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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판사(Khao Phansa)의 아침 풍경여행보다 낯선 라오스 이야기 ①
관택·유은 | 승인 2021.07.27 16:52
▲ 카오판사의 날 거리 풍경 ⓒ관택·유은

지난 토요일은 라오스의 <카오판사>날이었다.

새벽운동을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과일가게와 잡화점, 선물가게에 환한 조명이 번쩍이고 있어서 뭔일인가 싶었다. 아마도 카오판사를 위해 절에서 열리는 법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꽃이나 먹을거리를 준비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라오스, 태국,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부 아시아에 분포되어 있는 상좌부 불교에서는 매년 음력 6월 15일(라오력 8월 15일) 즈음을 <카오판사>로 지킨다. 여기서 ‘카오’는 들어간다는 뜻을, ‘판사’는 우기 또는 ‘영혼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우기를 맞이하여 3개월간의 특별한 영적 수행의 절기로 들어가는 날이 바로 <카오판사>인 것이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후인 10월 말에는 거룩한 절기가 끝나는 날을 <억판사>로 지킨다. 이 3개월은 마치 기독교의 사순절,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과 비슷한 영적 수행의 절기라고 할 수 있는데 승려들은 이 기간 동안 바깥출입을 금하고 절에만 머물면서 수행에 집중한다.

승려뿐만 아니라 일반 신도들도 보통 이 기간을 조신하고, 엄숙하게 보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과 같은 행사도 이 기간에는 진행하지 않고, 국가적인 축제도 없다고 하고, 심지어 태국 같은 경우는 이 기간 동안 술 판매를 금지시키기 까지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인해 계획대로 새벽운동을 진행 할 수 없어서 내친김에 탓루앙으로 향했다. 유명한 관광지이자 라오스의 주요 종교 건축물인 탓루앙 옆에는 큰 규모의 절이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절 주변으로 노점상들이 북적거렸다. 꽃과 과일, 밥과 반찬 등을 팔았는데 특히 내게는 절 앞에서 고기를 구워서 파는 아저씨가 인상적이었다.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더불어 육식까지 금하는 우리나라의 대승불교와 달리 상좌부 불교에서는 육식에 대한 금지 조항이 따로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른 새벽부터 절의 입구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본격적인 법회가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법당 안은 법회를 준비하는 승려들과 각자가 가지고 온 공양물(밥, 꽃)을 세팅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나마 비 때문인지 인원이 많지 않아서 아직은 실내가 복잡하지 않았다. 이 곳에 모인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은 전통복식을 정성스레 갖춰 입고 있었으며 또한 ‘파비앙’이라는 어깨띠를 하고 있는 이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특히 저마다 손에는 공양물이 담긴 바구니 같은 성구가 들려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이색적이었다.

보통 <카오판사>는 일반 신도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특별히 안거하는 3개월의 절기 동안 어떻게 지낼지 다짐을 하게 되는데 금주를 하거나, 채식을 결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절기가 끝나는 <억판사>는 수행을 마무리하면서 나름의 해방감을 맛보는 날이기에 국가적인 축제가 아울러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종교와 생활이, 수행과 축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라오스 불교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집에 가는 동안 차창 밖 풍경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구니를 들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 다들 정성스런 마음을 가지고 지난 반년 동안의 시간을 감사함으로 돌아보고, 새로 맞이할 반년의 시간을 더욱 경건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결단의 기도를 품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덕분에 라오스 땅에 와서 정착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며 감사했고, 새로 맞이할 시간들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아침이었다.

관택·유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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