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교회 예배 모습 ⓒ신천지 예수교 제공

“목사님,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세요?”

뜻밖이며, 새삼스러운 한 안부전화는 십여 년 전에 우리교회를 떠나 ‘새 하늘과 새 땅’을 찾아간 분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교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떠나간 그가 작년 봄, 전염병의 클러스터로 한참 시끄러웠던 때에 떠올라 영·혼·육 건강을 위해 긍휼한 기도를 했더랬다.

전화의 목적은 만남을 요청하는 포섭이었으며, 요지는 교회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간증은 자신과 가족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삶의 기반을 이루며 잘 산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상한 안부전화를 끊고 나니 장문의 문자메세지가 도착하였다. “참 목자의 말씀 안으로 들어와서 귀한 목자, 제사장의 목사로 쓰임 받으”시란다. 연결고리가 되어주겠다는 그의 마지막 문장은 참으로 씁쓸하였다.

“역전하세요”

때마침 부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마치면 새로운 목회의 방향을 고민해야할 현실적 상황에 처해 있다. 교회 내에 교인들이 고민하여 갈등하는 몇몇의 문제들이 표출되고도 있다. 아무래도 교회 안에 그와의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사적 관계일 수도 있으나, 추수하려는 세력이라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코로나 4단계의 거리두기로 재택근무 중인 남편은 담임목사님과 보고를 위한 전화통화를 일단 하였다.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이단의 연락에 양가감정(Ambivalence)이 들었다. 부목사의 임박한 거취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는 면에서 고마울지언정, 당근을 주면 덥석 물을 것으로 남편을 삼았다는 점에서 불쾌했다. 더불어 이단의 모판이 된 것이 아니냐는 개신교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성직의 매매는 교회법으로도 엄격하게 불법임으로 규정되었으나, 담임 목사의 자리는 공공연하게 은퇴하는 목사를 위한 전별금을 지참해야만 하는 터다.

비교적 공정하게 청빙이 된다는 중대형의 교회들이 간혹 공개된 청빙을 하지만, 그것도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거나 이미 내정되어 형식적 공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결정된 상당수의 청빙자는 목회의 임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목회를 꿈꾸는 이들이 도움닫기로 기존 교회를 짚어 넘어온다. 또 다른 프리미엄급 시장은 세습이다. 직접 세습도 좋고, 무리가 있다면 교차든지 개척 후 병합이던지 어떤 변칙이든 말이다.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교회에서 을이 되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기타소득의 종교인 과세로 인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높은 사례비를 받을 부목사가 얼마나 있을까? 포괄임금으로 지급되는 월급은 잉여생산물을 만들어 낼지언정 구매능력을 더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은퇴한 자리로 가던지 개척이라도 하여 새로운 자리를 마련할 돈도 없다. 당장 그만둔다면 근로자가 아니라, 종교인이라서 의무가 아닌,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없다. 아니, 먹고 살 걱정 이전에 주거의 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런 필요의 공백을 이단에서 충분히 채워주겠단다. 필요에 따라 이단으로, 또는 혜택보다 의무만 주어진 기존 교단에서 벗어나 독립교단으로 가는 목회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신자입장에서 이단과 전통의 뚜렷한 차이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지? 성도 입장에서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는 정통교회보다 이단이 더 매력적이라면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 

때마침, 이 번 주의 성서일과 본문이 떠올랐다.

암몬 사람을 무찌르고, 수도 랍바를 포위하여 함락이 임박한 순간. 그 중요한 전쟁에 다윗은 출전하지 않았다. 기름부음 받은 자는 장수(나기드)로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출전한 것이 아니라 왕(멜렉)으로 궁전에 머물렀다. 낮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왕궁의 옥상에 올라가서 거닐었다. 높은 왕궁으로부터, 그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백성의 집을 내려다보았다. 12지파 중 약세였던 베냐민지파의 사울. 그리고 키 작은 막내로, 양을 치고 있던 다윗을 택하신 하나님께서 위에서 아래로 군림하라고 왕을 세우셨을까? 그는 왕으로 국사를 관장하려 위에서 아래를 살핀 것이 아니다. 목욕하는 여인을 쳐다보며 욕구를 충족하는 개인의 모습이다. 무명의 사가(史家)도 ‘다윗’이라 칭할 뿐이다. 왕같이 보이지 않는 다윗의 치부는 주저 없이 기록되었다.

정치적 권력과 육체적인 힘을 이용하여 월경 후에 부정한 몸을 씻기 위해 목욕하던 밧세바를 취하였다. 성군 다윗의 성적폭력을 덮으려는 혹자는 유혹하는 여인의 프레임을 씌운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에서 권력을 잡기위한 음모론으로 이야기하기에 근거가 빈약하다. 폭력은 힘의 불균형이 그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다.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힘을 남용하여 가하는 것이 폭력이다. 성폭력 역시 그렇다. 본문의 주인공들은 비대칭 권력관계에 있다. 왕 다윗과 백성 밧세바. 또한, 명령권자 다윗과 명령을 따라야하는 우리아. 2차 가해에 시달리는 밧세바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야할 뿐인 한 아내일 뿐이다.

결국, 임신하게 된 밧세바. 그로인해 다윗은 주도면밀한 과정으로 전쟁터에서 남편인 우리아를 죽게 한다. 전쟁 중의 규정을 지키기 위한 충직한 용병은 칭찬받아 마땅하지 아니하였던가! 인간적으로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보시는 것은 단편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 신학자의 말처럼 “다윗이 이스라엘 집을 완전 장악했으나, 우리아의 집을 공격함으로 인해 다윗의 집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개인을 넘어서 이스라엘 사회를 붕괴시키는 파멸의 시작이 되었다.

신하이면서도 군인의 위엄과 품격을 지킨 우리아의 품격은 다윗의 처참한 죄악에 비하여 보면  왕보다도 고귀하다. 그럼에도 당장의 현실은 모호하여 불의한 권력의 현실에 실망하고, 약자로서는 악의 문제로 고통 받는다. 인간도 더욱 길게 보아, 예수의 족보로 눈을 돌려본다. 많은 남성들의 이름 가운데 5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시아버지와 잠을 잔 다말, 기생출신 라합, 이방인으로 재혼한 며느리 룻, 그리고 남자를 모르고 잉태한 마리아. 모두 당당히 자신들의 이름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의 여인. 밧세바, 그녀는 ‘우리아의 아내’로 명기된다. 기록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심을 보시는 여호와께서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아니 동기까지도 살피신다. 비록 나의 처지가 약자라고 할지라도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피 흘리는 여성은 정결하지 못하다하여 한 달에 한 번씩은 몸을 씻어야 했던 얽매임을 벗어났다. 기저귀나 찬다는 내려다보는 눈빛과 함께 차별은 여전하였다. 그런 눈빛 따위는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일어서 매섭게 째려보고 뒤 굽으로 확 밟아 화들짝 놀라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니까.

그렇게 일어서 맞설 용기를 얻은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내가 교주를 위한 카드섹션에 동원되어 하루 종일 기저귀를 찰리가 없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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