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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쉘비 스퐁 주교의 유산, ‘정직성’작고하신 스퐁 주교를 추모하며
김재현(계명대) | 승인 2021.09.24 16:40
▲ 존 쉘비 스퐁 주교 ⓒGetty Image

얼마 전 존 쉘비 스퐁(John Shelby Spong) 주교께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타계 소식에 잠시 일상을 멈추고 상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는 90세의 인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부음에 잠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는 누구였는가?’ 그 후 나는 다음과 같이 나 자신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아는 그는 생각하는 신앙인이었다. 그는 맹목적인 신앙인이 아니라 생각하고 성찰하는 신앙인이었다. 그는 비록 그러한 생각과 성찰이 신앙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할지라도 생각하고 성찰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일관성 있는 신앙인이었다. 자신의 신앙과 생각을 진실하고 고백하고 그에 맞추어 충실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살았었다. 그는 용기 있는 신앙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앙과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해 비난을 초래하는 것을 알면서도 굴하지 않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표현한 용기 있는 신앙인이었다.’

스퐁은 『신에게 솔직히(Honest to God)』라는 책을 써 큰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존 로빈슨(J. A. T. Robinson) 주교의 뒤를 이은 분이었다. 신학에 입문해 『신에게 솔직히』를 읽지 않은 신학생은 드물 것이며, 또한 그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지 않은 신학생도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신학생 중의 하나였다. 존경하는 신학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존 로빈슨의 저서가 준 충격은 나를 방황하게도 했고 성장하게도 했다.

이후 공부를 계속하다가 존 로빈슨의 뒤를 이어 그 역할을 담당했던 분인 스퐁 주교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존 로빈슨의 충격이 있었기에 스퐁의 글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차분하게 그의 저서를 읽을 수 있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존 로빈슨과 스퐁이라는 두 분의 선배 신앙인의 글을 통해 특히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정직성(honesty)의 중요함을 배운 것 같다. 정직성은 신앙의 근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스퐁은 유신론의 종말(The end of Theism)이라는 그의 멘토 존 로빈슨의 테제를 이어받았다. 스퐁은 현대, 특히 다윈 이후의 시대 상황에서 더 이상 유신론을 고집할 수 없다고 보았다. 스퐁이 유신론의 종말과 더불어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성서 해석 분야이다. 특히 그는 성서문자주의와의 투쟁을 벌였다. 스퐁의 성서해석에는 그의 또 다른 멘토(성서학 분야의 멘토였다)인 마이클 굴더(M. D, Goulder)의 강한 영향력이 작동했다. 그는 복음서의 많은 부분이 유대교 예배력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미드라쉬적 창작물이라고 보았다. 복음서와 관련해서 두 자료설/네 자료설을 인정하고 Q복음서를 연구하는 나로서는 굴더 가설을 따르는 그의 설명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태복음의 많은 부분을 미드라쉬적 창작으로 간주하는 그의 입장도 따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퐁 주교는 전문적인 굴더의 연구(신약성서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을 제외하고 굴더 가설에 대해서 들어본 기독교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를 잘 소화해서 소개하고, 신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밝힌 대담함에는 감탄하게 되었다. 굴더의 글은 소수의 학자들이 읽기에 크게 위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굴더는 학문적 공격을 받았을지언정 신앙적인 공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퐁의 글은 더 폭넓은 독자들에게 읽혔을 것이며, 주교로서 그런 글을 쓰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스퐁의 가장 핵심적인 저서는 그의 예수관을 담은 『만들어진 예수 참사람 예수』일 것이다. 이 책은 비종교인들을 위한 예수라는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 비종교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예수상을 그려놓았다. 이 책의 부제는 “인간의 가슴에 신성을 회복시키기”다.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인간성의 궁극적 차원”으로 이해한다. 전통적인 교리를 뒤집어 말하자면, 그에게 예수는 참 하느님으로서 참 사람(vere deus, vere homo)이라기보다는 참사람으로서 참 하느님(vere homo, vere deus)이신 것이다. 스퐁은 인간이 만든 편견, 경계선, 상투성을 파괴하시고 하느님 사랑의 참사람 예수를 그려놓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스퐁은 만년에 요한복음에 대한 해설서도 출판했다. 이 책에서 그는 성서해석과 예수 이해에 있어서의 과감함과 참신함, 그리고 스퐁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를 다시금 잘 보여주었다. 그는 5년 동안 요한복음 연구에 몰입했으며 19세기에서 21세기에 출판된 요한복음에 관한 중요한 영어 주석과 20세기의 주요한 요한복음 관련 논문을 섭렵했다. 이 책에서도 스퐁의 과감한 측면이 드러난다.

스퐁은 요한복음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문학적 창작으로 간주한다. 그는 유대 신비주의의 맥락에서 요한을 이해하며, 예수를 생명의 원천, 사랑의 원천, 존재의 근거인 하느님과 신비적 합일을 이룬 분으로 제시한다. 그는 요한복음에 관해서 쓰면서 ‘나는...이다(I AM)’라는 위대한 하느님과 마주쳤고, 스스로 나는...이다(I am)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 존재의 선물 속에서 살아가고 기뻐하고 영원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스퐁은 종교개혁가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기독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오늘날 한국에서 확인되는 현상 중 하나인 가나안 교회(교회 안 나가)의 현상을 먼저 경험하고(스퐁은 이를 ‘교회 동창회’라고 불렀다) 이를 극복하려 했다. 그는 현시대 상황에서 더 이상 유신론(Theism)과 성서문자주의를 고집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극복하려는 마음으로 오늘날에 적합한 새로운 신앙의 패러다임을 12개의 논제로 제기했다. 12개의 논제라는 말은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논제를 연상시키며 새로운 영성과 그로 말미암은 새로운 종교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는 전통적인 신앙이 죽어가고 있으며 새로운 신앙이 태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세계를 위한 새로운 기독교를 내다본다.

그의 저서는 25권에 달할 정도로 많다. 스퐁이 작고한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은 『영생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아닐까? 그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천국과 지옥에 대한 관점을 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나는 죽음 저편의 삶을 믿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의 나됨이 진실로 하느님이다”라는 신비주의자들이 옳다고 주장하며, “나는 유한하지만 무한한 것 속의 한 부분이고,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자만 불멸의 영원성에 참여한다. 나는 하나의 존재지만, 나는 존재 그 자체에 참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성 프란체스코처럼 죽음을 형제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땅 위에서의 생명이 전부가 아님을 믿으며 매일 매일 영원성에 참여하도록 살아갔다. 그는 이런 식으로 죽음 이후에 천국과 지옥이 아닌 영원에 이르렀다.

스퐁은  『영생에 대한 새로운 전망』에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분들을 기리며 다음과 같은 헌사를 썼다.

“이 책은 자신들의 죽음을 통해 나에게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한 이생 너머의 삶을 어떻게 희망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 특별한 분들께 바칩니다.”

스퐁이 그 분들을 기렸듯 나도 스퐁을 기리고 싶다. 나는 스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내게 어떻게 죽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희망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 분들 중 한 분으로 그를 기억하고자 한다.

이번에 그의 책 가운데 소장하지 못한 책들을 서점에서 주문했다. 나름대로 자그마게나마 그의 죽음을 기념하는 행위였다. 이 가을에 바쁘게 살아야 하지만 여유가 될 때마다 그의 책을 음미해보려 한다.

김재현(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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