 바닥 바로 위에서 발견되었으며, 동시대인 텔 엘-야후디야(Tell el-Yahudiyah) 도자기와 유형을 같이한다(Böhl 1938: 2).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명판의 연대를 중기 청동기 또는 후기 청동기 시대 초반으로 받아들였는데(Albright 1948, 1969: 10–11; Leibovitch 1963; Wimmer 2001; Hamilton 2006: 308), 이것은 석비의 우측 하단부로 보이며,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꺼운 의복(‘Wulstsaummantel’)을 입은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 의복은 중기 청동기 시대의 일반적인 유형이다(Wimmer 2001). 그러나 이 명판의 고고학적인 배경은 의문을 만드는데, 초기 발굴 기술이 가진 제한된 지층 제어와 최종 발굴 보고서의 결손 때문이다(Sass 1988: 57). 그 글자들이 가진 초기 알파벳 속성도 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Sass 2004–2005: 149–50).

그러나 또 다른 논쟁이 된 초기 알파벳 비문은 1960년대 텔 나길라(Tel Nagila)에서 발견되었다. 소성(굽기) 전에 글자가 새겨진 항아리 몸통 조각이 이곳 A구역에서 발견되었으며, 이 거주구역은 잠정적으로 중기 청동기 시대 말이나 후기 청동기 시대 초반으로 추정된다(Amiran & Eitan 1965: 121). 그러나 사스(1988: 54)는 곧 이 토기 조각에 대한 명확한 지층 정황이 결여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후에 사스는, 이 비문이 발견된 지역에서 광범위한 후기 청동기 시대 건축물이 중기 청동기 시대 지층을 방해한다고 관찰한 데이비드 일란(David Ilan)을 인용하면서, 텔 나길라 토기 조각은 “층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야 하며, LBⅡ 기원은 믿기 어렵지 않다”라고 결론지었다(Sass 2004–2005: 159).

따라서 남부 레반트에서 출토된 초기 알파벳 문자의 최초 발생에 대한 증거는 연대 추정과 해석이 모호한데, 중기 청동기 시대로 연대를 정할 수 있는 명확한 고고학적 정황에서 발견된 라키시 단검(초기 알파벳이 수용될 경우)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텔 라키시에서의 새로운 초기 알파벳 비문 발견은 확실하게 추정 가능한 최초 발생 연대를 상당히 미루었으며, 이제 우리는 초기 알파벳 문자가 기원전 15세기 중반(후기 청동기 시대 초반)에 남부 레반트에서 채택되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증거는 상부 이집트에 속한 세라비트 엘-카딤과 와디 엘-홀 주변 초기 알파벳 비문들의 발전과 후기 청동기 시대 후반 남부 레반트 지역에 이것이 더 넓게 퍼져 사용된 점 사이에 있는 공백을 채워줄 뿐 아니라, 초기 알파벳 문자가 중기 청동기 시대(후반)에 이미 남부 레반트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새로운 초기 알파벳 비문은 또한 초기 문자의 중심지로서 텔 라키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Goldwasser 2016: 151; Naʾaman 2020). 게다가 라키시는 다른 어떤 곳보다 후기 청동기 시대 초기 알파벳 비문의 더 많은 사례를 내놓고 있다. 라키시 단검과 여기에서 논의된 새로운 비문 외에도 이곳에서는 네 개의 다른 알파벳 문자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1935년 영국 조사단은 무덤 527에서 글자가 그려진 그릇(라키시 그릇 1)을 발견하였다(Tufnell 1958: 129). 또한 이 무덤에서는 키프로스식 고리Ⅱ(Cypriot Base Ring II) 주전자와 미케네식 원통형 항아리(alabastron)의 현지 모조품도 발견되었다(Tufnell 1958: 239). 터프넬(O. Tufnell, 1958: 129)은 이 무덤이 해자 신전Ⅱ(Fosse temple II) 후기나 해자 신전Ⅲ(Fosse temple Ⅲ) 초기와 같은 시기일 것으로 여겼고, 언덕 위의 지층Ⅶ과 같은 시기(또는 조금 이른 시기)로 보았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이때는 기원전 14세기나 13세기로 추정된다(Ussishkin 2004b: 57). 해자 신전Ⅲ에서 영국 조사단은 잘 알려진 라키시 물병(Lachish Ewer)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에는 초기 알파벳 글자가 그려져 있다(Tufnell et al. 1940: 47–54; Tuffnell 1958: 130). 해자 신전Ⅲ은 언덕 위의 지층Ⅶ에 상응하기 때문에 그 물병의 연대는 대략 기원전 13세기로 추정된다(Ussishkin 2004b: 57).

두 개의 곧은 글자 줄로 구성된 검은 잉크 비문을 지닌 그릇 조각이 텔 아비브 발굴단에 의해 S구역, 구덩이 3867에서 발견되었다(Lemaire 2004). 이 구덩이는 지층Ⅵ에 속하며 기원전 12세기로 추정된다(Ussishkin 2004b: 57). 마지막으로, 지층Ⅵ에서 출토된 또 다른 비문은 소성 전에 몇몇 글자가 새겨진 도자기 조각으로,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과 서던 어드벤티스트 대학(Southern Adventist University) 팀의 최근 발굴을 통해 BB구역에 있는 후기 청동기 시대 사원 내부에서 발견되었다(Sass et al. 2015).

결론

벤 하링(Ben Haring, 2020: 62)은 최근 초기 알파벳 문자의 상당수 사례에 대해 “명확한 연대가 결여” 되었고, 따라서 이런 문자에 대해 이전에 기원전 13세기로 잘 알려져 있던 우리의 이해는 이후로는 제한된다고 지적하였다. 텔 라키시에서 출토된 새로운 토기 조각들(ostracon)은 중기 청동기 시대 후반 라키시 단검의 잠재적 초기 알파벳 문자와 후기 청동기 시대 후반 계층에서 출토된 문자 유물들 사이의 공백을 채운다.

초기 알파벳은 기원전 18세기 중왕국 시기에 시나이에서 서아시아인(가나안인) 광부들과 연계되어 발전하였다(또는 최소한 그들에 의해 지속되었다). 우리는 초기 알파벳 문자가 중기 청동기 시대 후반에 남부 레반트 지역으로 퍼져나갔으며(아마도 최초의 검증된 증거인 라키시 단검과 함께), 텔 라키시 지역에서 최소한 기원전 15세기 중반에는 사용되었음을 제안한다. 따라서 남부 레반트 지역으로의 확산은 아마 중기 청동기 시대(후반)와 서아시아 출신 왕조(힉소스)가 이집트 북부 지역을 통치했던 이집트 제2중간기에 일어났을 것이다. 텔 라키시에서 출토된 새로운 알파벳 비문은 나일 삼각주(Nile Delta)를 힉소스가 통치하던 시기에 초기 알파벳의 확산 배경에 대한 생생한 증거와 남부 레반트의 중기 청동기 시대 도시 국가와의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연결점을 제공한다(cf. Lemaire 2017). 더욱이 새로운 초기 알파벳 비문의 연대는 텔 라키시에서 최초로 증명된 이집트 문자가 보인 시기와(Sweeney 2004: 1610–11), 아멘호텝2세(AmenhotepII, 기원전 1427–1401년경) 통치 시기 이집트 자료에서 라키시가 처음 언급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Papyrus Hermitage 1116A; Epstein 1963; Webster et al. 2019). 이제 우리는 남부 레반트에서 초기 알파벳 문자가 제19, 제20왕조 시기(기원전 13-12세기) 이집트인의 통치와 이집트 문자의 활약기와 관계없이 훨씬 전에 발달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contra Naʾaman 2020).

회플마이어 외 3인 공저/이성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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