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종교개혁의 벽 ⓒGetty Image

한국교회의 약 70%를 차지하는 장로교회는 칼빈의 신학사상에 뿌리를 둔 개혁교회이다. 이 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달리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항상 개혁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이 개혁교회는, 루터와 멜랑히톤 등에 의해 같은 지리적 조건 하에서 8년 동안에 거의 대부분이 기록된 루터교회의 신앙고백서들과 달리, 처음 150년 동안 매우 다양한 시기와 장소에서 주목할 만한 신앙고백서들을 적어도 70개 이상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듭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신앙고백들을 쏟아내고 있다.(1) 이것은 개혁교회가 언제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새롭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개혁하는 교회라는 것을 명확히 해준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말씀에 의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한국교회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교회개혁을 위한 두 차례의 중요한 기회를 가졌었다. 칼빈 출생 500주년(2009)과 종교개혁 500주년(2017)이 그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두 차례의 기회를 통해 개혁과 갱신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눈에 보이고 파악할 수 있고 직접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시류를 따르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며, 언제나 자기 확신에 가득 찬 교회, 그러므로 종교개혁에 의해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한 교회, 교회처럼 보이나 단지 교회를 사칭할 뿐인 그러한 교회가 아닌가?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는 항상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한다. 하나는 교회가 세상 앞에서 자기 영화에 몰입할 때 일어나는 신성화의 위험이다. 다른 하나는 교회가 세상적인 힘과 유행에 자신을 맞추려고 할 때 발생하는 세속화의 위험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강력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황금만능주의, 업적주의, 물량주의 등 세속주의의 거센 광풍이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에서 휘몰아치고 있다.

중세후기의 성직매매를 연상시키는 부패한 선거판들, 교회의 위엄이 마치 화려하고 장엄한 외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건축한 교회당들, 자식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 그리고 끊임없이 터지는 성추문 등은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와 주님으로 인정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들이다. 이런 교회는 주님으로부터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3:1)는 준엄한 판결을 받을 것이다.

개혁자들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면, 교회는 숱한 패배를 겪은 바깥 참호에서 빠져나와 요새의 중심으로, 곧 개혁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 모두의 “근원으로”(Ad fontes) 후퇴해야 한다. 그때 교회는 교회의 주이신 살아계신 그리스도로 인해 죽음의 위협 앞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내적-외적인 반대자들에 의해 동요할 수는 있지만, 살아계신 주께서 교회의 주와 머리되시기 때문에 침몰하지는 않을 것이다.(2) 교회는 언제까지나 그리스도의 손에 지탱되고, 그의 보호하심으로 방어되며, 그의 능력으로 안전하게 보존될 것이다.

개혁자들 가운데 가톨릭교회와 뚜렷이 대비되는 종교개혁의 교회모델을 제시하고 발전시킨 이는 칼빈이다. 여기서 칼빈의 교회론의 몇 가지 특징적인 주장을 고찰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개혁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500년 전 하나님의 말씀, 곧 “근원으로 돌아가서” 부패한 교회와 사회를 개혁했던 개혁자의 가르침은 우리 교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혁하는데 중요한 가늠자와 지침이 될 것이다.

참된 교회를 구성하는 두 가지 기본 요소들: 하나님의 은밀한 선택과 말씀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4권 교회론에서 당시 교황제도하의 가톨릭교회의 적폐와 악습을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정리한다. 첫째, 로마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시키고 주의 성만찬을 추악한 모독행위로 대체시킴으로써 하나님께 대한 예배를 오염시켰다:

둘째, 로마교회는 눈에 보이는 교회만을 인정하고, 이것을 어떤 테두리 안에 제한시킴으로써 진리에서 멀리 떠났다. 그들은 하나님만이 아시는 참된 교회를 교황청과 교직계급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교회의 위엄이 이러한 화려하고 장엄한 외관에 의해서 유지되며, 사제들이 마치 군왕들처럼 화려하게 보여야 그리스도의 나라의 광채가 고대 예언자들의 예언대로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칼빈은 로마교회가 하나님께 대한 예배를 거짓과 추악한 모독행위로 오염시키고, 하나님만이 아시는 참된 교회의 형태를 그들 자신들이 정한 어떤 가시적인 형태에 제한한 이 두 가지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그의 교회론을 전개한다. 교회는 실로 위협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거부함으로써 참된 교회를 저버리는 죄를 범했다. 교회는 개혁되고 보존될 필요가 있었다. 칼빈은 그리스도와 로마교회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리스도에게 가기 위하여” 로마교회로부터 떠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Inst., IV.ii.6).

칼빈은 교회의 형태를 ‘유형적’이고 ‘눈에 보이는’ 로마 교황청과 주교좌성당, 그리고 교직 계급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로마교회의 주장에 대해서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선택’과 ‘말씀’에 기초하는 교회론을 전개한다. 그는 확실히 어떤 분명한 표지들에 의해서 참된 교회로 인식될 수 있는 구원의 외적인 수단으로서의 교회에 관한 공식적인 견해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그에 앞서서 그는 로마교회의 거짓 주장에 반대하여 고대교회로부터 교회를 정의할 때 언제나 중요시 여겼던 ‘보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한다.(4) 칼빈에 의하면 우선 교회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하나님의 은밀한 선택이다.

아담부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까지, 하나님만이 아시는 이 거대한 교회가 보이지 않는 교회이다. 바로 이 교회가 보편적인 교회이며, 따라서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된 교회이다(엡1:22-23). 이렇게 칼빈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택에 기초하여 교회론을 전개한다(엡1:4이하 참조).

칼빈은 이러한 주장과 함께 로마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이 결코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거꾸로 로마교회로부터 쫓기듯 떨어져 나온 자들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에서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것은, 어거스틴이 이미 말했던 바와 같이, 하나님의 은밀한 섭리에 따라 밖에도 양이 많고 안에도 이리가 많기 때문이다(Inst., IV.i.8). 그러므로 칼빈은 우선 참된 교회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긴다(Inst., IV.i.7).

칼빈에 의하면, 교회를 구성하는 다른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개혁자들은 중세후기의 로마교회가 한편으로는 성서를 멀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에 인간적인 것을 첨가함으로써 부패했고 교리는 왜곡되었다고 확신했다. 개혁자들은 성서로 돌아가 하나님의 말씀의 순수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다시 발견하고, 교회를 회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개혁자들은 교회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서 하나같이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했는데, 이점은 루터의 초기 견해에 잘 반영되어 있다.

주교를 중심으로 조직된 로마교회 제도는 결코 참된 교회의 존재를 보증하는 것이 될 수 없다. 어떤 교회에서 이 복음이 무시되고, 그로써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거짓말과 허위”가 지배한다면, 웅장한 성전과 사제계급과 그 밖의 화려한 외부 장식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다(Inst., IV.ii.1). 왜냐하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나라이며 그리스도는 그의 말씀만으로 지배하시기 때문이다”(Inst., IV.ii.4).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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