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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범주를 거뜬히 넘어서는 이사야의 하나님퀴어성서주석을 이야기 하다 ⑶
이동환(영광제일교회 목사/큐앤에이 사무국장) | 승인 2021.08.30 16:12
지난 4월 무지개신학연구소가 『퀴어성서주석: I. 히브리성서』 (퀴어성서주석 번역위원회 옮김)를 출간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낳았고 출간되자마자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속된 말로 위험한 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에큐메니안은 『퀴어성서주석』를 각 책별로 간단하게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미래의 독자들에게 어떤 책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차원이다. - 편집자 주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2년여 교단 재판을 치르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성경 어디 어디 구절에 동성애를 죄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였다. 그때마다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교단 심사위원들에게 제출한 리포트에서는 50페이지에 걸쳐 동성애 관련 구절들의 기존과 다른 해석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고, 인터뷰에서도 아마 수십 번은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대화의 여지가 생기기를 바라면서. 그렇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성경을 믿지 않는 거냐’였고, 단내 나도록 반복한 인터뷰의 댓글에도 어디서 갖다 붙인 듯한 비난만 있을 뿐 내용에 대한 건설적 피드백은 없었다. 이 부분이 가장 좌절스러웠다. 도대체 성경에 문자적으로 적혀있으니 믿든지 떠나든지 하라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며 어디서 변화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까.

퀴어성서주석, 패러다임을 바꾸다

퀴어성서주석 이사야 편의 저자 티모시 코크(Timothy Koch)는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발칙하게 제안한다. 어차피 저들도 자신들의 주장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는 문자적/무맥락 적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냐는 식이다.

“...성서 본문을 연구할 때에도 우리 생활에 유용한 자료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LGBT의 입장에서 성서를 조사하고, 탐구하고, 발췌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다른 많은 성서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는 있지만,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그러한 본문에서 어떤 것을 발췌하여, 우리의 필요를 위해 어떻게 가다듬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586쪽)

나는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하고 쳤다. 말하자면 저들이 짜놓은 판에 들어가서 저들이 하는 공격에 당하지만 말고 우리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는 이야기일 터. 성서 근간에 면면히 흐르는 정신과는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반성서적으로 몇몇 구절들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저들의 횡포를 방어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하던 것에서 벗어나 –물론 이런 해석이 한국교회에서 미치는 영향은 아직도 지대하기에 꼭 필요한 대응하기는 하다- 보석 같은 성서 구절들을 찾아내어 능동적으로 퀴어한 해석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성서와 퀴어에 대해 새로운 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이런 내용을 전제로 저자가 자신의 상황(게이 남자, 개신교 목사, 21세기 초 미국 남부에서 에이즈를 갖고 사는 사람)과 시각에서 해석한 이사야를 살펴보자.

저자는 제1, 2, 3 이사야에서 하나씩 본문을 선택하여 소개한다. 먼저 5:18-23의 말씀을 예언이 정치적 술책들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해석한다. 이 본문에서 예언자는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약자를 비웃고 힐난하는 자들을 향해 경고하고 그들의 술책을 ‘만천하에 아웃팅’ 시킨다. 저자는 이를 21세기로 가져와 적용하는데, 분열왕국시대 남유다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같은 양상으로 일어나는 일들임을 지적하면서 이사야가 당시의 술책을 폭로하듯 현재 성소수자에게 행하는 악행들을 폭로한다. 이를테면 본문 중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행한다면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을 동성애에 대한 악랄한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자들로 적용한다던지, ‘스스로 지혜롭다’ 하는 부류를 오늘 날 협회 등을 조직하여 ‘진정한 사랑과 가정’에 대한 전문가 역할을 하는 자들에게 대입하는 방식이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야가 그러했듯이, 이러한 책략과 모략을 인식하고 확인하여 그 실체를 밝혀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저자는 이사야가 하나님의 다양한 이미지를 성서의 다른 어떤 본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하게 한다며 경탄한다. 인간은 하나님에 대해 은유와 상징으로서 표현할 수 밖에 없기에 하나님에 대한 묘사가 다양하고 창조적일수록 우리의 신앙도 다채로워질 수 있다. 이사야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언어를 늘려준다. 저자는 이사야 44장에서 ‘아버지, 재판관, 반석, 요새’ 등의 (어쩌면) 진부한 표현 외에도 하나님을 ‘구원자, 어머니, 장인, 예술가, 미술가, 천재, 경영자, 건축가’ 등으로 묘사한 것을 발견한다. 그가 발견한 이사야의 하나님은 ‘대중의 하나님(democratic God)’이다. 울고 웃으며 때로는 화내고 토라지기도 하는 신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신의 형상을 닮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제3이사야에서 젠더 규칙과 역할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지위를 구부리는 이상과 비전을 말한다. 사 56:3-5절에서는 신체상의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후대의 명성을 약속하는데 이는 ‘생육하고 번성할’ 책임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라 지적하며 반퀴어집단에서 사용하는 창조질서 클리셰를 반박하기도 한다. 결국 제3이사야가 보여주는 종말론적 비전은 “신체, 민족, 섹슈얼리티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범위 안에 있는 정의의 재구성을 보여준다.”(604)

나의, 우리의 새로운 이시야 해석을 위하여

“우리가 성서를... 신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확실하게 말해주는 답안지 같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으로 여긴다면, 우리는 성서 본문으로부터 참된 가치를 얻는 데 자유로이 집중할 수 있으며, 그러한 자유를 함께 하지 않거나 우리가 이런 식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내가 본 퀴어성서주석 이사야 편의 키워드는 ‘선택’ ‘새로움’이다. 감히 성서를 취사선택하여 볼 수 있는가를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성서 형성사를 살펴보자면 성서는 수천 년에 걸쳐 여러 정치적 맥락과 상황적 이유로 선택되고 편집되어 오늘날까지 온 책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라거나 하나님이 성서 저자들을 조종해서 글을 쓴 것이라 믿는 것이 아니라면 저자가 제안하는 해석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저자의 해석학적 방법론은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사비평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도 하다.)

퀴어성서주석은 문자주의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해석의 결을 제공하는 참신한 시도로 보여진다. 문자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이들에게 다른 관점들을 제공하고, 아울러 성서를 반퀴어적이라 인식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성서에도 퀴어를 긍정하는 본문들이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통적 신앙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아슬아슬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억지주장이라 평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해석적 상상력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만하며 (이러한 해석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티모시 코크가 아닌 자신의 상황과 정체성에 따라 성서의 각권 구절에 대한 퀴어한 성서주석을 해나가는 건 우리자신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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