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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의지 하고 살아요십자가 이야기 18
김경훈 작가(사진·십자가 목공예) | 승인 2021.07.17 17:26
ⓒ김경훈 작가

내가 사회 처음 발을 들이고 만난 분을 아직도 가끔이지만 만난다. 내일 모레면 거의 40년 다 되는 시간 동안 참 여러 가지 어려움에 위로를 많이 받다보니 어느덧 의지하며 살았나 보다.

아직도 나는 언제나 그 분의 말을 거의 듣는 입장이지만 엊그제 만남은 참 가슴이 먹먹하게 막히는 대화였다.

“이젠 의지할 사람이 너 하나 인가보다!”라는 끝말에 무어라 대꾸도 못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그 분의 말을 추려보기로 했다.

“자네도 인생 살아봐서 알 듯이 생각만큼 대단한 일을 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낸 느낌이 들지 않아? 나도 인생 초반기에는 남들 쳐다보며 성공해 보겠다고 비교도 하고 노력도 엄청 했지. 세월의 속도를 이겨낼 만큼 노력을 했지만 지금에서야 정신 차려 내가 서 있는 곳을 보니 그저 그런 정도다.”

육사를 나와 월남전에서 부상당하고 전역 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는 참 많은 일을 한 분이다. 국가 공무원으로 표창장도 여러 차례 받고 훈장도 받은 분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좀 의아하긴 했다.

“대단한 업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지는 해와 같이 서산에 걸린 내 자신을 보니 남는 건 등 뒤에 길어진 내 그림자뿐인 가봐. 아직 내가 갈 길은 남았는데 땅거미가 벌써 내 발 앞에 들어와 있으니 초조함이 더한 게 사실이야. 이게 인생살이인가 보네….” 하며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는 인생 선배의 모습이 어치나 측은해 보이던지 맞장구칠 말을 찾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 부모님 의지하고 살다가 장성해서는 그 누구도 나만큼 잘난 사람 없다고 자존심 세우고 펄펄 날 듯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저 후회만 남더라고.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되새김을 해 봤지만 모두가 다 지나간 과거이기에 이도 저도 아닌 아쉬움만이 해답처럼 남네, 참 나 원!”

“나는 부모님 밑에서 지낼 때는 모르고 살았던 의지함이 이제는 자식에게로 옮겨 의지를 하고 있으니 세월만 원망스럽고 떠나간 마누라만 그립고 보고 싶을 뿐이지만 애들 앞에서는 그런 나약함을 보이기 싫어 그냥 저녁 운동 한답시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가 그냥 누우면 하루가 가는 거야!”

처음엔 직장의 상급자로 시작해서 언제부턴가는 “형이라고 불러!” 하더니 그분 나이 70세가 넘어서부터는 농담 섞인 말로 나에게 “어이 친구!” 하시던 분이 이젠 “그래도 내가 너를 의지 하니 참 좋다. 십자가 만들어 나에게 주니 너무 고맙다!”라고 등이 조금 굽은 80세 노인의 나약해진 모습에 나의 노년은 과연 누구를 의지하며 살게 될지를 한 번 그려 본다.

헤어지며 하시는 말씀이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이 찬송 부르면 난 왜 그렇게 좋은지 몰라! 너도 자주 찬송 불러? 알았지?” 하시는 찬송가 95장을 그 날 저녁 아마 열 번도 더 흥얼거렸다. 

나의 기쁨 나의 소망되시며
나의 생명이 되신 주
밤낮 불러서 찬송을 드려도
늘 아쉰 마음뿐일세.

밤낮 찬송을 불러도 아쉬운 우리의 인생길에서 이제는 믿고 의지하는 주님께 기대어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김경훈 작가

김경훈 작가(사진·십자가 목공예)  kimkh5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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