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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가 아닌 거주, 부동산 아닌 주거권 보장 정책 필요1017 빈곤철폐의 날 앞두고 개신교인 기자회견 열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 승인 2021.10.15 16:25
▲ ‘빈곤철폐의 날’을 앞두고 개신교측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유자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인식

“우리는 이 땅의 무너질 장막집을 소유하기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우리는 철거하거나 철거되기 위해, 쫓아내거나 쫓겨나기 위해, 모두가 함께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며 경쟁하고, 불안해하며 인생을 소비하기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10월17일 ‘빈곤철폐의 날’을 앞두고 진행된 개신교인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같이 일갈했다. 개신교인 기자회견은 14일(목) 오후3시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와 옥바라지선교센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자회견에서 주최자들은 가난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입을 모았다.

소유자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문제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서울제일교회(담임 정원진 목사)에서 이은혜 간사(옥바라지선교센터)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전남병 목사(NCCK 정평위)는 여는 기도를 통해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부가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과 몸을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지입니다”라며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어 이종건 사무국장(옥바라지선교센터)은 기자회견을 마련한 취지에 관해 밝혔다. 특히 이 사무국장은 “한국 사회의 부동산대책의 문제는 계속해서 소유를 중심으로 공공이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소유하는 사람 중심으로 짜여진 판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급진적인 부동산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동네의 주인이 되고 정책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이 좀 더 하나님 나라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거대자본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현장의 증언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최성혁 사장(을지OB베어)은 “1980년에 개업한 사업을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뒤를 이어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운을 떼고 “그러던 사업이 일명 거대 사업주들에 의해 소규모 상인들이 하나씩 사라지게 되면서 결국에는 거대자본에 의해 을지로 일명 노가리골목의 상권이 망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명도소송과 그에 따른 강제집행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해 증언을 이었다.

그는 “명도소송과 강제집행 이런 일들이 저희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로 자영업자가 너무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집은 명도 소송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떤 집은 오늘 내에 내용증명을 받고 있으며 또 어떤 집은 강제집행을 기다리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강제집행에 어디는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호소한 것이다.

두 번째 발언자인 김정호 이사장(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은 동자동 쪽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개발계획에 의해 쫓겨날 처지에 있음을 전하면서 이러한 개발이 결국 건물주와 토지주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더욱이 건물주와 토지주들은 공공개발이 아닌 민간개발을 주장하고 있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김 이사장은 쪽방주민들의 투쟁은 “없는 사람들 약자들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이후 세대와 약자를 위한 것이기에 끝까지 싸우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소유가 아닌 거주로, 철거가 아닌 상생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 근거 없는 노점단속과 코로나 위기에도 계속되는 강제철거를 중단할 것, ▲ 퇴거 위기가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상가, 주거 세입자의 임대료를 인하할 것, ▲ 홈리스 표적 퇴거를 중단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주거를 제공할 것, ▲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하여 세입자 주거권을 확대할 것, ▲ 소유가 아닌 거주로, 부동산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 정책을 확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개신교인 기자회견 성명서 

“소유가 아닌 거주로, 철거가 아닌 상생으로”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사람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압니다.”(고린도후서 5장 1절)

판데믹 시대를 겪어내며 죽음 앞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거리 홈리스와 노점상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목적으로 시행된 정부재난지원금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단지 거리에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방적 퇴거와 철거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판데믹 이전부터 부당한 쫓겨남에 맞서 싸우고 있는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미아3구역 철거민, 을지OB베어는 각각 현대화사업,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유로 코로나 19 시기에 강제집행을 당했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동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집회도 농성도 하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던 사람들이 경찰과 공무원, 용역 수백여 명에 의해 쫓겨나는 일이 계속됐다. 고작 한 명, 두 명, 열 몇 명 남짓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적게는 백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기까지의 인력이 투입되는 동안 관계된 부처 어디에서도 강제집행에 대한 방역지침을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묻는다. 대체 무엇이 공공의 보건과 안전을 위하는 일이란 말인가? 거리 홈리스와 철거민, 소상공인 역시 엄연히 시민의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국가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는가? 방역정책이 지금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면, 홈리스에게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제공했어야 한다. 영업을 할 수 없음에도 건물주에게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통한 사실상의 폐업요구가 아닌 상생의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노점상과 상가, 재개발/재건축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불의한 행위를 멈춰야 했다.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 생존이 아닌 연대의식이었다.

이 모든 일은 오직 ‘소유’에만 초점을 맞추었기에 일어난 비극이다. 골목과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천정부지 솟는 부동산과 그것을 바라보며 한숨 짓는 사람들의 처지가 연일 보도된다. 그러나 개발정책은 여전히 민간 소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땅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다. 한정된 땅과 자원은 하나님께서 잘 나누어 쓰라고 허락하신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가계 보유 땅 32%가 상위 1%의 소유가 되어 막대한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었다. 소수의 사람이 대부분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는 세상, 정작 그곳에서 삶을 일궈가고 있는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쫓겨나야 하는 세상에 반대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소유’의 세상이 아닌 지금 이 자리에서 삶을 일궈가며 골목과 동네, 도시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주거가 권리가 되는, ‘주거권’의 세상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란 것은 없다. 우리는 이 땅의 무너질 장막집을 소유하기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우리는 철거하거나 철거되기 위해, 쫓아내거나 쫓겨나기 위해, 모두가 함께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며 경쟁하고, 불안해하며 인생을 소비하기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더 이상 무한하지도, 영원하지도 않은 부동산 소유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거주하는 이들. 이 땅에서 밥상을 내고,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모든 평범한 이들을 위해 소유가 아닌 거주로, 철거가 아닌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너질 세상이 아닌, 영원한 연대의 세상, 쫓겨남이 없는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겠노라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근거 없는 노점단속과 코로나 위기에도 계속되는 강제철거를 중단하라!
2. 퇴거 위기가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상가, 주거 세입자의 임대료를 인하하라!
3. 홈리스 표적 퇴거를 중단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라!
4.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하여 세입자 주거권을 확대하라!
5. 소유가 아닌 거주로, 부동산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 정책을 확립하라!

2021년 10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1017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 옥바라지 선교센터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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