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sea and Gomer」 ⓒWikipedia

말라기가 이 말로 시작되는 단락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방신을 섬기는 여인과의 결혼과 이스라엘인 아내와의 이혼입니다. 후자는 사실상 앞의 것과 구분되는 독립된 단락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잘못으로 기록되고 하나님이 제물을 받지 않으시는 이유로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10절에 비춰 읽으려고 합니다.

결혼이 선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이혼은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에는 결혼과 관련된 말라기의 권고가 그다지 관심을 끌만한 주제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본문은 이혼이나 결혼 자체보다는 결혼 이후의 삶에 관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결혼은 하나님께서 증인으로 서시는 사건입니다. 이것은 단지 결혼의 조건만이 아니라 결혼이후 삶의 틀로 기능합니다. 그 틀은 신뢰와 성실/정절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특히 남자에게 요구되는 신앙적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중심적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에는 그 정도가 많이 완화되었지만, 성평등한 사회에 이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라기는 남성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네 마음을 지켜 네가 젊어서 맞이한 아내를 ‘배신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약속했던 결혼 당시의 마음은 거의 모든 남성들에게 동일할 것입니다. 오직 한 여성만을 향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험에 따르면, 그 마음을 지키는 것 내지 그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마음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꼭 아내를 기만하거나 배신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후자는 전자의 일부이며 가장 문제가 되는 형태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 하여금 제사를 거부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조상들과 맺은 계약이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으로 계속 갱신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라기의 결혼 이해는 성서의 법전들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입니다. 그 법전들은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이혼이나 간음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결혼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이와 달리 말라기는 결혼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며 당시 시대상황에 맞게 남자에게 경고합니다. 결혼의 위기는 남자에게서 비롯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배신하는 남편의 행위 가운데 첫 번째는 소위 바람을 피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하나님은 자신이 증인인 그 계약관계의 파괴로 간주하시고 그의 제물을 거부하십니다. 그와의 관계를 거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내를 배신함으로 하나님께 버림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배신행위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또 하나는 폭력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가폭입니다. 폭력을 옷으로 가릴 수 있을까요? 예컨대 새옷을 선물한다고 덮어질 수 있을까요? 폭력은 폭력이고 그것이 남긴 상처는 바람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덮을 수 없고 달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눈물과 울음과 탄식을 낳는 이러한 행위들을 미워하십니다(16절). 그것들은 하나님이 우리의 한 아버지임을 부인하고 한 하나님의 창조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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