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 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단순한 타자의 생명을 존중하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연만물 모두에 해당한다. ⓒGetty Image

인류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주로 인권과 생명에 관한 주제가 대다수입니다. 고문과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 전쟁과 병역의무에 대한 양심적 거부, 자살과 안락사에 관한 논쟁, 핵에너지와 환경파괴, 마약과 흡연의 문제, 낙태, 부국과 빈국의 극심한 경제차이의 문제, 경쟁과 효율성에 기초한 사회구조문제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 문제들은 문명이 초고조로 발달한 현대 인류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주제들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들이 거의가 생명과 관련된 문제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살다’라고 하는 주제가 가장 큰 것이 아니겠습니까? 노동하는 것도 살자고 하는 것입니다. 종교를 갖는 것도 살자는 것이고 그것도 영원히 살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운동도 취미생활도 모두가 살자는 주제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혐오식품을 즐기는 것도 모두 ‘살겠다’는 의지와 연결되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이라는 주제는 매우 긴박하고 절실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생명으로 연결되는 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까?

기계적 유물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원은 모든 것을 운동의 본성(本性)으로 하는 원자(atom)의 집합과 이산(離散)으로 설명한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스트나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에 있으며, 근대에 와서는 T. 홉스, P. 가생디에 의해 계승된 철학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세상의 모든 현상을 물질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의해서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기계적 유물론에서는 한 사람의 목이 잘라져 나가는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칼이라고 하는 하나의 물체가 머리라고 하는 근육과 피 신경으로 구성된 물체가 연결되었던 몸둥아리 사이를 지나가게 됨으로서 두 물질이 분리되어진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에는 생명의 존재라는 것도 오직 물질의 차원에서 판단되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기계적 유물론이라고 하는 철학체계는 없지만 그 사상의 그림자는 아직도 인류의 역사에 어둠을 드리고 있습니다. 기계적 유물론은 히틀러 같은 극단의 민족주의 나치즘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기계적 유물론에서 인간의 생명은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물질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물질적인 현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의 생명이 이러한 물질의 운동에 의한 결과입니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그러면 오늘 우리는 이러한 기계적 유물론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입니까? 경쟁과 효율성입니다. 총체적인 경쟁을 통한 최고의 효율성을 획득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역사의 발전은 오직 무한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고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믿게 만듭니다. 저는 이러한 경쟁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각을 기계적 유물론의 현대적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 정도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제6 계명은 “살인하지 말라” 짧은 명령입니다. 십계명에서는 이처럼 짧고 요약적이며 명확하게 나타나는 명령이 모두 세 개입니다. 6-8계명이 그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 하지 말라”입니다. 이 세 개의 계명은 모두 인간사회의 보존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중요한 원리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제6 계명은 ‘생명의 파괴의 위험에서 사람을 보호하려는 명령입니다. 제7 계명은 인간의 걷잡을 수 없는 정욕의 위험으로부터 인류사회의 기초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제8 계명은 지나친 욕심과 욕망으로 말미암는 사회구조가 무너지는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바로 생명존중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습니다. 생명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사람이 가져야할 기본원칙입니다. 생명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겉으로 신앙이 좋고 인격적으로 훌륭하게 보일 지라도 그는 거짓 사람입니다. 생명존중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 나타나는 수많은 율법의 목적이 어디에 있습니까? 사람의 생명 보호와 존중에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도 생명존중의 원리에서 채택된 법입니다. 당시 복수가 무한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복수를 자신이 당한 피해에서 더 이상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복수에 대한 한계를 지정하는 놀라운 법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6 계명이 주고 있는 삶의 원리는 ‘생명중심’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6 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라는 명령 속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생명을 향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교리, 교회의 법, 율법,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신앙의 결단을 요구하는 계명입니다.

교회의 법, 교리보다, 전통, 역사와 문화 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생명입니다. 교회의 법과 교리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로 사람의 생명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느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것이 믿는 이들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그러면 생명사랑과 존중은 어떤 삶의 태도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까?

먼저, 나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나의 생명은 나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되풀이 할 것조차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일하는 것도 ‘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일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생명이 망쳐서야 되겠습니까?  한국 40~50대 남성의 사망 원인 중 1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음주에 의한 국가 손실이 일 년에 수십조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기에 그렇게들 살아갑니다. 한 순간의 쾌락과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여 소중한 생명을 죽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살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생활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죽이는 것도 살인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6 계명을 생각하면서 우리 각자의 삶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우리는 살기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이제 죽음의 길을 버리고 생명의 길을 택하는 믿음의 결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 온 삶에서 생명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상당부분 달라지게 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살기 위해서 이렇게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번째로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나의 생명뿐이 아닙니다. 이웃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나만 살게 되었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은 이제 이웃의 생명으로 향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드려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가장 큰 사랑은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생명존중의 가장 큰 계명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데에서 결정적으로 나타납니다.

경쟁과 효율성이라는 가치관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하여 무감각해 지고 있습니다. 그저 경쟁에서 이기고 효율적이기만 하면 그 일로 인하여 상대방의 생명과 삶이 위협을 받게 될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요즘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바로 그런 체제입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직장에서 쫓겨나서 당장 거리로 내 앉는 사람들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효율적인 운영만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생명에는 관심을 갖는 것 같지만 이웃의 생명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웃의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웃을 대할 때, 그리고 여러분들의 친구, 가족, 동료, 종업원들, 하청업계의 사람들을 대할 때 그들의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대하시기 바랍니다. 모름지기 믿는 이들은 생명을 중심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뿐만이 아닙니다. 자연세계의 생명 또한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살인하지 말라 라는 명령은 인간을 향한 것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에게는 인간 못지않게 이 자연 세계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십니다.

서양신학은 지금까지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해석하면서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이 이 세계를 만든 것은 오직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도 자연세계의 한 일원으로 창조되었습니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면서 살아가게끔 창조되었습니다. 자연세계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살인하지 말라’에서 나타나는 생명중심의 삶의 원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1987년의 한 여름이었습니다. 그때 신학대학원생이었는데 친구 하나가 수련회 장소를 물색하려고 강원도 진부를 방문했습니다. 초여름이었는데 개구리 알이 부화되어서 올챙이들로 변화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침 개울가를 지나가는데 문득 내려다보니 올챙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지 물리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주변에 있는 돌을 던져서 올챙이를 향하여 던지기 시작합니다. 올챙이들이 놀래서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참 신나게 돌을 던졌습니다.

그때 길을 지나가던 한 농부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봐 젊은이들, 그만하지, 그것들도 살겠다고 그러는 건데 너무 하지 않나. 생명에게 그렇게 돌을 던져서야 쓰겠나” 그때서야 올챙이를 향해 돌을 던지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추한 것인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올챙이의 생명을 하찮은 것으로 여겨 재미로 돌을 던지다니, 이런 행위를 하면서 어찌 목사가 되겠다고 하는가 하는 회개를 많이 했습니다.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시의 생명도 존중받지 못함으로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통하여 생명중심의 삶의 원리를 채택한 믿는 이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생명을 중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합니다.

먼저, 작게는 우리 가정에서부터 생명 중심의 삶을 살아가도록 해 봅시다. 부부끼리의 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가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로 변하도록 해봅시다. 우리의 사업장에서 종업원을 대할 때 그들의 생명을 중심으로 대해 보시기 바라니다. 비록 그들이 우리들의 마음에 들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효율성을 먼저 보기 저에 그들의 생명을 중심으로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사회는 달라져야 합니다. 생명을 중시하지 못하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우리 인류는 모두 공멸하고 말 것입니다. 함께 죽고 말 것입니다. 나 혼자만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의 계명은 우리로 하여금 생명 중심의 삶을 살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생명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살아야 합니다. 생명을 향해 사는 우리들이 됩시다.

홍인식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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