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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백신[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웹진] 나란히 섬 38호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 승인 2021.09.07 20:53

그동안, 코로나 방역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배제되거나 방치되었습니다. 마스크 품귀 사태에 대한 코로나 초기 대응에서 의료보험과 체류을 빌미로 제외되었습니다. 코로나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이란 정책이 세워진 후, 이미 여러 지역사회에서 이웃이 되어있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채 할 순 없었습니다. 지역 사회 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코로나 검사에 이들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주민의 체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진료 받는 동안 단속도 유예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가 실재(1)임이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기존 방역정책 대신 코로나와 공존이 논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집단면역의 기조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질병관리청이 “필요하다면 백신을 접종하겠다.”라며 미뤄놓았던 미등록 이주민의 백신 접근권이 이번 달 30일, 18-49세 백신 예약 발표에 포함되었습니다. 그 안에, 미등록 이주민은 장애인과 노숙인과 함께 맞춤형 접종 대책 군이라 분류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가운데, 노숙인 시설 폐쇄와 무료급식 중단으로 생존권이 위협받은 노숙인과 집단 거주시설 확진 때 격리조치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돌봄 시설 등이 문을 닫아 당사자와 가족에 돌봄 부담이 가중되어 기본권이 위태로운 장애인과 더불어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정부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숙인과 미등록 이주민은 예약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고, 8월 중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만 존재했습니다.

정부가 8월 뒤에 비어놓은 일시를 포함한 내용은 시민 단체가 메꿔야 했습니다. 여러 이주인권 협의체와 단체에서 질병관리청에 항의를 하고 질의를 보내도 일관적인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각 단체가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 보건소와 개별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선 보건소도 “계속된 백신 접종 지침 변경으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며, 일관성 있는 국가 지침을 필요로 했습니다.”(2) 7월 말, 우리 회가 연락하던 보건소들에서 접종 예약이 8월 말 즈음, 미등록 이주민이 국내 체류한지 3개월이 지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 등 서류를 가지고, 자신이 거주하고 있고 있는 구 보건소에 직접 방문하여 임시 관리번호를 발급받은 후에, 개별적으로 접종 예약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우리 회와 닿아,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주소지를 파악하고, 여권이나 여행증명서 등 증빙 서류를 준비하고, 무엇보다 사업장에 접종을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를 당사자들에게 알리는 가운데, 8월 초 보건소로 부터 백신 접종에 다른 방법이 전해졌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에게는 1차로 접종을 마칠 수 있는 얀센 백신이 지급되어 보건소에서 본인을 확인하고 바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신의 공급 시점이 확정되지 못하여, 매일 보건소에 전화하여 시기를 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부제 예약이 시작되기 전, 15일에 얀센 접종 대신, 다시 임시 관리번호를 발급받는 형식으로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또한, 어떤 지자체에선 이주민의 보건소 방문 없이 시민단체가 대신 백신을 예약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지방 자치 단체마다 코로나 유행 상황이 달라 자율권이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혼선이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를 미등록 이주민이 스스로 이해하고 준비하긴 힘들 것입니다. 이리저리 바뀌는 방침에 저희도 헛갈리는 판이니, 거주지가 아닌 쉽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는 지자체로 원정을 가는 이주민도 생겼습니다.

우리 회는 종로구, 동대문구, 중구 등 거주지에 따라 인원을 파악하고 예약 동반을 위해 10일부터 13일까지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가운데, 경기도에서 온 분이 계셨고, 주소지를 묻는 담당 직원에게 해당 주소를 말하여 예약이 불가했던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또한 접수하는 과정에서 보건소 담당자들로부터 여러 인종차별 행태도 벌어졌습니다. 저희가 해당 사건을 들은 후에, 이주민에게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이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에게 알려 마땅한 권고를 받게 하자 하였으나, “백신을 맞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며 이를 고사했습니다.

임시 관리번호를 받은 후, 한국말을 못하는 이들 대신 백신 예약을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제도의 빈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 받았다가 기간이 만료되어 초과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은 임시 관리 번호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기존 거주 이력이 있으니 서울시 어느 구든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백신 예약 상담원의 말대로 이들의 실거주 주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예약 자체도 저희가 대신할 수 있던 것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백신 예약은 미등록 이주민을 제외하고, 누구나 본인의 선택대로 전국 어디로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러 해프닝과 더불어 빈틈을 채우는 가운데 26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저희는 조금 늦은 30일부터 예약했던 이들의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각 나라별로 준비된 예진표와 백신 접종 안내문을 미리 제공하였고, 벌어질지 모르는 해프닝을 대비하여 원하는 이주민과는 보건소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일 유엔무역개발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습니다. 해당 결정이 우리나라의 GDP 등, 경제규모만을 기준하진 않았을 겁니다. 외교부의 이야기대로 “우리 정부가 개방성, 투명성과 민주성의 원칙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일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도 한 몫 하였을 것입니다. 곧이어, 전 세계 코로나 백신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자며 워싱턴 포스터지에 8개 국가와 함께 공동 기고한 일도 선진국에 걸맞은 선언이겠습니다. 그 선언이 비단, 각 나라 간 백신 접근권의 평등에 그치겠습니까? 각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위험앞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등록 이주민과 노숙인, 그리고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재난 가운데 배제되거나 방치되고, 누락되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오늘과 같은 어려움을 겪던 장애인들이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고 운영해달라며 국가상대로 소송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미뤄졌고, 다시 코로나19란 재난을 만났습니다. 에볼라를 시작으로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K-방역의 성공한 모습 뒤에 가려진 취약한 고리를 드러내어 포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풍요롭기를 꿈꾸기는 요원할 것입니다.  또한, 이미 우리의 이웃으로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까지 저임금, 고노동을 제공하였던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주

(미주 1) 불법체류자 코로나 검사 받으라더니...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805/108387135/1
(미주 2) 보건소 간호사 인터뷰
http://www.seoulhealth.kr/board//business/publication/community/read?menuId=191&searchBbsCd=153&searchSeq=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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