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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선교단체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존재일까또 하나의 교회와 선교현장으로서의 가능성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 승인 2021.09.02 01:20

메타버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익숙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단어 자체가 낯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뒤에’, ‘~넘어’를 뜻하는 헬라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1992년에 출간한 미국의 SF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소설 속에서는 아바타(Avatar)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지칭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메타버스가 지금까지 나온 온라인 게임과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가상의 공간에 수많은 유저(User)가 참여하여 소통하며 게임을 즐깁니다.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자신들만의 집단을 꾸리기도 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길드(Guild)가 그 예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과 메타버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 플레이가 중심이고 그 주변부에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그곳에서의 소통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됩니다. 메타버스에서는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문화,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하면 NCSoft의 ‘리니지’와 같은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아이템 거래를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에서 이루어진 개인 간의 아이템 현금 거래는 경제 활동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메타버스에서의 경제 활동의 예는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Roblox)’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하나의 게임 자체는 아닙니다. 유저가 직접 자신들만의 게임을 만들고 다른 유저에게 그 게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게임 제작 시스템입니다. 최근 명품백으로 유명한 구찌(Gucci)가 로블록스에 디지털 전용 백(bag)을 내놓았습니다. 한정판으로 판매되었던 이 백은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 있는 아바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임에도 약 4115달러(당시 환율에 따라 약 465만원)에 판매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위쪽의 상품, ‘벌 모티브가 장식된 구찌 디오니서스백(Gucci Dionysus Bag with Bee)’이 그 제품입니다.

▲ 로블록스 구찌백 ⓒRoblox / RookVanguard

‘로블록스’에서 경제, 사회 활동의 다른 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9월 1일(수)부터 시범서비스(Open Beta, 오픈베타)가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쳐(Hyundai Mobility Adventure)’입니다. 유저는 이 공간에서 현대자동차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 변화될 모습을 체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래의 그림은 게임 화면을 캡쳐한 것인데, 처음 시작할 때 현대자동차의 NEXO를 제공해 주어서 시승해봤습니다. 확실히 실제 운전과는 차이가 있지만, 차량의 외관, 속도를 확인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 로블록스 현대차 ⓒRoblox 게임화면 캡쳐

최근의 자동차 레이싱 게임들도 실제와 다름없는 차량을 경험하게 해주지만, 레이싱 게임이다보니 속도가 빠른 차들만을 경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앞으로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에 진출한다면,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양한 자동차를 시승해보고 매장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 활동의 예는 K-Pop 아이돌 그룹의 팬사인회나 쇼케이스를 들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BTS(방탄소년단)’는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포트나이트(Fortnite)’를 통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블랙핑크’는 네이버 ‘제페토(ZEPETO)’에서 팬사인회를 개최하였는데, 4600만 명이 넘는 유저가 이곳에 방문했다고 합니다. 아래의 그림은 당시 사용된 ‘블랙핑크’의 아바타입니다.

▲ 제페토 블랙핑크 사인회 ⓒ네이버 제페토

몇 가지 예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의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누군가가 평가했듯이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가상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너무 현실에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진 공간이 메타버스입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생각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메타버스에서는 유저의 창조 활동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 반대되는 예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2014년 미국 백악관에서는 교사와 게임개발자를 초청하여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교사들은 한 목소리로 유비소프트(UBISOFT)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 ‘어쎄신크리드(Assassin's Creed)’ 시리즈를 교육에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암살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폭력성과 잔혹성을 가진 게임인 ‘어쎄신크리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역사 고증에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각기 다른 시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배경을 만들어 냅니다. 아래의 사진은 사진작가 ‘데이안 이폴리트(Damien Hypolite)’가 ‘어쎄신크리드’ 게임 캡쳐 화면을 현재 파리(Paris)와 대비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작가가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이 게임 캡쳐 화면이고 뒷부분은 현재의 파리입니다.

▲ 어쎄신크리드 현재 파리 ⓒDamien Hypolite 트윗터

유비소프트는 교사들의 염원에 따라 ‘어쎄신크리드 오리진 디스커버리 투어’를 발매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 내용은 제외하고 거리를 걸어다니며 역사 투어가 가능하게 만든 소프트웨어입니다. 만약 이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으로 제공되어 다양한 사람이 함께 그곳에서 만나고 소통하게 된다면, 그곳은 메타버스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유저들은 공간의 제약뿐만 아니라 시간의 제약까지 뛰어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유저는 그 안에서 어떤 창조행위도 할 수 없습니다. 제공된 배경을 감상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그곳에 있는 어떤 구조물도 부수거나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창조 활동이 가능해지는 순간, 그 소프트웨어는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공간은 메타버스가 될 수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이면서 현실 공간인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가상과 현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인 ‘모여라 동물의 숲’이 실패한 이유 중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두 가지를 모두 잡은 공간입니다. 여기에 창조 활동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유저는 그곳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산이나 호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건축 활동뿐만 아니라 예술에 관련된 활동까지도 할 수 있는 모든 창조 활동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메타버스 속의 교회

앞서 네이버의 ‘제페토’를 제외하면 게임을 기반으로 시작하여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간 경우의 예만 전해드린 듯합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이룬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린든 랩(Linden Lab)에서 2003년에 출시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SL)’입니다. ‘두 번째 삶’을 표방한 가상공간으로, 유저의 창조성과 소유권을 보장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능도 가지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세컨드 라이프’는 처음 출시되었을 때 1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201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의 유저를 모으는데 성공한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최근 유명한 유튜브 조회수는 억 단위를 간단히 넘어가기 때문에 100만이라는 숫자가 적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3년도가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시기이며 온라인 플랫폼이 대중화되어 있지도 않았던 시기였음을 생각한다면 100만이 적지 않은 숫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싸이월드’가 유행하며 미니홈피를 꾸미고 그곳에 있는 조그마한 아바타인 미니미를 꾸미는 동안,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3D로 구현된 도시에서 자신의 땅을 사고 건물을 지으며 사람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싸이월드’가 자신의 조그마한 방과 미니미를 제공하였지만 결국 게시판에 적히는 글을 기반하고 있었다면,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공간에서의 움직이며 소통하는 활동을 기반하고 있습니다.

누가 처음에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컨드 라이프’ 공간에는 교회도 세워졌습니다. 사람의 모임이 있는 곳에 교회가 생기는 것인지, 이곳의 교회에서는 예배, 성경공부, 그룹모임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세컨드 라이프’ 안에 있는 교회 중 일부입니다. 이 교회에는 전세계 어떤 사람이라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 세컨드 라이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지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교회라는 말은 약간 매력적으로 들리긴 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환경 또는 스마트폰과 데이터 환경만 조성된다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조금 수월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세컨드 라이프’라는 플랫폼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많을 것이고, 그곳에서 교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처음 들으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라는 현실 공간에서 모임을 갖고 소통하며 예배드릴 수 있었기에 가상공간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굳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남을 가질 이유도, 그곳에서 예배를 드릴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얼굴을 맞대는 대면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처하자 교회는 온라인 플랫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되기는 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튜브(Youtube)’에 예배나 설교 영상을 올리던 교회들도 있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설교문이나 주보를 올리던 교회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업로드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교회 홍보를 위해 게시물을 올렸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예배와 모임 그 자체를 위해 영상과 게시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대면예배를 추구합니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교회를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7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직후 어떻게 해서든 많은 인원을 교회에 모이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 교회들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한국교회는 대면예배 원칙을 고수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약간 의아함을 갖게 됩니다. 대면예배가 제1 원칙이라면 왜 지금의 많은 교회는 메타버스에 관심하게 된 것일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에 익숙한 청년층을 모으기에 유용한 플랫폼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첫 번째 기독교 서적이 김현철 목사의 『메타버스 교회학교』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청년층을 선교 대상으로 하는 ‘한국대학생선교회(Campus Crusade for Christ, CCC)’는 여름수련회에 메타버스를 이용하였습니다. CCC는 ‘유튜브’, ‘제페토’, ‘게더타운’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래의 그림은 여기에서 사용된 ‘게더타운’의 이미지입니다.

▲ 게더타운 속 교회 모임 ⓒ게더타운(Gather.town)

‘게더타운’은 기본적으로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과 같습니다. 다만 ‘줌’을 통한 화상회의가 갖고 있는 문제점인 시각적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넥슨(Nexon)의 게임인 ‘바람의 나라’와 같은 게임 소스가 사용되었습니다. 온라인 공간 속에서 조금은 이동이 가능한 ‘줌’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CCC’와 마찬가지로 서울 ‘혜성교회’와 ‘EMT 선교회(Encoded Missionary Team)’도 ‘게더타운’을 이용하여 수련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찾아볼 수 있는 자료는 이 세 곳밖에 없었지만, 어쩌면 더 많은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한 모임을 가졌고, 가질 예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자료 속에서 모임의 대상은 30대 미만의 청소년과 청년층입니다. 아직 중장년을 위한 예배 모임을 메타버스에서 가졌다는 이야기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지금의 교회가 메타버스를 청소년 전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합니다.

최근 메타버스가 부상하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사회적 관심이 메타버스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에서 이미 많은 기업체가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메타버스’를 검색하면 ‘메타버스 관련주 추천’이라는 글들을 보게 됩니다. 메타버스가 주식 투자가들의 눈에 들어왔다면 이미 사회는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사회가 메타버스를 향해가고 있다는 이야기의 뒤에는 비대면 사회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상황 판단이 놓여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제 오래지 않아 끝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팬데믹 초기에 나왔던 많은 이들의 경고를 떠올리게 됩니다.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의한 팬데믹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완전한 비대면 플랫폼인 메타버스를 바라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망과 우려

앞으로 교회는 어떤 방식이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교회는 아닐지라도 일부의 교회는 메타버스 플렛폼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가 아무리 현실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곳이 가상의 세계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여러 신학적 고민도 수반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신학적 고민을 이 글에서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회, 예배, 성례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한국교회의 변화에는 약간의 우려가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는 온라인 영상 플랫폼 속으로 떠밀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 변화가 기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 들어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인터넷 선만 연결하면 예배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할 수 있는 방송 설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2000년대에 교회에서 유행했던 영상 발표회로 인해 당시 부교역자들은 자의건 타의건 영상편집 기술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90년대까지의 부교역자에게 기타 연주 기술이 필수요건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 부교역자들에게는 영상 편집 기술이 요구되어 왔습니다. 이 시대를 거쳐 온 지금의 일부 담임목사들이나 부교역자들은 대부분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교회가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일은 쉽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교회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교회는 변화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교회를 억지로 변화시켜 놓았습니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지,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할지는 지금의 교회들이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너무나 많이 빠져나가버린 청년층을 이해하고, 그들을 다시 하나님 앞에 모으기 위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가, 앞서 말한 두 번째 이유처럼 사회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밀려들어간 상황과 똑같은 상황의 반복일 뿐입니다.

교회가 시대의 상황에 맞춰 변화된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우려는 이 시대의 변화가 누구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지난 6월 미국의 언론인 ‘버지(The Verge)’는 ‘페이스북’의 대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기사는 ‘왜 소셜 네트워크가 메타버스 회사로 바뀌려 하는가?(Why the social network is becoming ‘a metaverse company’)’였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향후 5년 안에 ‘페이스북’을 메타버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커버그’가 만들려고 하는 메타버스는 지금과 같이 모니터 화면으로 접근하는 메타버스가 아닙니다. VR기기를 통해 가상세계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실제로 움직이며 활동하는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영화 ‘레디 플레이 원(Ready Player One)’에 나온 것과 같은 가상현실 환경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으로 ‘페이스북’은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소개하였습니다. 아래의 그림이 페이스북이 소개한 ‘인피니트 오피스’입니다.

▲ 페이스북 메타버스 ⓒFacebook

‘버지’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인피니트 오피스’는 ‘줌’과 같은 화상 회의 플랫폼과는 완전히 차별화됩니다. 실제 얼굴은 드러나지 않고, 아바타들끼리 만나 회의를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소리를 이용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촉감은 아직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 누가 있는지, 누가 어디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소리의 크기로 구현했다고 설명합니다. ‘저커버그’는 ‘마블(Marvel)’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홀로그램 회의가 ‘페이스북’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사실 ‘페이스북’이 걸어온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기기 제조사인 오귤러스(Oculus)를 인수한 후 2017년 처음으로 VR 사무실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무거운 기기를 머리에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만 봤다”며 혹평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은 VR기기 제작에서부터 가상 환경까지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버지’의 인터뷰는 그저 한 기업이 메타버스를 추구하는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한 달 뒤인 7월에 ‘뉴욕타임즈(The Newyork Times)’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다음 타켓: 종교 체험(Facebook’s Next Target: The Religious Experience)’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이 미국의 거대 교회인 ‘힐송(Hillsong)’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지만, ‘힐송’은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실황중계와 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의 문제도 포함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7년부터 ‘신앙 파트너쉽 팀(Faith Partnerships Team)’을 꾸렸고, 미국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에 접촉해왔다고 합니다. 이 접촉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U.S.A.)는 지난 12월부터 ‘페이스북’과 파트너쉽을 맺었다고 합니다. 또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순절 교단에 속한 ‘Church of God in Christ’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기사는 말합니다. 교단은 매달 9.99달러(현재 환율로 약 11,000원)를 받으면서 주교의 설교 영상을 제공한다고 전합니다.

자본 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거대 기업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함과 동시에 종교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신앙의 중심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한 블로거가 이 기사를 인용하며 ‘이제 우리에게 들리는 것은 좋은 소식(Good News, 복음)이 아니라 나쁜 소식(Bad News)이다’라고 한 말이 머리에서 계속 맴돕니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이용하여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가상현실의 공간은 사람과 사람의 질량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공간을 비인간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기쁨을 얻어 보신 분들이라면, 육체적 만남만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 시장이 이끄는 방식에 휩쓸리듯 교회가 변화되어 간다면 그 끝에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아니라 돈으로 세워진 교회, 하나의 기업만이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앞서 현재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지금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의 본질, 신앙의 본질을 잊지 않고 그것을 사용한다면 참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세상의 급류에 교회가 떠밀려 다녔다는 평가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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